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의 e스팟] 토종 게임쇼 G스타 변해야 산다

한국의 게임쇼 G스타(11월 8~11일)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로 3회째다.
 
그동안 G스타는 게임을 단순 오락 차원을 넘어 문화로 자리매김하는 축제의 장을 마련했고, 특히 온라인 게임 강국인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렇지만 애초 내세운 "세계 3대 게임쇼를 지향한다"는 거창한 목표는 시들해지고, 해외 콘솔 게임 업체와 해외 온라인 게임사들의 참여 저조로 '국내 잔치'라는 상반된 평가도 동시에 받아야 했다.

요즘 게임 업계에서는 이제 G스타의 성격을 분명히 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다. "개 꼬리 삼년 묵어도 황모(족제비 꼬리털) 되지 않는다"는 말처럼 G스타도 변하지 않으면 곤두박질칠 거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사실 게임쇼의 역사는 콘솔·패키지 게임이 주도했다. 게임쇼는 콘솔의 신제품을 발표하고, 유통업자와 유저들이 찾아와 신제품에 열광하며, 전시와 계약이 치러지는 일종의 거래 시장이었다.

최근 몇 년 새 콘솔 위주의 세계 3대 게임쇼들은 줄줄이 내리막길이다. 최대 규모인 미국의 E3는 비즈니스 행사로 전환했다. 영국의 ECTS는 소규모로 전락했다. 일본의 도쿄 게임쇼도 뚜렷한 작품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게임쇼가 더 이상 대작·명작을 발표하며, 미래 시장을 여는 주요 거래처가 아닌 것이다.
 
한국 메이저 게임사 중 G스타 참여 확정 업체(3일 현재)는 엔씨·넥슨·NHN·예당온라인·JCE·SKT·위메이드 등이다. 지난해처럼 MS·닌텐도·소니 등 주요 해외 콘솔 게임 업체는 모두 빠졌다. 대신 중국의 샨다·텐센트와 호주의 오란 등 온라인 업체들이 새로 참여한다.

G스타가 세계 게임쇼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정체성을 뚜렷이 해야 한다. 기존의 콘솔 게임쇼를 쫓아가다 가랑이가 찢어지는 우를 범하지 말고 한국만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 "전 세계에서 볼 수 없는 것을 보여 주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권준모 게임산업협회 회장의 지적처럼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행히 한국 게임에는 온라인과 e스포츠라는 든든한 주춧돌이 있다. 온라인 게임은 게임쇼가 아니더라도 실시간으로 계속 상담이 이뤄진다.

세계적 게임쇼로 부각되기 위해서는 큰손인 MS·EA·소니·닌텐도 등 콘솔 게임 업체의 유치가 중요하다. 이들이 한사코 G스타 참석을 꺼리는 이유가 뭔지를 알아야 한다. 한국에선 콘솔용 게임을 거의 만들지 않고 즐기는 유저들도 극히 적다. 그나마 유통 시장에서조차 소프트웨어 복제가 난무하니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G스타가 정말로 사는 길은 뭘까? 게임쇼의 성패를 글로벌 콘솔 업체의 참여에 두지 말고 중국과 미국 등 온라인 게임을 특화한 게임 업체들의 유치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그래야 G스타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온라인 게임 축제 및 이벤트로 어필할 수 있다.

또한 e스포츠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 필요하다면 정부 주도로 WCG 같은 세계에서 가장 큰 공식 e스포츠 대회를 G스타와 함께 같이 여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G스타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장기적 안목이 필요한 때다. 

박명기 기자 일간스포츠 2007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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