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기자의 e스팟] 임요환과 e스포츠학과 개설 붐

지난 3일 'e스포츠의 황제' 임요환이 소속된 공군팀이 충남 계룡대에서 '에이스'란 팀명을 달고 정식 창단했다. 1년 전 이 칼럼에서 "상무팀을 만들어 임요환의 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주장,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기억에 비춰 보면 뽕나무밭이 바다로 바뀐 느낌이다.
 
지난 8일 KBS TV <뉴스 9>에서는 해군의 사물놀이팀 등 군 특기병의 세계를 다뤘다. 하지만 주 내용은 공군팀의 전산 특기병이었고, 진짜 주인공은 임요환이었다. 지난해 여름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프로리그 전기 결승전 모습이 MBC TV <뉴스데스크>에 첫 전파를 탄 이후 e스포츠가 공중파 주요 뉴스로 장식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공군팀과 더불어 최근 눈에 번쩍 띄는 뉴스는 e스포츠학과 개설 붐이다. 올 들어 청강문화산업대학(80명)·주성대학(50명)·전남과학대학(50명) 등 3개 대학이 새로 180명을 뽑았다. e스포츠 학과 개설 붐이 급조된 교재와 졸속 커리큐럼 때문에 '눈가리고 아옹'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지만 고무적이라 할 만하다.
 
중국은 2003년에 e스포츠를 세계 최초로 정식 체육 종목으로 승인했다. 700여 평의 전용 경기장도 정부 주도로 건설하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야제를 e스포츠 대회로 치를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에선 e스포츠가 아직 정식 스포츠 종목이 아니다. 지구촌에서 유일하게 두 개의 게임 전문 채널이 있고, 1년 내내 팀·개인 리그가 있을뿐더러 팬 클럽 회원 58만 명을 거느린 임요환이라는 스타를 가진 e스포츠 선진국이란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지난해 9월 리우 유안 푸 중국 체육총국 처장은 "e스포츠 기원은 서구에서, 발전은 한국에서 이뤄졌지만 중국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호언했다. 지난해 미 전역 방송에 이어 전 세계 e스포츠 중계를 목표로 스타TV 등과 제휴해 CGS리그를 창립한 미국이나 유럽 최대 리그 ESL를 창설한 독일도 경쟁자다.
 
그렇다면 e스포츠 종주국이라 자부하는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e스포츠 과잉 열기에서 비롯된 착시 현상을 걷어 낼 때가 됐다. '우물 안 개구리'식 좁은 안목에서 하루바삐 벗어나야 한다. 한국의 e스포츠 주요 종목은 외국에서는 잘하지 않는 <스타크래프트>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워크래프트3> 등 국제적 인기 종목은 선수층도 얇고, 팀도 거의 없다. <스페셜포스> <카트라이더> 등 국산 종목도 리그를 진행하고 있지만 인기가 낮다. 한국이 e스포츠의 종주국이라고 외치기엔 어딘가 논리가 옹색하다.
 
한국이 국제적으로 e스포츠 주도권을 잡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보다 큰 그림이 필요하다. 국산 종목을 적극 발굴하고, <워크래프트3> 등 글로벌 종목에 대한 대회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한국이 주도해 세계 랭킹과 룰을 표준화하고 국제적 단체도 만들어 내야 한다. 눈앞의 현실에만 매달려 있다가는 애써 차려 놓은 밥상까지 통째로 뺏기고 큰코다칠 날이 눈 깜짝할 새 닥칠지도 모른다.

박명기 기자 일간스포츠 2007년 4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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