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장원-엄상현-조경이, "LOL 독주 막을 경쟁력 있어요"

사운드 없는 게임은 팥과 얼음만 있는 팥빙수다. 사운드는 게임의 감칠맛을 담당하는 달콤한 연유같은 존재다.

넥슨은 26일 서울 청담동 허브 스튜디오에서는 ‘도타2’의 한국어 음성더빙 작업을 공개했다. 특히 녹음에 참여한 유명 성우 이장원, 엄상현, 조경이의 더빙 작업 모습을 공개해 뜨거운 취재 열기를 볼 수 있었다. 간단한 녹음 현장 공개 이후에는 질의응답도 진행되었다.

트레일러 영상 내 상인 역할을 맡은 이장원 성우는 깊은 목소리로 덩치감 있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한다. 이전에는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그라가스’와 ‘요릭’, 디아블로3의 ‘아즈모단’ 등 전부터 게임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는 현장에서 “영웅의 짐은 무거운 법이라고. 날렵해지고 싶나? 그럼 눈으로도 보지 못할 속도를 주겠네”라는 대사를 연기해보였다.

▲ '상인'을 연기하는 이장원 성우
요술사 역할을 맡은 조경이 성우는 이전에 카오스 온라인과 프리스타일 풋볼을 녹음한 경험이 있다. 사근사근하고 앙증맞은 목소리와 훌륭한 연기력에 귀여운 외모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추었다. 그녀는 현장에서 “요술사! 발걸음도 마음도 가볍지. 내 매력을 거부하지 못할 걸?”라며 연기를 선보였다.
▲ '요술사'를 연기하는 조경이 성우
바이퍼 역할을 맡은 엄상현 성우는 블레이드앤소울의 ‘고봉’, ‘백운선사’와 리그오브레전드 ‘가렌’, ‘람머스’, 바람의나라의 ‘전우치’역할 등을 맡은 경험이 있다. 엄청난 여성팬을 보유하고 소년과 동물 미청년까지 어떤 역할도 훌륭하고 소화해내는 능력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현장에서 “바이퍼! 날개를 활짝 펴리라! 맹독을 조심해라! 네 눈에도 독을 뱉어주마!”의 멘트를 선보였다.
▲ '바이퍼'를 연기하는 엄상현 성우

■ “게임 성우는 ‘센스’가 필요하다”

애니메이션 성우는 그나마 잘 알려져 있지만 게임 성우는 사실 조금은 생소하다. 기존 애니메이션 연기와의 차이에 대한 질문에 이장원은 “차이점은 거의 없다.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연기가 이어져야한다. 하지만 게임은 센스가 필요하다. 어투 하나가 바뀌면서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게임 성우에게 필요한 것은 센스다”고 답했다.

사실 성우는 목소리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연기가 매우 중요하다. 엄상현은 “예전보다 목소리 비중이 많이 줄었다. 요즘은 굵은 목소리, 허스키한 목소리, 독특한 목소리 등 목소리가 다양화되었다. 연기력이 더 중요해진 시점이다. 성우는 소리만 내는 게 아니라 감정을 살려야 한다”며 연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경이는 “성우는 목소리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연기하는 사람이다. 연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이어 이장원은 “내 목소리는 성우 같지가 않다. 사람들도 밖에 나가면 안 믿는다. 오히려 씨름선수라고 하면 믿는다. 제일 중요한건 연기력이다. 나도 여기에 비중을 많이 둔다”고 덧붙였다.

애니메이션 성우는 캐릭터 파악이 스토리상으로도 쉽지만, 게임 성우는 조금 다르다. 캐릭터 파악을 위해 상상력과 꼼꼼함이 필요하다. 이장원은 “기본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한다. 처음에 느낌은 미녀 PD가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조경이는 “대본을 읽어보면 캐릭터가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지, 어떤 어미 처리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걸 통해서 어떤 캐릭터일지 상상해본다. 또 생김새와 나이를 보고 파악하기도 한다”고 답했다.

더빙 작업 시간에 대해서는 하지우PD가 대답했다. “보통 2시간 정도 걸린다. 이건 평균 속도가 아니라 사람들마다 개인차이가 크다. 대사가 많은 캐릭터의 경우 더 길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세 분은 능력자라 녹음을 빨리 끝내고 쉬는 시간도 갖는다”

가장 어려웠던 대사는 성우들이 입을 모아 “마나가 부족해”를 꼽았다. 같은 대사를 다양한 성우가 여러번 녹음해 유저들이 질리지 않도록 배려했다. 따라서 성우들은 같은 대사를 여러 번 반복해서 녹음해야했다.

■ 과연 도타2가 LOL의 독주 막을까?

과연 '도타2'가 같은 장르의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LOL)'의 독주를 막을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 이장원은 "물론이다. LOL의 캐릭터가 도타2의 캐릭터보다 예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도타2는 LOL보다 AOS의 원조인 '카오스'의 캐릭터들과 더 가깝다. 이 점이 유저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 도타2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이장원(왼쪽)-조경이-엄상현 성우
편안하고 활기차게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각 성우들은 서로 역할을 바꿔 연기하기도 했다(상단의 동영상). 이장원은 바이퍼를, 엄상현은 요술사를, 조경이는 상인을 연기했다. 즉석 요청에도 당황하지 않고 뻔뻔(?)하게 연기해 감탄을 자아냈다.

‘도타2’의 캐릭터는 현재 102개로 계속해서 추가중이다.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유저들에게 ‘골라하는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같은 장르의 게임으로 게임시장을 점령한 LOL 대항마로 떠오른 ‘도타2’에 업계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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