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기자의 e스팟] e스포츠 체육 종목 채택 서둘러라

뭐니 뭐니 해도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이다. 온라인 게임 콘텐트에다 사람과 사람이 맞붙는 스포츠가 만나 탄생한 e스포츠란 용어의 태생 자체가 한국산이다. 2000년 한국의 문화관광부 장관이 첫 언급한 e스포츠는 이제 지구촌 고유 명사가 되었다. 실력의 높고 낮음을 의미하는 고수(gosu)와 하수(hasu)는 이제 세계적 공인어이다.
 
PC방이라는 인프라와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의 환상 결합이 낳은 e스포츠는 10년 전인 1997년 12월 최초의 전국 대회인 KPGL(한국프로게이머리그)이 열렸다. 이어 2000년 온게임넷, 2001년 MBC게임 등 게임 채널이 등장해 스포츠의 중요 요소인 '관전 시대'를 활짝 열어젖혔다.
 
그렇지만 한국의 e스포츠는 아직 공식 체육 종목이 아니다. 중국은 2003년 11월에 e스포츠를 99번째 정식 스포츠로 채택했다. 중화전국체육총회가 주무 부서로 중국 내 모든 e스포츠 업무를 총괄한다. 또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야제 식전 행사도 e스포츠 대회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는 e스포츠 공인을 반대하는 전통 체육 종목들의 의견이 만만찮다. 정식 종목 인정의 관건은 정해진 룰과 경쟁을 통해 육체적 활동을 수반하느냐다. 바둑이 체육 종목으로 공인됐을 때도 '육체적 활동'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마우스·키보드를 두드리는 e스포츠의 경우 실제 운동량이 결코 적지 않다. 고도의 집중력도 필요하다. 프로게이머들의 신기의 손놀림은 분당 최대 400타를 넘나든다. 경기를 마치면 어깨가 뻐근하고 손목이 아프다고 호소할 정도다. 이 정도면 반론이 충분할까? 가령 고정된 자세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사격 같은 경우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마침 지난 7일 한·중 e스포츠 국가대항전인 IEF(국제e스포츠페스티벌)의 한국 공동위원장인 이광재 국회의원(열린우리당)이 "올해 안으로 e스포츠가 정식 체육 종목이 될 것"이라고 호언했다. 이 의원은 이미 체육회와 만나 사전 조율을 해 오고 있음을 밝혔다. 김종민 신임 문화관광부 장관도 e스포츠의 공인 체육 종목 채택에 적극적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서울대 체육학 석사 출신인 주훈 SKT 감독은 "모교에 가서 서너 번 발표를 했는데 처음에는 '게임이 무슨 스포츠냐'며 펄쩍 뛰더니 나중에는 체육으로 인정해 주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처럼 e스포츠의 공인 체육 종목 채택은 인터넷 시대 새 문화 콘텐트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함께 전통 체육 종목과의 소통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앞으로 신임 문화관광부 장관과 체육회가 자리를 함께하는 간담회를 통해서 e스포츠의 정식 체육 종목을 추진한다고 한다. 하지만 전통 체육인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거나 밀어붙이기식으로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지금 가장 필요한 말은 "여유를 갖고 서둘러라"다.

박명기 기자 2007년 5월 10일자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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