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기자의 e스팟] 한국 게임 노리는 중국 해커들

"당신 회사 게임은 밤새 안녕하신가?"

최근 중국에 진출한 게임사들은 이런 질문들을 서로 주고받는다. 언제부턴가 중국 게임의 '한국 게임 추월론'이 조용히 고개를 들고 있다. 게임 하나에 칭화대 등 명문대의 우수 인재 300여 명씩 개발 인원으로 투입하는 인해전술도 두렵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다는 중국 해커들의 공격 때문이다.

길거리 농구 게임 '프리스타일'(JCE)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게임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험한 꼴을 당했다. 안철수연구소와 손을 잡고 온라인 게임 전문 툴인 '핵실드' 제품을 장착했는데 중국 해커들로부터 기상천외한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보통 해커들의 정통적 침입 경로는 선을 타고 오거나, 다운로드를 받을 때 흘러들어 오거나, 로봇을 보내 서버에 심는 게 일반적이다. 중국 해커들은 달랐다. 게임 자체를 빨라지게 하거나, 게임 프로그램이 없이도 단지 해킹 툴을 실행하는 것만으로 실제 게임을 수행한 결과를 얻게 하는 등 온갖 비정통적 공격을 구사한다. 일단 출현하면 대책 수립도 어렵고 파장도 크다.

이런 공격을 초반에 막지 못한 안철수연구소는 무척 자존심이 상했다. 지금은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고 있다지만 이 과정을 통해 중국 해커들의 실체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중국 해커들은 게임사들에겐 거의 '조폭' 수준이다. 해커들이 모여 '해커 연합'이란 회사를 만들고, 그 회사 이름으로 각 회사를 찾아다닌다. 그들은 "우리가 아니면 해킹할 사람이 없다. 대가를 지불하면 1년 동안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다"라고 공갈 아닌 공갈을 한다. 그 대가로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한다. JCE와 안철수연구소는 "도둑들에게 왜 돈을 주냐"며 거부했다. 하지만 그 이후 엄청난 해킹 시도와 싸우고 있다.

다행히 프리스타일의 경우 스포츠 로직이어서 쉽게 복제하기 힘들다. 그래서 아직 해외 카피 게임이 없다. 공을 던진다든가 몸 부딪치기 같은 것은 일반 레이싱 게임보다 복잡하고 만들기가 힘들어서다.

중국에 진출한 게임 업계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중국에선 해킹이나 프리 서버(개인이 운영하는 불법 서버) 설치 등 범법을 저질러도 당국이 수수방관한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 해커 연합은 미국 펜타곤을 뚫고, 독일에 이어 프랑스까지 해킹했다고 보도되며 전세계적으로 '공공의 적'이 되었다.

한국 게임은 이제 미국·유럽의 거액 베팅('월드 오브 워 크래프트' 서비스권 만도 약 500억원)으로 대표되는 자본 공격과 중국의 인해전술·해킹 공격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돼 가고 있다. 한국 게임 업계가 좀 더 냉철해지지 않으면 그동안 쌓아 올린 온라인 게임 강국의 이미지마저 신기루가 될지 모른다. 하루바삐 중국 해킹 연합에 맞서는 묘안을 찾아내야 할 때다.

박명기 기자  일간스포츠 2007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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