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2P가 P2P보다 강세, 직접적-현지화-디테일 3가지로 '완전정복'

격변하는 게임 산업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13)’이 24일과 25일 이틀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What comes next’라는 슬로건으로 108개의 세션과 다양한 강의가 준비되어 수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24일 318호에서 3시 20분부터는 특별한 매력을 지닌 국가인 러시아 게임 시장에 대한 강연이 진행되었다. 러시아는 사실 게임이 발달하기 매우 적합한 환경 궁합을 가지고 있다. 날씨가 추워 집 밖에 잘 나가지 않는 사람들과 곰도 손으로 때려잡는 ‘상남자’의 조합은 MMORPG가 쑥쑥 자라는 토양으로 딱이다.

하지만 한국인들에게는 러시아 시장은 여전히 약간 생소하다. 이 시장을 완전정복하기 위해 김주영 넥슨 해외사업실에서 ‘러시아 MMO시장, 제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준비했다.

▲ 러시아 MMO게임시장에 대해 설명중인 김주영 강연자

■ 유저 한명이 전체 1일 매출 영향?

러시아의 게임시장 환경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우선 인터넷 사용 유저 비율을 봐야한다. 러시아는 유럽 국가인 독일, 영국, 프랑스, 터키와 비교했을 때 가장 많다. 특히 인터넷 유저의 60%가 게임 유저임을 볼 때 러시아는 블루오션이다.

독특하게도 러시아의 경우 P2P(Pay to play, 정액제)보다 F2P(Free to Play, 부분 유료화)의 비율이 더 높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간의 빈부 격차가 그 이유다. 김주영 강연자는 “러시아에서 서비스중인 ‘아틀란티카’의 경우 이벤트나 업데이트, 아이템 지급이 없었는데 갑자기 1일매출이 상승했다. 까닭을 알고 보니 한 유저가 강화석을 엄청나게 구매해 전체 매출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며 에피소드를 말해주기도 했다.

▲ F2P가 P2P보다 강세인 러시아 시장

■ 러시아에서 핫한 게임

러시아는 마초의 나라다. 가장 인기있는 게임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월드 오브 탱크’는 단일 서버 동시 접속 유저 19만명이라는 기록을 세울 만큼 러시아에서 핫한 게임이다. 이에 개발사 워게이밍은 ‘Let’s Battle’이라는 슬로건으로 남자다움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사용하고 있다. 넥슨의 게임 ‘아틀란티카’ 역시 남성미를 강조한 광고를 내세우고 있다.

▲ 일본은 귀여운 캐릭터를 선호하는 반면 러시아는 남자다운 캐릭터를 선호
러시아 사람들을 사로잡기 위한 필수 요소로 PVP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김주영 강연자는 “러시아 유저들은 PVP를 정말 사랑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번 PVP를 즐기면서 한국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던 어뷰징 방법과 버그가 발견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따라서 러시아에서는 넥슨 게임 중 한국 국민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카트라이더’가 외면당하고, ‘컴뱃암즈’와 ‘아틀란티카’가 효자 게임으로 등극했다.

▲ 넥슨의 대표 게임들
다른 서양 국가에서 동양적 세계관의 게임이 비교적 인기를 끌지 못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다르다. 오히려 환영받는 쪽에 속한다. 따라서 러시아가 중요한 핵심 시장으로 떠오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 핵심 키워드 3개? 직접적, 현지화, 꼼꼼함

김주영 강연자는 마지막으로 실무 경험을 중심으로 러시아의 핵심 키워드를 뽑았다. 그녀는 “러시아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3D가 필요하다. 직접적(Direct), 현지화(Domestic), 꼼꼼함(Detail)이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사람들은 모두 직접적인 것을 좋아한다. 김 강연자는 “온라인 결제 사기가 65%에 달하는 러시아에서는 심지어 돈도 ‘현금 입금기’를 통해 직접 낸다. 대화도 얼굴을 보고 하는 것을 좋아해 화상회의가 잦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특한 것은 개발사와 유저들간 직접 대화도 많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커뮤니티 매니저(CM)이 따로 있어서 유저들과 실시간으로 소통을 한다. 포럼을 열기도 하고, 트위터는 당연하고, 레이드콜이라는 서비스도 있다. 레이드콜은 게임이 점검할 때 유저들과 전체 보이스채팅을 하며 피드백을 받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확실히 한국과 다른 독특한 문화를 볼 수 있다.

게이브 뉴웰 벨브 공동 창설자는 “러시아를 불법 다운로드의 국가라고 질타하는 사람은 러시아 변환에 6개월 이상 걸리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영어 버전과 동시에 공개하지 않으면 여지없이 불법 다운로드의 표적이 된다. 따라서 현지화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김 강연자는 “해외의 것을 현지화했다는 느낌이 아니라 ‘이건 러시아 것이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진행되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번역뿐만 아니라 실제 콘텐츠를 게임 안에서 구현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각종 축제와 전통의상을 적절히 사용해 유저들한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러시아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중요
마지막으로 꼼꼼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국 사람들이 친구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로 ‘언제 밥 한번 먹자’가 있다. 러시아인에게 이 말을 쓰면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들은 확실한 일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 강연자는 “만약 콘텐츠A가 한달 뒤 오픈할 예정이라면 매일매일 관련 보고를 해야 한다. 처음에는 일정을 당기고 싶은 건지 아니면 늦추고 싶은 건지 의도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내보니 그런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을 확실히 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 강연자는 NDC13의 슬로건인 ‘what comes next’에 대한 질문에 “다음은 ‘러시아’가 올 것이다”라고 말하며 센스있게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