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교수, 미국을 플레이 하다(8) 최저 생활비 월5000불?

김정태 교수, 미국을 플레이 하다(8) 최저 생활비가 월5000불? 

그렇게 미국 비자를 받아 들고 즐거워하는 것도 잠시였다. 비자를 손에 쥐자마자, 한국에서 해야 할 일들을 일사천리로 처리하고, 미국 행 실전 준비에 돌입했다. 이 때부터, 난생 처음 하는 일들이 많아진다.

살고 있는 한국 집과 짐들을 정리하고, 친구들과 친지들에게 작별을 고해야 했다. 절친들과는 추억여행도 함께 해야 함은 물론인데, 평소 친하게 지내던 선배가족과 소중한 여행을 함께 했다. 또, 미국에 가면 구입하기 어렵다는 가지가지 생필품을 몇 박스씩 구입했다(지금 돌이켜보면, 절대로 많이 사올 필요가 없었다). 대부분의 짐들은 해외이사 대행업체를 통해 미국으로 부치고, 나머지는 ‘이민 가방’이라는 것을 이용하여, 산더미처럼 바리바리 쌓아서 그렇게 미국 집으로 "해외이사"를 감행했다.

드디어 LA공항에 도착! 미국 우리 집으로 향하면서 아메리칸 드림, 아니 캘리포니아 드림을 꿨다. 이 때만해도, 미국에서 게임사업으로 크게 돈도 벌고, ‘캠핑카’도 사서 미국 일주도하고, 태평양 바다에 요트도 띄우고, 뒷마당이 넓은 집에서 주말마다 파티도 열고, 옆 집 사는 밥과 샘 그리고 애완견공들과 아침운동도 꿈꿨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숨이 턱 막혔다. 정말 게임 아이템거래 사이트에서 ‘스피드 업’ 아이템을 사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미국 게임 고수에게 몸으로 막는 ‘몸빵’(?)이라도 받고 싶을 지경이었다.

미국에 와서 살아봐야 한국이 얼마나 편리한 선진국(?)인지를 알게 된다. 도착하자마자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특히, 미국선 남자들이 부지런해야만 한다. 한국에서야 친절한 각종 서비스 기사님들이 거의 총알같이 달려오지만, 미국에서는 정말 속 터지게 느리다. 그리고, 일단 누구든 방문하기만 하면 거의 예외 없이 출장비만 ‘100불’ 가까이다. 왜, 미국인들이 차고(Garage, '그라지')에 그렇게 많은 도구며 재료들을 쌓아놓고 사는지 궁금증이 풀리기 시작하는 대목이다. 한국에서와는 달리, 웬만한 것은 직접 할 줄 알아야 한다(지금도 필자는 간단한 집수리에 필요한 ‘플러밍 클래스’를 언제 들을까 스케줄을 고민하고 있다).

까짓 거 한 번 직접 새롭게 세팅해보지 뭐 !

말이야 이랬지만, 정말 정말 하루하루가 힘겨운 ‘미국살이’였다. 당초에는, 가족을 위해 한 두 달 기본적인 세팅을 해주고 적응을 잘 하면, 한국으로 돌아와 ‘게임 퍼블리싱’ 사업을 키우면서 필요할 때마다 몇 달씩 미국에서 지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막상 미국에서 초기 세팅을 하다 보니 만만한 게 하나도 없었다. 툭하면 뭐가 고장이 나거나, 툭하면 날라오는 알 수 없는 고지서와 우편물들은 기본이고, 소소한 사건 사고들 천지였다. 아내는 짐 싸서 돌아가자고 노래를 불렀다.

미국 초기 정착, 무엇부터 시작할 것인가? 사실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리 익숙하지만은 않은 미국살이지만, 한국의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땅, 미국에 정착을 위한 초기 퀘스트들을 소개한다.

1. 은행 계좌 만들기
제일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뱅크 어카운트’(은행계좌) 만들기다. 요즘은 미국 유학이나 이민 오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한국에서도 미국계좌를 열 수가 있다. 한국의 대형은행의 ‘미국지사’라는 은행들은 이름만 비슷할 뿐 독립된 ‘미국은행’이다.

이 계좌만을 철썩 같이 믿고 미국생활을 하는 것 보다는 '미국 본토은행(Bank of America, Wells Fargo, Chase 등)'을 꼭 개설할 것을 권하고 싶다(나중에 자세히 다룰 예정이지만, 이번 연재는 간단한 미국은행 시스템에 대해서만 살펴보겠다 ).

미국 은행에서는 보통 ‘체킹(Checking)’과 ‘세이빙(Saving)’ 이렇게 두 개의 계좌(Account)를 오픈하게 된다. 빠듯한 살림살이의 우리 같은 초보 미국 플레이어들에겐 사실 '세이빙' 계좌는 거의 무용지물이다. 몇 년 동안은 '세이빙' 계좌를 쓸 일이 생기지 않으니 걱정 말도록 !

한국에서 미국으로 송금을 하더라도 바로 이 '체킹'계좌로 송금을 하게 된다. 미국인들도 직장에서 월급을 받으면 대부분 체킹 계좌를 사용한다. 팍팍한 미국 살림살이를 반영하듯 ‘세이빙’계좌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은행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간간이 ‘게임 메카닉(Game Mechanics)’의 일부 요소들을 활용하여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하려는 노력이 반갑다

그런데, 한국에선 거의 없고 미국에만 있는 게 있다. 바로 수표제도다. 미국에선 은행계좌만 있으면 누구나 자신만의 ‘수표(Check)’를 가질 수 있다. 월급도 수표로 받고, 공과금도 수표로 내고, 학원비도 수표로 낸다. 물론 현금으로 지불도 가능하고,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도 일반화되어 있지만, 수표제도는 신기하기도하고 편리한 ‘이국적(?) 아이템’이다.

간혹, 미국에 몇 십 년째 사는 사람들도 수표쓰기에 서툴거나 아예 모르는 사람도 있다. 미국에 사는 한국계 플레이어들을 만나면 자주 '한국에도 수표가 일반화 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하는 반갑지 않은 토론을 하곤 한다. 미국은 수표 위조는 중범으로 다룬다.

2. 거주지 구하기
우리의 미국 첫 집인 오렌지 카운티의 숲 속에 있는 40년 된 콘도를 구하기까지도 그리 쉬운 게 없었다. 정말 수십 군데를 돌아다니다가 정했다. 우선 ‘렌트비(집 월세)’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으며, 집의 종류와 주거 면적을 구분하는 기준도 다르다.

1) 미국 집의 유형 : 아파트, 콘도(타운 하우스), 하우스(싱글 홈).
미국 집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아파트, 콘도(타운 하우스), 하우스(싱글 홈).
미국의 ‘아파트’(대개 2~3층 정도)는 전체 수십~ 수백 가구 단지의 주인이 하나이고, ‘콘도’는 각자 집 주인이 다르다. 모양새는 아파트나 콘도가 비슷한 경우도 많지만, 콘도가 좀 더 넓고 거주하기 편한 구조이므로 당연히 렌트비가 높다. 옆집과 벽 하나라도 붙어있으면, 콘도가 되는 거고 분리 되어있으면 ‘하우스’라고 부른다. 놀러 다닐 때 머무는 ‘한국의 콘도’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미국의 우리의 첫 집은 숲 속에 있는 단층으로 된 콘도였고, 두 번째 집은 2층짜리 '하우스', 지금은 3층으로 된 콘도에 살고 있다.

2) 미국집 거주공간 구분 : 스튜디오, 1베드 1배스, 2베드 2배스, 2베드 2.5베스, 3베드 2베스 등
한국의 평 개념이 아니라, 스퀘어 피트(Square Feet )를 사용한다. 미국서는 통상 '2베드 1배스'나 '2베드 1.5배스'로 불리는 집 구조는 대략 900 가 되는데, 한국의 33평형(거주면적 85)에 해당된다. 미국에서 ‘1베드 1배스’하면, 적지 않은 넓이의 거실과 부엌 그리고 침실로 구성된다. 또한, 한국의 원룸(1room)에 해당되는 것은 '스튜디오(studio)'라고 불린다. 3베드 2배스 정도면, 중대형 아파트 넓이의 이상의 거주공간이라고 보면 된다.

3) 렌트비
제일 많이들 궁금해하는 것이 바로 렌트비다. 아시다시피 미국은 전세가 없고, 월세(렌트비)로 살거나 집을 사는 법밖에 없다. 얼마 전 미국의 '전국 저소득 하우징 연합' 자료에 의하면 캘리포니아의 2베드 아파트 렌트비 평균이 1341달러로 발표되었다. 이건 그야말로 저소득 층이 사는 지역의 아파트 렌트비 평균일 뿐이다.

LA 근교의 쓸만한 2베드 2배스 콘도는 2000불이 훌쩍 넘고, 오렌지카운티(OC) 지역의 비교적 학군 양호한 곳은 2베드 2배스는 2500불 전후다. 샌프란시스코(SF)나, 뉴욕(NY) 근교의 한인들이 선호하는 학군 좋은 곳의 렌트비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는다.

우리의 미국 첫집은, 2베드 1배스 콘도였는데, 월 1800불(한화 200만원)이었다. 오마이갓! 미국 집 구하러, LA 부터 수십 군데를 다녀봐도, 아이 키우면서 살만한 지역의 집값은 대략 이랬다. 그나마 1년 좀 더 살면서 1700불로 깎아서 살았다. 40년된 집이 그랬다. 2008년은 환율까지 1달러에 1700원 가까이'까지 치솟아, 집 월세만 300만원을 육박했다, ‘울며 겨자먹기’였지만, 정말 초호환 판(?) 미국생활이었다.

이러니, 한국의 정치이나 유명인의 자녀가 묶었다는 초호화 주택 논란이 된 곳은, 미국실정을 감안하면 어불성설이다. 이 돈을 내고, 왜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많이 한다. 사실, 대도시 주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많이 저렴한 집들에서 살 수도 있는데 말이다. 지금도 미국 경기 회복 기미가 있다고 오히려 렌트비가 오르는 추세다.

3. 유틸리티(전기, 가스, 수도 등의 공공 시설) 설치
집 구하기 못지 않게, 유틸리티 초기 세팅 퀘스트도 초보 미국 플레이어에겐 큰 난관이다. 물론, 거주지를 아파트로 정한 플레이어들은 수도세나 가스비가 통상 렌트비에 포함이 되지만, 콘도나 하우스에 살게 되면 전화를 걸거나, 직접 시청에 찾아가서 해결해야 한다.

지금은 몇 년 사이에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달해서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각종 유틸리티를 손쉽게 신청할 수 있지만, 수 년 전만해도 전화통을 붙들고 1~2시간은 씨름을 해야 했다. 그나마, LA인근의 경우엔 '한국어 서비스'가 지원되는 곳이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수도요금/청소비용은 대략 2개월에 100달러 내외가 들고, 전기와 가스비는 대략 월 100불정도다.

집전화/인터넷/TV 개통도 상황은 비슷하지만, 인터넷의 경우 대형 아파트나 콘도 단지의 경우 월세에 포함되는 곳도 많다. 요즘은 통신회사들끼리 경쟁이 심해져서, 대부분 세가지를 모두 대략 월 1백불 이내의 패키지로 신청이 가능하다.

셀폰(휴대폰, 미국에선 핸드폰이라고 하지 않는다)개통은 그래도 쉬운 편이다. 한국처럼, 웬만큼 큰 상가 아케이드가 있는 곳이면, 그리 어렵지 않게 개통이 가능하다. 패밀리 요금제를 쓸 경우, 보통 3~4인 가족이 월 150~200불 정도다

4. 자동차 구입
자동차와 관련된 퀘스트들은 나중에 더 자세히 다루어야겠지만, 미국 초기 정착에 필요한 팁을 소개한다. 대부분의 규모가 조금 큰 도시들은 오토센터(Auto Center)라는 길을 따라 양 옆에 즐비하게 자동차 메이커들의 전시장이 펼쳐진다. 이 곳에서 관심 가는 차 메이커를 찾아 방문하면 된다.

현대와 기아도 미국에서 약진 중이지만, 대부분의 미국 초기 플레이어들은 도요타나 어코드 같은 일본차를 월 200~400불 정도로 구입하게 된다. 그리고, '한국에서 못다한 꿈을 이루고 죽자'고 맘먹은 이들은 벤츠나 BMW, 아우디는 월 400~600불 정도로도 리스가 가능하다. 물론, 여기에 조금만 더 무리하면 포르쉐도 넘볼 수 있다.

5. 보험 가입
미국인들은 자동차 보험 외에는 거의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다행히 복지가 좋은 회사에 취직하면 모를까 웬만한 감기, 몸살, 두통이나 가벼운 외상은 동네 슈퍼(월마트, 타겟, 알버슨, 랄프 등)에서 파는 약들로 커버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은 기껏 지금처럼 좋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건강보험제도를 미국처럼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미국의 오바마는 한국식 건강보험으로의 개혁이 진행 중이다. 한국서 감기 달고 살던 이들도 미국선 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의사 한 번 만나는데 에누리없이 100달러니 말이다.

우리 같은 초보 미국 플레이어들에게는 이 보험료가 부담도 되거니와, 보험 시스템이 한국의 그것과 사뭇 달라서 어지간한 잔병은 보험을 들어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되었다. 지금도 결국 혹시 모를 우리 아이만을 위한 건강보험과 치과보험에 가입했을 뿐이다, 아이 보험료로 월 100불정도를 내고, 자동차보험료로 1대당 월 100~150불 정도를 내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에 정착해서 10일 내외에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그리고, 좀 민감하긴 하지만, 대략의 소요 비용도 공개했다. 지역마다 그리고 가족들마다 씀씀이의 차이가 있기 마련이지만, 주로 월간 고정비 위주의 숫자들이다. : 렌트비 2000~2500불, 유틸리티비 500, 자동차 페이먼트 600불(2대 ), 보험료 400불…

미국살림을 위해서는 최소 고정비만 대략 월 4000불(3~4인 가족 기준)이 든다는 계산이다.이 최정 고정비만 대략 4000불이 든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주유비, 외식비와 문화비, 자녀 사교육비(이 역시 할 말이 많은 대목이다) 등은 빠졌다. 정말 알뜰살뜰하게 산다고 해도 월 5000불 이상은 잡아야 할 게다. 뉴욕이나 샌프란의 경우엔 10만불 이상의 연봉자들도 살기에 팍팍하여 저축할 돈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미국 초기 정착 퀘스트들이 문제가 아니다. 미국 생활비를 감당할 만큼의 현실적 형편과 계획 없이 섣불리 미국 행을 결정하기엔 주저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필자도 미국행을 결심하면서, 미국 이미자들에게 수도 없이 물었던 월 생활비였다. 나름으로 설렘으로 가감을 해서 이 정도로 싶었지만....미국 현실은 더욱 팍팍하다.

<현재, 필자는 미국에 5년째 거주하면서, 특별히 크게 성공하거나 내세울 만한 것이 없는 평범한 40대의 가장입니다. 본 연재는 가급적 사실에 기반을 둔 자전적 에세이이며, 미국을 옹호하거나 동경을 주기 위해 씌어진 글이 아님을 밝혀드립니다. >

미국 쉐퍼드 대학 게임전공 교수 game3651@gmail.com

김정태 교수 프로필

1995~1999 삼성전자㈜ 게임 프로듀서 (게임/멀티미디어 타이틀 300여편 기획/개발/마케팅)
1999~2002 ㈜ 디지틀조선일보 비즈니스팀장/사업부장(게임조선 웹진 창간, 월간 게임조선 창간)
2002~2005 청강대, 한국산업기술대,상명대,서울디지털대 게임전공 겸임교수 역임
2005~2006 지스타 국제게임전시회 총괄부장 (문화부 장관상 수상)
2007~2008 하이원리조트 문화콘텐츠 TF팀장(Director)
2008~ 현재 미국 Game In USA, Inc 대표 (게임퍼블리싱/마케팅)
2012~ 현재 미국 쉐퍼드 대학교(Shepherd University) 게임전공교수( Game Art &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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