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근 엔씨소프트 사운드 실장 "동양적 감성 표현"

▲ 송호근 엔씨소프트 개발본부 사운드실 실장
[게임톡] "생생한 음악을 재현하기 위해 5년 동안 모든 걸 바쳤다.” 송호근 엔씨소프트 개발본부 사운드실장은 게임 ‘블레이드 앤 소울’의 음향, 음악, 음성을 총괄한다. 게임의 화려한 전투와 고품격 비주얼을 뒷받침한다. 시각적으로 불분명한 감정을 소리로, 청각으로 채워주는 일을 맡은 사령관이다.

■ 테마 300개, 등장인물 800, 성우연기만 100여명

엔씨소프트의 대표게임인 ‘리니지’ ‘리니지2’에서 음악을 담당했던 그는 2007년부터는 ‘블레이드 앤 소울’에서 만 5년 동안 모든 것을 바쳤다. 다른 MMORPG와는 달리 ‘블레이드 앤 소울’은 무협액션 게임이다 보니 액션성과 타격감에 주안점을 두고 동양적 감성을 담아내려고 땀 한방울까지 모두 쏟아넣었다.

이 게임에 들어간 테마는 300가지가 넘는다. 등장인물이 800명에 성우 연기자 참여자 수만해도  100여명이다. 그는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무협영화, 케이블 무협방송을 많이 찾아봤다. '블레이드 앤 소울'은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베이스로 동양의 서정성을 민속 악기로 담았다. 멜로디의 80%가 서양음악 기반이라면 나머지 악기는 피리나 대금, 가야금 등으로 동양적인 한을 표현했다”고 했다.

게임 내 PC나 NPC에게 역동성을 부여하기 위해 모션을 강조해야 한다. 가령 활시위를 당길 때 에너지를 넣어줘야 당기는 느낌, 타격감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 '살인의 추억' '적벽대전' '귀무자2'의 이와시 소타로 음악감독

음악감독으로 영입한 건 일본의 피아니스트이자 TV, CF는 물론 영화 ‘살인의 추억’(한국), ‘적벽대전2’(중국)과 게임 ‘귀무자2’의 음악을 맡았던 이와시로 타로. 이와시 소타로가 전체의 10% 분량을 맡았고, 90%인 280여곡은 엔씨소프트 음악팀에서 작곡과 편곡, 프로듀싱을 직접했다.

그는 “'블레이드앤소울'의 키워드는 역동성이다. 음악만으로도 감동을 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데모 작업이 까다로웠다. 한 번에 끝나는 것은 거의 없었다. 어떤 것은 5~6번을 다시 작업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잘 받아주었다”며 “마지막 테마를 완성할 때는 크리스마스 이브 때였다. 제가 휴가도 반납하고 일본으로 출장 가 크리스마스날 새벽 2시까지 작업했다”고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도 이와시로 타로의 ‘귀무자2’의 음악을 게임음악 중 최고로 친다. 좋아하는 이유는 “비장미, 동양적인 슬픔을 잘 담아냈고, 서양음악과는 다른 아이덴티티가 담겨서”다. 이와시로 타로의 ‘적벽대전1', '적벽대전2’의 영화음악 또한 거대한 동양적 스케일을 영화에 잘 표현해내서 무척 좋아한다.

■ 낯익은 머털도사-스머프-개구리 왕눈이 목소리

가장 눈에 띄는 건 80명이나 되는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 앞으로 100여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성우연기는 유명애니메이션 ‘머털도사’의 왕지락, ‘은하철도999’의 차장, ‘슬램덩크’의 서태웅, ‘개구리 왕눈이’의 투투, ‘스머프’의 가가멜 등의 낯익은 육성들을 만날 수 있다.

그는 “'이런 프로젝트를 위해 이렇게 많은 인원을 참여시키네요' 하며 성우들이 많이 놀란다. '이 게임이 출시될 무렵에는 한국 성우계가 ‘블레이드앤소울’ 참여 성우와 비참여 성우로 나뉠 것'이라며 농담도 하신다”고 전했다.

성우 연기자의 캐스팅은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보고 고른다. 외모가 크거나, 비열하거나, 사악하거나, 우스꽝스럽거나 등 여러 유형이다. 잘 모르는 배우라도 음성을 찾아보고 게임 캐릭터와 매칭되는지를 판단해 캐스팅한다.

외국 성우들도 작업에 참여했다. 그는 “그들은 기합 같은 녹음에도 만족 못하면 본인이 더 미안해하고 답답해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엔씨소프트 내부에서도 목소리 연기의 출연 신청을 받아 1명이 게임 속의 연기자로 참여했다.

▲ 블레이드앤소울의 살수귀 간묘월
■ "게임하면서 감동느꼈다면 사운드팀도 기억해달라"

그는 “시네마틱 녹음의 경우 캐릭터의 얼굴 클로즈업되니 세세히 표현하고 의성어 호흡도 디테일하게 표현하라고 요구하는 편”이라며 “온라인게임 특성상 등장인물이 800개다. 100여명이 참여하다 보니 카멜레온 같은 연기 요청으로 성우들이 힘들어하신다. 보통 노인, 아이, 소년, 청년, 건장한 사내 등 1인 10역을 맡는다”고 소개했다.

원로 성우와 투니버스 출신 젊은 성우들의 차이도 있다. 원로 성우들의 경우 하나의 캐릭터만 하는 배우가 많은데 비해, 젊은 성우는 다양한 역을 맡는 경우가 많아서다. 가령 배한성은 배한성으로서의 이미지가 있지만, 젊은 배우들은 배한성 최한성 김한성 등 다채로운 연기를 넘나든다.

‘리니지1’,‘리니지2’에서 사운드 개발을 하면서 풀리지 않았던 어려움을 ‘블레이드 앤 소울’에서 많이 해결한 송호근 엔씨소프트 사운드 실장.

그는 “처음 엔씨에 입사할 때는 수동적 마인드로 참여했다. 그런데 게임 개발 완료하고 나니 아쉬움과 섭섭한 부분이 보였다. 그걸 해결하려고 하다보니 적극적 기획 마인드, 개발자 마인드로 전환되었다”며 “그 경험과 노하우가 극대화돼 반영된 것이 ‘블레이드앤소울’이다. 사운드는 보이는 것이 아니고 들리는 것이지만 게임을 하다 감동과 흥분을 느낀다면 사운드쪽의 노력도 느껴주기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한편 도쿄의 100인조 오케스트라와 이와시 소타로가 제작한 게임음악의 OST는 서비스 시점에 동시 발매된다.

 

엔씨소프트 사운드실은?

한국 게임업계에서 독자적인 사운드실 갖고 있는 회사는 몇 개 없다. 엔씨소프트의 사운드실 규모는 40여명이다. 다른 회사가 10여명임에 비하면 글로벌 회사와 비교해도 경쟁력에서 우위를 갖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하나의 회사에서 대형 온라인게임 개발 음악을 담당하는 곳이 많지 않다. EA의 경우 개발 조직별로 사운드팀이 나뉘어 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 사운드실은 하나의 조직에서 자사의 모든 게임 개발-개발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세계 유일한 조직이라 자랑할 만하다. 그래서 그런지 개발하면 어떻게 사운드를 발전시킬까 내부적으로 토론도 많다. 송호근 엔씨소프트 개발본부 사운드실장은 "오랜 역사를 가진 조직은 아니지만 시간이 갈수록 경쟁력 더 강해질 것"이라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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