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온라인게임 스타서 모바일 전향 첫 게임 대박 핀콘 유충길 대표

[인터뷰] 온라인게임서 모바일 전향 첫 게임 대박 핀콘 유충길 대표

최첨단 무기로 적을 때려잡는 아이언 맨, 고담시를 지키는 고독한 영웅 베트맨, 빌딩 사이를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까지. 세상엔 수많은 영웅들이 있다.

영웅들은 고독하다. 혼자 악에 맞서 세상을 구해내야한다. 하지만 이제 솔플(혼자 행동하는 것)하는 고독한 영웅은 식상하다. 대세는 영화 ‘어벤져스’처럼 파티 플레이(여러명이 함께 행동하는 것)다. 핀콘의 ‘헬로히어로 for Kakao(이하 헬로히어로)’는 이런 대세에 발맞춰 영웅을 통 크게 180가지 넘게 준비했다.

▲ 핀콘의 '헬로히어로'
핀콘의 첫 작품인 RPG(역할수행게임) ‘헬로히어로’는 ‘친숙함’과 ‘귀여움’에 ‘재미’를 더한 스마트폰 게임이다. 처음 창사부터 순수하게 개발자들로 이루어진 핀콘은 사업부가 아예 없었다. 마케팅에는 단돈 10원도 쓰지 않았다. 오로지 유저들의 ‘입소문’만으로 26일 앱스토어 iOS 부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온라인게임 경험이 많았지만... 다 버리고 처음부터 시작하자는 생각이었어요. 스마트폰이 뭔지. 유저가 원하는 경험이 뭔지..." C9 핵심개발자로 유명한 유충길 핀콘 대표가 모바일 게임으로 전향(?)한 이후 페이스북에 털어놓은 심정의 일부다.

'헬로히어로'는 시어머니보다 깐깐하고, 게이머보다 게임에 박식하며, 프로그래머보다 까칠한 요즘 유저들의 마음을 손가락 하나로 사로잡았다.  4월 5일 구글플레이 기준으로는 최고매출 3위를 기록했다. 유충길 핀콘 대표의 모바일 전향기를 분당 서현동의 핀콘 사무실 인근 한 카페에서 생생히 들어보았다.

▲ 유충길 핀콘 대표
■ “게임에도 유행이 있다. 모바일 기회가 찾아왔다”

요즘은 스마트폰게임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직접 해보고 결정할 수 없다. ‘헬로히어로’는 유충길 대표의 7살 아들이 직접 얼마나 재미있는지 인증해주었다.

게임 출시 이후 유 대표는 어느날 아내에게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7살난 아들이 베란다에 나가 달을 보며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했다는 것. 아내가 "무슨 소원을 그렇게 열심히 비니?"라고 물었다. 아이는 "아빠가 빨리 오게 해달라고 비는거야"라고 대답했다.

늦은 밤 회사에서 그 사실을 전해들은 유 대표는 마음이 울컥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들한테 갔다고 한다. 아들은 유 대표를 보자마자 달려왔다. 역시 예쁜 아들이구나 하고 생각하는 사이 날쌔게 휴대폰을 채가서 게임 ‘헬로히어로’를 먼저 켰다고 한다. 순간 서운함과 어리둥절, 기쁨이 뒤섞였다.  

▲ 이야기의 주인공 유충길 대표의 첫째 아들
▲ 유충길 대표와 (오른쪽) 둘째 아들
아들에게 아빠보다 사랑받는(?) ‘헬로히어로’를 만든 유충길 대표는 외길인생 게임개발 18년차의 베테랑 PD다. 

그것도 이름이 날린 스타 개발자 중 하나다. '탄트라 온라인' '아크로드 온라인' 'R2 온라인'(국무총리상) 'C9 온라인'(대한민국 게임대상 5관왕) 등 PC온라인 게임 개발은 남보다 절대 빠지지 않는데 모바일게임 개발은 '헬로히어로'가 처음이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은 사장 명함만 2000개라는 말이 있듯, 수많은 사람들이 모바일 게임에 도전해 그 중 20%만 살아남는 상(?)벤처다. 유 대표는 “하나도 불안하지 않았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어렵고 피폐해진 적은 없다. 다양한 게임을 만들면서 출시되지 못하거나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자신 있었다. 동료들도 잘 믿고 따라와줘서 의지가 많이 됐다”고 답했다.

그리고 그만의 '필'을 귀띔해줬다. 그는 “오랜 기간 게임개발에 매진하다보니 게임에도 사람들의 유행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은 시대에 맞는 플랫폼을 원하고 빠르게 적응한다. 따라서 모바일을 하나의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 “스마트폰에서 RPG를 만든다면 어떻게 나올까?”

마크 주커버그가 창업한  ‘페이스 북’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작은 상상이다. ‘헬로히어로’는 유 대표의 작은 상상에서 시작되었다. 카드배틀 게임과 아케이드 게임은 구글마켓과 앱스토어에서 발에 치일 정도로 수가 많다. 여기에서 ‘헬로히어로’는 독특하게도 3D RPG로 유저들에게 돌직구를 던졌다.

유 대표는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서 PC의 기술이 모바일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헬로히어로’의 시작은 ‘만약 스마트폰에서 RPG를 만든다면 어떤 모습일까?’하는 궁금증에서 탄생했다”고 답했다.

보통 PC게임을 만드는 사람은 모바일 게임도 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모바일이 PC보다 덜 복잡하고 간단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틀렸다. 모바일과 PC는 밥과 라면만큼 달라서 PC게임을 개발하면서 가지고 있던 기존의 틀을 완전히 깨야한다.

▲ 핀콘의 '헬로히어로' 게임 장면
그 역시 처음 모바일 게임을 만들어보니 기존의 틀을 부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유 대표는 “PC게임은 콘텐츠를 끊임없이 만들어서 채워넣고 붙여야 한다. 하지만 스마트폰 게임은 핵심만 남겨두고 최상의 운영을 위해 다 잘라내야 한다”며 이 ‘잘라내기’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 덩어리들을 잘라내는 과정이 제일 재밌었다.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잘라내고 보니 필요 없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처음과 완전히 달라진 부분도 있다. 사실 전체적으로 ‘영웅이 모험을 한다’라는 핵심을 빼고는 다 달라졌다”며 모바일게임 개발의 프로세스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더불어 “현재 모바일 게임은 꼭 MMOPRG 게임이 태동하던 초기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개념이 탄생하고 진화하고 유저들이 만들어간다. 물론 ‘같이 즐기는 것’이라는 개념은 변하지 않았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화될지 자못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 RPG 핵심 삼박자를 제대로 갖춘 ‘헬로히어로’

▲ 여자가 보는 남성 분포도와 남자가 보는 여성분포도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 남녀간에서 3가지 최상 조건을 제대로 갖추기는 어렵다. 게임 중 RPG는 기본적으로 3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하나는 캐릭터의 육성 등 ‘성장’의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것. 두 번째는 돈이든 캐릭터 개수든 ‘부의 축적’이 가능하다. 세 번째는 혼자가 아닌 커뮤니티라는 점이다. ‘헬로히어로’는 이 세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

'육성'의 과정에서 가장 독특한 점은 한 명의 유저가 최대 다섯 명의 영웅들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 ‘육성’과 ‘축적’이 하나가 된 것이다. 유 대표는 “RPG의 경우 각 아바타들이 능력을 발휘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헬로히어로’는 유저 한 명이 여러 개의 영웅들을 플레이하며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을 즐겨본 유저들이 누구나 한목소리로 ‘헬로히어로’의 백미를 꼽은 것은 채팅 서비스다. 기존 스마트폰에 RPG장르 게임에서 종종 있었다. 하지만 ‘헬로히어로’만큼 독보적 부분을 차지한 적이 없다.

유 대표는 “사실 스마트폰은 게임 자체에서 큰 몰입도가 없다. 조금 게임을 하다가 카톡도 오고, 전화도 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임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과 더불어 유저들끼리 소통을 하는 것이 오히려 게임에 플러스가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채팅을 통해 굳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주지 않아도 유저들끼리 채팅만으로도 다양한 콘텐츠가 나온다. 대화를 통해 유저들이 더욱 재미를 느껴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며 채팅 서비스를 ‘새로운 콘텐츠를 자동으로 생산해주는 효자’라고 말한다“고 답했다.

MMORPG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경우 ‘월드 오브 인맥크래프트’라고 할 정도로 사람들간의 커뮤니케이션과 관계가 중요하다. 그래서 게임 내에서만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까지 만남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정모로 만나기도 하고 종종 커플이 탄생하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 게임에서 만나 결혼에 성공한 미담
온라인 게임만큼이나 채팅 서비스가 활성화된 ‘헬로히어로’는 어떨까? 유 대표는 “기본적으로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다. 친구와 같이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지만, 혼자 하다가 성향이 맞는 사람들과 우연히 친해져 커뮤니티를 생성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헬로히어로’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평생 서로 못 만날 사람들이었는데 게임을 통해 친해지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커뮤니티에 소규모 채널방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게임 이상의 가치를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힘들고 지친 삶에 편안한 게임을 만들고 싶다"

다양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헬로히어로’ 어떻게 즐겨야 제대로 즐긴다고 소문이 날까? 유충길 대표는 “출퇴근을 하면서 혹은 취미생활로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게임 자체가 라이트하고 특별히 어렵지 않다.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여러 가지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 가장 재밌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핀콘의 앞으로 목표는 ‘전 세계인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유충길 대표는 “힘들고 지친 삶에 힘이 되고 싶고, 그것이 의미있는 일이다”라고 말한다.

4월 안드로이드 최고매출 3위.
지난 5일 페이스북에 흐뭇한 뉘앙스의 글이 하나 올라왔다. "우리 핀콘의 '헬로히어로' 안드로이드 최고매출 3위! 이러다가 진짜 1위 찍는 것 아닌지 모르겠어요 ㅎ 좋은 아침!" 바로 핀콘 투자사 케이큐브벤처스 임지훈 대표의 성원글이었다. 

‘헬로히어로’는 180개 이상의 귀여운 영웅이 있다. 핀콘과 관련 있는 인물들이 숨어있다. 그 중 NHN한게임 창업자이자 카카오 김범수 의장과 핀콘 투자사 케이큐브벤처스의 직원들도 포함되어 있다. 김범수 의장의 영어 이름은 브라이언으로, ‘헬로히어로’에서 ‘해병 브라이언’으로 등장한다.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는 게임 속에서 ‘해병 지미’다.

유충길 핀콘 대표는 "캐릭터 이름을 고심하던 중 케이큐브 식구들의 영어 이름이 떠올라 사용하게 됐다.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게임 내 캐릭터를 통해서 소셜의 재미를 구현하고, 페이스북을 통해 게임의 재미를 널리 전해주는 상부상조의 정신이 진짜 소셜게임 핵심이 아닐까. 

미들코어 장르로 게임업계에 한 획을 그은 '헬로히어로'는 지난 2일에 대규모 업데이트를 시행했다. 다시 한 번 다양한 영웅들과 기능을 추가해 '힘들고 지친 삶에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기쁨'을 준비 완료했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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