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기자의 e스팟] 한국 게임 노리는 한국 해커들

처음엔 아찔했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2주 전 이 지면에서 '한국 게임 노리는 중국 해커들'(9월 27일치 참조)이라는 칼럼을 썼다. 그 내용은 이렇다. 중국에는 펜타곤도 뚫는 세계 최강 수준의 해커가 많을뿐더러 조폭 수준이다.

그들은 따로 회사를 만들어 게임사 등을 돌며 "안 건드릴 테니 돈을 내라"라고 공갈하며 돈을 요구한다. 중국에 진출한 한 한국 업체는 그것을 단호히 거부하자 기상천외한 방법의 해킹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글을 쓴 지 얼마 안돼 한국에서 유사한 사건의 고소 사건이 발생했으니 아찔하고 놀랄 수밖에.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 형사 3부는 두 개의 인터넷 게임 업체를 상대로 "서버를 다운시키겠다"라고 협박, 돈을 뜯어낸 30대 두 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두 게임사가 이들에게 몇 차례에 걸쳐 건넨 돈만도 8000만원이었다.
 
지난 5월께 일이니 적어도 칼럼으로 인해 벌어진 모방 범죄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심했다. 지난 며칠간 그 두 개 회사가 어느 곳인지 백방으로 수소문했다. 하지만 끝내 그 업체가 어딘지 알아내진 못했다. 의심이 가는 회사가 있었지만 그들은 완강히 부인했다.
 
그들의 반응이 왜 그런지 짐작이 갔다. 아마 협박을 당한 게임사들은 치를 떨었을 것이다. 서버가 다운돼 입을 피해도 피해려니와 게임 서버가 해킹에 무방비하다는 사실이 알려질까 봐 전전긍긍했을 것이다. 그 와중에 몇 차례 걸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돈을 건넨 것이리라.
 
해커의 도발은 이제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빈발하고 있다. 한글날인 지난 9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의 홈페이지에는 두 개의 아이템 거래 사이트가 해커들에 의해 뚫렸고, 이들이 유사한 공갈 협박을 하다 적발되었다는 내용이 게재되었다. 용의자들은 올해 3월부터 최근까지 미국·호주 등에서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들은 국내외 서버 1000여 대를 해킹해 개인 정보 50만여 건을 빼낸 뒤 불법 스팸 문자 메시지 500만여 건을 보내는 데 이용했다. 해킹 대상은 모 시청이나 도청 등 공공기관이 사용하는 SMS 발송용 서버였다.
 
눈여겨봐야 하는 건 이들이 수사를 피하기 위해 해킹 담당 총책을 태국에 두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숙주'인 국내 PC방을 경유해 우회 접속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직접 제작한 해킹 프로그램 54종과 중국산 해킹 프로그램 2종을 이용하는 등 수법도 교묘했다. 그리고 해킹한 사이트 중 열한 곳에 대해 "개인 정보를 유출하겠다"며 관리자를 협박해 900만원을 뜯어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전세계의 '공공의 적'으로 등장한 중국 해커 못지않게 한국 해커들도 무섭다. 드디어 한국 해커들이 공공연히 한국 게임사를 노리고 있다."
 
중국뿐이 아닌 한국에서도 출몰하는 판박이 해킹 협박 사건들에 대해 이제 한국 게임사들은 더 이상 쉬쉬하지 말아야 한다. 문제가 더욱 커지기 전에 국가적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게임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그런 사업이 아니라면, 미래를 이끌어 갈 유망 산업이라면 언제든지 해커와 한바탕 전쟁을 벌일 수 있는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박명기 기자 일간스포츠 2007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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