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기자의 e스팟] 스타크2 열기에 미소짓는 블리자드

블리자드사는 세계 최대 게임사가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슈퍼맨 같은 존재다.
 
블리자드의 실시간 전략 게임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크)는 IMF 이후 PC방과 인터넷 인프라를 확산시키며 한때 '한국 경제의 산타클로스'로 불렸다.

'스타크노믹스'(김태홍 등 3인 공저)를 보면 "(스타크가) 게임 개발업체·방송·PC방 등 연관 산업에 끼친 영향은 IMF 이후 1조 1400억원의 경제 효과가 있었다"라고 나와 있다. 전세계서 팔린 950만 장 중 450만 장이 한국에서 팔렸으니 그 열기를 가히 짐작할 만하다.
 
더욱이 스타크는 한국 e스포츠의 핵심 종목이다. 한국에는 12개의 프로 게임단과 2개의 게임 채널이 있다. 연중 내내 개인 리그(2개)와 프로 리그가 열린다. 임요환은 공군에 입대한 후에도 여전히 60만 명의 팬클럽 회원을 거느린 '전국구 슈퍼스타'다.
 
블리자드는 스타크의 인기를 발판 삼아 한국에서 '디아블로'·'워크래프트3'·'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만드는 게임마다 크게 히트시켰다. 블리자드가 지난 19~20일 올림픽 체조경기장 일대 3만 평에 전 세계 블리자드 유저를 초대해 게임 축제를 열고, 스타크의 후속작 '스타크래프트2'를 공개한 것도 다 한국 유저들의 열렬한 '블리자드 사랑'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현장에서 신작 발표를 지켜보는 내외신 기자들의 표정에선 온도 차이가 느껴졌다. 한국 기자들이 "게임업계 핵폭탄이 터졌다"라고 외치며 법석을 떤 반면 미국 등 서구에서 온 기자들은 "왜 하필 한국에서 게임 발표회를 할까"하며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블리자드는 수십억원을 들여 자사의 핵심 개발자 70여 명을 서울로 모셔(?) 왔다. 아시아와 북미 기자들도 대규모로 초대했다. 또한 이효리와 슈퍼주니어 등 인기 가수들의 초청 공연까지 준비했다. 스타크·워크래프트3 등 자사 대표 게임의 e스포츠 대회도 열었다.
 
이 모든 것이 치밀하게 짜여진 블리자드의 글로벌 홍보 전략 퀘스트(게임 내 수행 과제)로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사장은 "한국은 e스포츠의 수도"라고 치켜세우며 한국 유저들의 폭발적 열기를 외신을 빌려 전 세계에 보여 주었다. 이를 지렛대로 스타크2를 자연스럽게 홍보했다. 또한 TV 중계 등을 언급하며 스타크2를 통해 e스포츠의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도 숨기지 않았다.
 
예상대로 스타크2 발표장은 무려 5만 명이 넘는 관람객으로 북적였고, 블리자드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잔치를 끝냈다. 이제 남은 관심은 2009년쯤 출시될 스타크2의 파괴력이다. 게임 하나가 한국 유저들의 취향을 어떻게 바꿀지, 전세계 e스포츠의 지형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벌써부터 온갖 추측이 무성하다.
 
어쩌면 블리자드는 서울서 발표한 스타크2라는 회심의 카드 하나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거대한 태풍을 몰고 오는 '나비효과'를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열렬한 짝사랑의 한국 유저에게 그다지 해 준 것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박명기 기자 2007년 5월 24일자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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