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기자의 e스팟] 게임 속 또 다른 삶 '세컨드 라이프'

사람들은 왜 게임에 열중할까? 기껏해야 아이들 장난감 같은 것에 말이다.
 
최근 현실보다 더 현실적 가상의 삶이라는 '세컨드 라이프'를 만든 필립 로즈데일 린든 랩 사장이 한국에 왔다. 2003년 6월 공개된 이 온라인 3차원 가상 세계는 미국 뉴욕시의 4배에 달하는 경제 규모로 최근 가입자가 10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에선 실세계와 거의 유사한 경제 활동이 가능하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세컨드 라이프에서 창업하고 있고, 사용자 중 4만여 명은 실제로 돈을 벌고 있다. 올해 세컨드 라이프 주민들이 창출한 국내 총생산(GDP)은 5억 달러(4500억여원)를 넘어섰을 정도다.
 
세컨드 라이프는 온라인 게임의 진화 형태이면서도 다른 측면으로는 아주 유사하다. 일단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나'와'또 다른 인생'을 만나게 해 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지겹고 밋밋하다. 재미가 별로 없다. 곤궁하고 비루하다 못해 때론 처참하기까지 하다. 게임은 그런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한다. 지금 여기에서 또 다른 생으로 여행을 가게 해 준다.
 
유저는 어떤 게임을 통해서는 영웅이 되고, 또 다른 게임에선 현실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에서 당당한 승리자가 된다. 가령 레이싱 게임에서의 질주 본능은 100m를 9초 7 이하로 뛸 수 없는 현실을 단숨에 뛰어넘는다.
 
뛰어난 게임은 합법적 마약이다. 게임은 정신에 쾌락을 주입한다. 그 쾌락의 실체는 뭘까. 바로 나를 잊고 몰입케 하는 놀이요, 즐거움이다. 게임 속에서 나(유저)는 나를 잊는다. 그리고 몰입한다. 도전하고 승리한다. 평소 '하찮았던 나'를 초월한다. 현실보다 더 커다란 세계를 느낀다. 시간도 망각한다. 10분만 하려고 했는데 날을 새는 일도 비일비재다.
 
이런 체험을 해 본 적이 없는 세대에겐 이건 매우 기이한 일로 느껴져 당혹감과 함께 경계심을 자아낸다. 불신감을 강하게 드러낸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점은 쌍방향성이다. TV나 영화는 단지 보는 것이다. 온라인 게임은 더불어 하고 만지고 노는 것이다. 리니지의 경우 20만 명이 동시에 즐기고 거대 괴물을 수십 명의 유저가 힘을 모아 잡기도 한다.
 
게임은 현실과 다르게 살고 싶다는, 누구나 갖고 싶은 꿈을 이뤄 준다. 미천하고 팍팍한 삶에서 벗어나는 것을 도와 준다. 웹 커뮤니티라는 새로운 소통의 광장을 제공한다. 사이버 세계에도 자기 공간이 있다. 친구도 있고, 그룹 활동도 있다. 애완 동물은 물론 집·농장·회사도 소유 가능하다. 축구 게임의 감독이 되어 선수를 육성하기도 한다.
 
유저들은 온라인 게임이든 세컨드 라이프든 각각 가면을 하나씩 쓰고 있다. 어쩌면 캐릭터나 아바타를 통해 가면 뒤 쾌락과 대리 만족을 즐길 수 있다는 게 게임에 열중하는 진짜 이유일지 모른다. 이제 딱지나 구슬 모으는 취미는 사라졌다. 어느새 게임 내 아이템 모으기로 변해 있다.

박명기 기자 일간스포츠 20071025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