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게임 ‘스타프로젝트’ 최초 음반 출시 성우 이호산-최승훈

성우 이호산씨(왼쪽)와 최승훈씨.
[게임톡] 일본에 가면 목소리로 점을 치는 곳이 있단다. 가끔 녹음된 내 목소리를 들을 때면 그 점쟁이를 떠올린다. 목소리 속 나는 마치 딴 사람처럼 낯설다. 발음도 음색도 영 마뜩찮다. 과연 내 목소리를 점친다면? ‘뿌리깊은 나무’의 세종 역 한석규는 성우 출신 배우다. 일요일 아침 침대에서 여유 부리며 마시는 커피향처럼 편안한 목소리. 존경과 질투에 빠뜨리는 그 치명적인 편안함과 내 목소리의 얼레벌레함이란?

생전 처음 ‘목소리 연기자’ 성우 두 사람을 만났다. 오락 프로그램 ‘짝’의 ‘여자 3호’, 더 멀리 ‘형사 콜롬보’ ‘은하철도 999’의 메텔 목소리를 상상했다. ‘스타 프로젝트’라는 게임 속 윤과 원영 캐릭터를 연기하는 이호산(33) 최승훈(32). 이들은 한국 최초로 게임 캐릭터 음반을 냈다. 게임 캐릭터송이 어엿한 정규음반이 된 것. “스타프로젝트로 진짜 스타로 뜨고 싶다”는 그들을 서울 구로동 대륭1차 아툰즈 회의실에서 만났다. 

이호산씨
■ “그저 아픈 내 뒷모습에...Still You”
아툰즈의 게임 ‘스타 프로젝트’는 여러 가지가 국내 최초다. 매니저가 되어 스타를 키우는 육성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의 최초고, 주인공 캐릭터 윤, 원영의 캐릭터송을 어엿한 정규앨범으로 낸 것도 최초다.

게임에서 오프닝이나 엔딩 곡 혹은 삽입곡으로 홍보영상과 함께 곡이 서비스되는 경우는 많지만, 게임 주인공 캐릭터 성우가 직접 보컬을 맡아 정식음반을 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Still You’를 음악으로 들어보았다. ‘버릴 수가 없는 기억, 거짓말 같은 내 추억...다시 돌아올 너는 없는데. Still..’ 등 좀 손발이 오그라드는 가사가 들어있다. 하지만 달콤한 멜로디와 감각적인 리듬은 가수 뺨치는 실력이었다. 음반을 내고, 오프라인에 맨 얼굴을 드러내며 팬사인회도 가진 그들은 자신의 음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나온 음악을 들어보다 ‘내 목소리 맞아’하고 움찔움찔 했다”(최) “이것이야말로 현대과학기술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 등 너스레를 떠는 모습이 애니메이션 ‘와라! 편의점’의 민준(최)의 다소곳한 모습과 ‘은혼’의 황자(이)의 개그코드를 그대로 닮았다.

하지만 이들은 “목소리로 감정 표현하는 것이 직업이어서 노래로 감정 표현하는 것이 쉬울 줄 알았는데 어려웠다. 발성법도 차이가 있었다. 음반을 만들고 난 후 보컬 트레이닝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녹음이 쉽지는 않았지만 연애하는 기분으로 임했다고도 했다. “‘스타프로젝트’는 여성 유저를 타깃으로 한 연애육성 게임이다. 유저가 직접 매니저가 되어 남성 캐릭터를 골라 연습생부터 연예계 정상에 오르는 과정을 플레이한다. 게임이 그렇듯 녹음도 연애하는 기분으로 했다. 평소 하던 분야가 아니라 더 잘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작곡가들이 믹싱을 잘 해주었다.”

이들은 “이진희 아툰즈 대표도 ‘원영 노래가 너무 좋다’며 만족한 반응을 보이며 시간 날 때마다 계속 듣고 있다”고 귀띔했다. 

최승훈씨

■ 목소리 연기 그리고 게임의 연애 방정식
최근 게임과 성우가 부쩍 친해졌다. 예를 들어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에는 성우만 100명 참여한다. 온라인게임 특성상 등장인물만 800명이라 한 사람당 10여명을 연기한다.

그런가 하면 ‘DK온라인’은 게이머에게도 친숙한 김상현(윤도현의 러브레터, ‘리그오브레전드’), 홍시호(슬램덩크, ‘창세기전3’), 시영준(‘월드오브워크래프트’, ‘블레이드앤소울’), 여민정(아즈망가대왕, ‘마비노기’), 최석필(랭고, ‘스타크래프트’), 박신희(마법천자문, ‘메이플스토리’), 서윤선(꽃보다 남자, ‘던전앤파이터’), 한채언(나루토, ‘스타크래프트2’), 박경혜(‘블레이드앤소울’, ‘드래곤네스트’)등 총 9명의 정상급 성우를 등장시키기도 했다.

이호산과 최승훈 두 성우는 만화전문 케이블 채널 투니버스의 입사 동기다. 전속 기간이 끝나 이제는 프리랜서다. 게임에서의 목소리 연기 경험도 적지 않다. 이호산씨는 ‘스타프로젝트 온라인’(유 원영) ‘타르타로스 온라인’(크로모도) ‘마비노기 영웅전’(리시타) ‘테일즈 런너’(아벨)에 출연했고, 최승훈씨는 ‘스타프로젝트 온라인’(정윤) ‘타르타로스 온라인’(애그리트) 등에서 연기했다.

목소리 연기와 음반 발매를 통해 게임과 절친이 된 이들에게 ‘스타프로젝트’ 게임에 대해 물었다. 이호산씨는 “게임 안에 홍대와 남산 등 지역별 스테이지가 나온다. 여자 주인공인 유저 입장에서 보면 게임 캐릭터인 꽃미남 남자주인공과 1:1로 커나간다. 실제 지명과 공간이 나와 훨씬 친근감이 있고 재밌다. 기획을 잘 짠 거 같다”고 했다. 최승훈씨는 “드라마로 치면 ‘파리의 연인’이나 ‘시크릿가든’ 같은 연애드라마 같다. 게임을 통해 TV만큼 일반인과 교감을 갖고 가까이 갈 수 있다”고 했다.

스타프로젝트 음반 일러스트
참고로 ‘스타프로젝트’는 최근 프랑스(http://www.galaxy-games.com)에서도 오픈베타 서비스 중이다. 한국에선 아툰즈가 운영 중인 비비빅닷컴(www.vvvic.com)과 네이버(http://apps.naver.com/app/31010)와 네이트 소셜앱스(http://bit.ly/rc0JU9)로도 오픈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게임쪽이야말로 성우는 감정을 살려내는데 확실한 역할이 있다. 이호산씨는 “한번 녹음하면 유저들이 수백 수천 번을 듣는다. 그래서 안 질리게 조율한다. 느낌을 살리기 위해 꼭 가입해서 게임을 직접 해본다”고 했다. 최승훈씨도 “저희가 녹음을 잘못하면 건너뛰기를 해버린다. 또한 트래픽이 떨어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 윤과 원영, 목소리에도 색깔이 있다
이 게임에서 이호산씨와 최승훈씨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윤과 원영이다. 재미있는 것은 윤은 무료캐릭터고, 원영은 유료캐릭터라는 점. 활발한 성격의 이호산씨에게는 윤이 더 맞는데, 원영이란다. 대신 차도남의 원영 캐릭터는 최승훈씨니 실제와는 뒤바뀌었다.

성우의 세계에서 그들의 성격은 확실히 구분된다. 최승훈씨는 지금까지 맡았던 연기 중 '자니 캐스트'의 자니, '와라! 편의점'의 민준, '원피스'의 브룩을 꼽았다. 세련되면서도 차가운 도시의 남자, '차도남'이다. 이호산씨는 대외적으로 이름을 알린 ‘캐릭캐릭 체인지’의 토마, ‘은혼’의 황자를 좋아한다. 실제로 황자는 혀짧은 바보 캐릭터로 “7년 동안 모든 걸 버리고 편안하게 정신 줄 놓았다”고 했다.

연애 오락프로그램 ‘짝’의 해설자 김성원씨나 TV물 ‘형사 콜롬보’의 배한성 같은 이는 목소리만으로도 스타다. 영화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나 시고니 위버 같은 역에는 고정 목소리 연기자가 있다. 

최승훈씨와 이호산씨가 존경하는 성우는 누구일까. 또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어떤 것일까. 최승훈씨는 “'케로로'의 양정화 선배를 보면 연기만으로 광채가 나는구나 느껴진다. '인타임' 주연배우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동갑이다. 그라면 내가 적임자라는 말을 듣고 싶다...”

이호산씨는 “제가 존경하는 연기자는 ‘짱구는 못말려'에서의 짱구 아빠와 ‘아기공룡 둘리'에서의 마이클’을 맡은 오세홍씨다. 린다 해밀턴과 시고니 위버 역을 맡은 손정아 선생님도 좋아한다. 연기해보니 황자처럼 정신줄 놓는 코믹 캐릭터가 좋다. 혼자 진지한 척 하지만 개그코드로 터지는 주성치역을 꼭 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 성우는 무엇으로 사는가?
이들은 지난해 11월 말 과천 서울대공원 하비인 월드에서 유저 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제1차 성우 팬미팅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공략캐릭터인 윤과 원영의 캐릭터송 1곡들이 최초 깜짝 공개되었다. 라이브로 캐릭터송도 선보였다.

광고에서부터 나레이션, 애니메이션에서 맹활약하지만 늘 ‘얼굴없는 배우’인 이들이 오프라인 무대에 민낯으로 팬을 대면한 자리의 감회가 남달랐다. 10대 중후반에서 20대 초반의 팬들은 듣고 싶어하는 멘트를 부탁하거나, 게임 캐릭터에게서 듣고 싶어하는 말 등을 요청했다. 또 사인을 해주거나 캐릭터처럼 행동을 보여주면 환호했다. “게임하면서 들은 것과 라이브로 듣는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아주 좋아했다.”

성우 팬미팅 현장 모습.
그렇다면 이들의 하루 일정은 어떻게 될까. ‘재미없는 일은 하지 않는다’가 생활신조인 이호산씨는 월요일엔 EBS ‘딩동댕 유치원’ 선인장 인형 녹화, 화요일에는 축구만화 ‘선더일레븐’ 녹음, 주중에는 게임 애니메이션 등의 녹음을 위해 영상 대본 연습이나 캐릭터 성격 파악을 한다.

최승훈씨는 영화채널 캐치원의 ‘명탐정 코난’과 ‘와라! 편의점’ 더빙이나 ‘어린왕자’(EBS)를 맡는다. 최승훈씨는 “나이가 지긋해서도 성우 일을 하고 싶다. ‘녹음실에서 죽고 싶다’고 어디선가 밝혔더니 ‘누가 치우냐’ ‘민폐다’라는 농담성 야유를 받긴 했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붕뚫고 하이킥’ 같은 시트콤에서 노는 삼촌 역 같은 것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호산 프로필]
1980년 11월 2일생 (33세)
2006년 온미디어 성우극회 6기 (투니버스 공채 6기)
애니메이션: 너에게 닿기를(사나다 류)/ 가정교사 히트맨 리본(료) /캐릭캐릭 체인지(토마) /스켓 댄스(서희찬) /결계사(시시오 겐) /원피스(카쿠)
게임: 스타프로젝트 온라인(유 원영) /타르타로스 온라인 (크로모도)/ 마비노기 영웅전 (리시타) /테일즈 런너(아벨)

[최승훈 프로필]
1981년 9월 30일생 (32세)
2006년 온미디어 성우극회 6기 (투니버스 공채 6기)
애니메이션: 은혼(오키타 소고) /가정교사 히트맨 리본(로크) /블리치(키라 이즈루)/ 꿈빛 파티시엘 (안도하) /와라! 편의점(강민준) /캐릭캐릭 체인지(소마) /뱀파이어의 기사(아이도) /썸머워즈(코이소 켄지)
게임: 스타프로젝트 온라인(정 윤) /타르타로스 온라인 (애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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