[인터뷰] 17일 상명대서 ‘편견타파’ 주제발표 윤형섭 교수

윤형섭 교수
[게임톡] 최근 정부와 일부 언론에 의해 게임이 뭇매를 맞고 있다. 게임의 역기능만을 집중 부각시켜 게임의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게임사들은 “우리가 마약제조상이냐”며 반발하고 있지만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 게임을 놓고 이 같은 편견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게임인들이 자생적으로 게임에 대한 “편견타파”에 나선다. 오는 17일 오전 10시부터 상명대 밀레니엄관 5층에서 13인이 나서 ‘게임, 게이머, 게임 산업에 대한 편견 타파 컨퍼런스’를 여는 것.

이 컨퍼런스 주창자이며 ‘게임이 우리에게 주는 효용’이라는 발표자로 나서는 윤형섭 가천대 문화콘텐츠 기술연구소 연구교수는 “최근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아주고 싶다”며 “초등학생 99%가 게임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게임의 효용성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를 경기도 성남의 가천대 연구소에서 만나봤다.

■ 게임에 대한 ‘편견타파’가 왜 필요한가?
윤 교수는 대한민국 게임학 박사 1호다. 2009년 게임학회 회장이자 서울에서 게임학과를 최초로 만든 상명대 이대웅 교수가 지도교수였다.

그는 왜 ‘게임타파’라는 화두를 들었을까. “99%의 초등생들이, 아니 최근에는 스마트폰 보급으로 영아까지 게임을 즐기는 시대다. 못하게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게임을 더 잘 알고, 제대로 알아 어떻게 잘 사용하는가가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게임은 마약’이라는 잘못된 시각으로 과도한 규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또 유독 나쁜 측면만 부각시키는 경향이 짙다. 이 같은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고 많은 분야에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

이날 발표 주제는 ‘대한민국 게임규제의 법적 문제’ ‘기능성 게임의 현황과 미래 전망’ ‘게임업계 학부모의 경험담’ ‘게임이 우리에게 주는 장점 및 효율’ ‘치료, 학습, 마케팅, 재활 등 게임의 다양한 활용도’ 등이다.

그도 발표자로 참여한다. 면면을 보면 ‘셧다운제’에 대해 문화연대와 함께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병찬 변호사, 호서대학교 게임공학과 김경식 학과장, 정준영 작가 등 게임 업계 종사자 및 학회 관계자들이다. 그는 “게임산업협회에서 후원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민간차원의 자율적인 컨퍼런스다. 학부모나 중립단체에서 개최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 다음이 협회 주장이란다.

■ “기성세대의 게임 무관심, 무지가 편견 낳아”
윤 교수는 “한국에서 게임관련 법과 제도가 처음 생긴 것은 1970년대다. 전자오락실 시대(1973~1999)의 유기장법-유기장업법, 게임물을 음반과 같이 관리한 ‘음반 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1999~2006)에 이어 2006년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독자적인 게임법률인 ‘게임산업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며 “문화콘텐츠 산업 중에서 게임이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런데 갑자기 중독과 폭력의 원인으로 게임이 지목됐다. 이런 역전현상에 대해 그는 “게임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기성세대는 게임에 대한 무관심했다. 그리고 무지했다. 3년 전부터 매년 교사 연수를 가는데 첫날에는 게임에 대해 85%가 부정적이다. 좋은 게임과 나쁜 게임을 소개하고 플레이를 같이 해보고 나면 3일째에는 85%가 긍정적으로 바뀐다”며 “무지와 무관심을 없애야 게임과 게이머, 게임 산업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 있다. 이 컨퍼런스는 올바른 게임문화 정립과 인식제고를 위해서 기획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물론 부작용과 문제점에 대해 규제와 심의를 전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다. 다만 “가령 중독이나 폭력성 등 부작용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게임에 대해 가정에서 교육하고 지도하고 선택할 주체는 부모다. 교육권과 행복추구권에 관해 정부가 나서는 건 잘못되도 한참 잘못됐다. 부모 책임은 외면하고 ‘게임은 나쁘다’는 선입관으로 국가에게 권리를 떠넘기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미국에서 셧다운제 등에 대해 한 아이와 대화를 하다 충격을 받았다. “왜 이런 게 문제죠? 한국에는 부모들이 없나요?” 그래서 이번 컨퍼런스에서 “게임을 제대로 알고, 또 게임 기술을 통해 우리의 생활을 재밌고 즐겁게 바꾸는 출발점”을 만들자는 것.

■ “집에서 가족과 함께 게임대화가 필요하다”

게임학박사 1호로서 그는 “게임 기술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효용성에 대해 주제발표를 한다. 게임을 잘 활용하면 파워풀한 행복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주장.

“게임은 하나의 뉴미디어”라고 강조하는 그는 “집에서 가족끼리 게임하면서 대화를 할 수 있어야 게임이 제대로된 문화콘텐츠와 놀이문화가 된다”며 “저는 아이가 4살 때 일본 출장 가서 플레이스테이션(PS)을 사다줬다. 이후 소니의 PS2와 닌텐도 Wii(위),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엑스박스)도 샀다. 아이들과 집에서 같이 하면서 같이 즐겼다”고 소개했다.

온라인게임도 남자 아이랑은 ‘피파온라인2’을 즐기고, 두 딸이랑은 ‘메이플스토리’나 위의 ‘댄스’를 함께 하고 있다.

편견을 타파하는 것은 이렇게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한다는 것. 다른 예로 “어느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선생님 ’카트라이더‘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더니, 엄청나게 많은 답장을 받았대요. 진작 아이들과의 대화나 상담을 게임 얘기를 통해 할 걸 하고 깨달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소개했다.

컨퍼런스 발표자는 게임 개발자나 기자, 학부모와 교수 등 다양한 계층과 분야를 대표한다. 그는 “이번 행사를 통해 편견을 타파할 수 있는 좋은 시각과 의견을 모아 널리 퍼트릴 생각”이라며 많은 사람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한편 게임톡을 포함한 21개 단체가 공동주최하는 이 컨퍼런스는 200여명의 참석이 예상된다. 세종대 대학원 박사과정 2~3명과 자원봉사 20여명이 행사를 돕는다. 주최측은 이 컨퍼런스의 동영상 강연자료는 영어와 일본어로 번역해 유튜브를 통해 적극 알릴 생각이다.

 

TIP----------

첫 졸업생 65% 외부공모전 수상 지도
윤형섭 가천대 문화콘텐츠 기술연구소 교수는?

윤형섭 교수는 스페인문학사를 공부해 중남미 지역학 석사를 땄다. 이후 위자드소프트에서 온라인게임 사업부장, 네오리진 분사 후 온라인게임 개발이사를 역임했다. 이때 ‘젤리젤리’라는 게임을 기획해 일본 도쿄 콘텐츠마켓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콘텐츠진흥원 설립멤버이자 게임학 박사 1호로 현재 가천대(구 경원대) 문화콘텐츠 기술연구소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산업계 맞춤형 인력양성 사업’을 총괄한다. 3학년 20명, 4학년 20명. 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1인당 1000만원씩을 지원 받아 학비가 전액 무료다. 3학년 편입생만 받는 이 연구소는 커리큘럼도 새로 짰다. 첫 졸업생의 경우 외부 공모전에 65%가 입상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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