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기자의 e스팟] 게임은 불량식품? 열 살 넘기고 '문화 콘텐트' 우뚝

“벌써 10년이 되었다는 게 실감 나지 않는다.”

한국 게임업계 맏형인 엔씨소프트가 지난 6일. 조이맥스가 10일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의 대표는 똑같은 말로 말문을 열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니 10년은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다.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했던 가장 위대한 천재 예술가로 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명작 ‘최후의 만찬’을 완성하는 데 10년이 걸렸다. 벽만을 바라보며 10년 묵언 수행 중이던 지족선사가 비에 흠뻑 젖은 명기 황진이의 모습을 보고 그녀의 치마폭에 나자빠져 생긴 말도 “십년 공부 나무아미타불”이다.

어쨌거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아 10년을 맞은 게임사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2004년 넥슨과 손노리. 2005년 소프트맥스가 먼저 열 돌을 맞았고. 지난해엔 라자드와 액토즈가 열 살이 됐다. 조이맥스의 10주년 행사 때 옆 자리에 앉은 남택원 L&K 사장은 “우리도 다음달이면 10주년이 된다”라고 했다. 내년에는 한빛소프트와 그리곤이 열살배기 생일상을 받는다.

이들은 모두 게임을 마치 불량 식품 취급하던 시절을 이겨냈다. 열 돌 잔치 때 넥슨은 온라인 전시관과 초창기 모습을 담은 DVD를 제작했고. 소프트맥스의 10주년 행사에서는 전 직원이 성금을 모아 사장에게 감사패를 증정해 진한 감동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10일 전찬웅 조이맥스 사장은 “앞으로 100년 이상 가는 기업으로 키우겠다. 15년 행사 때 다시 모이자”라고 했다.

한국 게임 10년사를 회고하다 보면 뼈아픈 대목도 있다. 한국에서 온라인 게임은 여전히 문화 콘텐트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많아서다. 게임사들은 게임을 대박으로 가기 위한 투기판쯤으로 여기고 있다. 또 청소년 보호·사행성·중독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일반인을 설득할 업계 스스로 기준과 대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게임사들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블록버스터를 들고 한국 온라인 게임 타도를 외친다. 그런데도 한국 안에서는 아직도 갈팡질팡이다. 일부 개발사들은 “대박 내고 튀어라” 같은 저급한 베팅 논리에 매달려 있고. 국가청소년위원회에서는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온라인 게임을 전면 금지시키자” 같은 위헌적 발상까지 내놓고 있다.

한국 게임도 이제 영화나 음반 같은 당당한 문화 콘텐트로 자리 잡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미국·일본·중국 게임들에게 밀려 하루아침에 나자빠질 수 있다. 지족선사가 황진이의 치마폭에 한순간에 고꾸라진 것처럼 십년 공부 나무아미타불이 될지도 모른다.

박명기 기자 [mkpark@ilgan.co.kr]  일간스포츠 2007년 4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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