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교수, 미국을 플레이하다(3) : E3와 지스타와의 인연

첫 미국탐험 미션: E3전시회 관람 후 무사히 숙소 복귀하기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는 1995년 LA에서 처음 개최되었다. 이후 전세계 수백 개의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참여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전시회가 되었다.

주요 비디오게임 기업들을 필두로 PC게임, 인터넷 게임은 물론 각종 소프트웨어와 주변기기들까지 앞다퉈 참여한다. 전세계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와 비즈니스 미팅을 겸한 무역박람회다. 여타의 게임 전시회와는 차별화되어 게임업체 관계자나 취재진을 제외한 일반 관람객은 입장할 수 없다.

이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퀘스트를 수행해야 한다. 우선, LA 컨벤션센터까지 이동하기(렌터카, 주차), 전시회 입장 배지(패스) 획득하기, 그리고 전시회 관람 및 비즈니스 미팅한 후 숙소로 복귀하기다. 지금이야 그리 어려운 일들이 아니지만, 초보 미국 플레이어에게는 모두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레벨1의 초보 플레이어의 E3전시회 플레이 시작
미국 E3전시장 메인홀에 "한국게임 공동관" 입성
E3 2013과 지스타 2013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며…

1. LA 컨벤션센터까지 이동하기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승용차를 이용한다. 한국과 달리 미국의 대중 교통시설은 한국에 비해 그다지 편하지 않다. 한국의 지하철과 버스, 택시를 떠올리면 오산이다. 10수년 전의 대중교통 상황은 더욱 좋을 게 없었다. 코리아타운에 있는 숙소에서 LA다운타운에 있는 전시장으로의 이동을 위해서, 즉, 첫 번째 퀘스트를 해결하기 위해서, 렌터카를 이용하기로 했다.

경험해 본 독자들은 이해할 것이다. 말은 쉽게들 하지만, 미국에 처음 도착해서 차를 빌리는 퀘스트는 만만한 일은 아니다. 참고로, 렌터카 빌리기는 공항이나 웬만한 규모의 호텔이면 모두 가능하다. 물론 요즘은, 온라인 예약 시 운이 좋으면 정말 좋은 조건으로 차를 빌릴 수가 있다. 호텔 직원의 도움으로 렌터카를 무사히 빌려서 E3전시장으로 출발! (나중에 렌터카 빌리기와 미국에서 운전하기 미션은 더 자세히 다루겠다)

다른 나라에서 운전하기는 또 다른 도전이 아닐 수 없었다. 한국과 신호체계(특히, 우회전 시)도 일부 달라서 머뭇거리기 일쑤였지만, 그럭저럭 미국도로에 적응해 갔다. LA의 심장부인 다운타운의 E3 전시회가 열리는 LA 컨벤션센터로 향하면서, 가로에 즐비한 야자수와 갖가지 피부색을 한 외국인들을 보면서 비로소 내가 미국의 한 복판에 들어왔음을 실감했다.

드디어, LA컨벤션센터!

E3 전시회가 열리는 LA컨벤션센터 (2012년 전경)
전시장 외벽에 나부끼는 대형 현수막이 누가 봐도 게임전시장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LA컨벤션센터 내의 주차공간을 찾아 인근을 몇 바퀴 돌았지만, 거의 다 차량들로 꽉 찬 것 같았다. 주차할 다른 곳을 찾아서 한참을 헤매다가 결국 인근 공터 사설 주차장(Event Parking 이라고 써 있음)에 차를 세웠다. 휴우, 첫 번째 퀘스트 완료. 미국플레이 경험치가 상승됨을 느껴 뿌듯했다.

2. E3 전시회 입장 패스 획득하기

와아! 정말 대단했다. 당시 난생 처음 미국에 온 것도 엄청난 경험이었는데, ‘E3 Expo 1996’는 내게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전시장의 스케일에 압도되었고, 세계 굴지의 게임 기업들을 한자리에 집합! 그 당시 다른 게임전시회도 있었지만, 정말 비교가 안 되는 규모였다.

지금은 한국의 지스타 전시회도 상당한 규모로 성장했음에도, 당시 E3의 전시 규모는 LA컨벤션센터 면적(전시장 6만7000m2, 미팅공간 1만3700m2)을 모두 활용한 것으로 기억하니까, 사상 최대의 면적으로 치러진 ‘지스타2012’규모(3만6800m2)의 2.5배 정도의 규모였다.

첫날 이른 시각인데도, 행사장에는 많은 사람들도 북적였다. 전시장 메인 로비의 등록대에는 수많은 입장객들이 현지등록 절차로 붐볐다. 필자도 전시장에 플레이어가 되어 분주히 움직이며, 등록대에서 절차에 따라 몇 가지 인적 사항을 기입하고 확인절차를 거쳤다.

필자는 마음 졸이며 전날 공항 입국 심사대에서와 같은 심정으로 대기했지만, 다행히 한국에서 사전에 준비해 온 덕에 별 무리없이 E3 패스를 손에 쥐었다.

두 번째 퀘스트, 전시장 입장 패스 득템 완료!

E3 전시회 입장 시 꼭 알아두어야 할 팁(Tip) 한 가지. 미국 E3전시장 현지에서 직접 입장권구입 시 어마어마한 입장료(약 100만원, 2013년 기준)를 내야 하니까 재주껏 입장 패스를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즉, 전시회 부스에 출전하는 회사에 부탁하거나,E3 단체 패키지 여행상품 등을 이용해야 한다.

3. 전시회 관람 및 비즈니스 미팅

세 번째 퀘스트 고고! 특템한 E3 패스를 목에 걸고, 전시장을 샅샅이 플레이 시작! 전시회 관람객들은 등록대가 있는 메이저 게임사들이 위치한 사우스홀을 가장 먼저 관람하는 구조다.

한참을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웨스트홀에도 내로라하는 굵직한 게임 메이커들의 게임들이 넘쳐났다. 아울러 켄시아 홀에는 각종 비디오게임과 PC게임의 주변기기 회사들과 중소 게임 벤처들의 야심작들이 전시되어 있었던 걸로 기억된다.

어지간히 유명한 게임들은 모두 대기자들로 줄이 족히 30분은 기다려야 했다. 특히 E3 Expo 1996에는 닌텐도64가 첫 선을 보였는데, 장시간의 대기 끝에 가까스로 '슈퍼마리오 64','소닉 익스트림'과 같은 몇 몇 게임을 직접 플레이할 수 있었다.

E3 전시회가 열리는 LA 컨벤션센터 각 홀들의 위치
각각의 부스를 가득 메운 최첨단 영상미디어 기기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게임영상들의 향연과 열심히 자사의 게임 설명에 열심인 부스 도우미들. 그리고, 게임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아찔한 차림의 부스 걸들까지…. 게다가, 거의 모든 부스마다 자사 게임 로고가 박힌 기념품들을 쏟아냈다. 이건 거의 영화나 게임 속에서나 나올 법한 모습들이었다.

단지 미디어와 비즈니스맨들만을 위한 전시회인데도, 행사장 곳곳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비즈니스 미팅 섹션에는 수많은 바이어들이 순번을 기다리면 비즈 매칭이 한창이었다. 그리고, 미디어 컨퍼런스에는 수많은 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미디어 센터에는 세계 도처에서 나온 게임 기자들과 방송국 직원들이 저마다 자국으로 기사 송고에 여념이 없었다.

아직도 다른 전시회들은 일반인들과 청소년들이 즐비한데, 이곳의 분위기는 분주하면서도 차분하고 진지하다. 오래 전이라 정확한 전시품들을 기억하긴 어렵지만, 흥분된 마음 그 자체로 나는 게임인이 된 것을 한층 더 자랑스러워했던 계기였다.

지금이야 한국에서도 지스타 전시회가 열려, E3쇼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17년 전 당시, 필자는 “대체 이런 전시회는 누가 기획하고 개최한 것일까?”하며 개최자를 존경까지 했다. 물론, 행여라도 필자가 이런 대규모의 전시회를 총괄하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한 채 말이다. 그 때만해도, 한국으로 돌아가서 제작 중인 게임들의 팔로우업과 출시 준비 중인 게임들로 머리가 꽉 차 있었다.

다음 날, 한 번 더 행사장을 찾아서 몇 건의 비즈니스 미팅 일정을 소화하고, 못다 관람한 전시장을 구석구석 살폈다. 퀘스트 세 번째 완료. 미국에서 처음으로 큼직한 미션 컴플리트!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한국에도 저런 멋진 전시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3와 지스타, 동시에 플레이하다.

필자는 이후에도, 몇 차례 더 E3전시회를 다시 찾았다. 제법 미국에 익숙한 플레이어가 되어 경험치를 쌓아갔다. 뿐만 아니라, 일본 도쿄게임쇼(TGS), 독일 게임컨벤션(Game Convention), 중국 차이나조이(ChinaJoy), 대만 게임전시회 등을 때로는 전시회 관람자로, 때로는 출품자가 되어 국제게임전시장을 누비게 되었다.

2006년 E3에 참석한 한국온라인사들.
꼭 10년이 지난, 2006년에 5월에 필자는 E3전시장을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전시자의 자격이었다. 늠름한 한국의 온라인 게임사 15개사(게임빌, 게임하이, 엔도어즈, 제이씨 등)를 이끌고 LA컨벤션센터의 사우스 홀에 당당히 입성했다.

닌텐도와 소니가 'Wii'와 '플레이스테이션 3'를 대대적으로 전격 공개했던 E3 Expo2006에서, 운이 좋게도 세계 굴지의 글로벌 게임 기업들이 주로 전시하는 ‘사우스홀’에 출전하여 '온라인 게임 종주국'의 위상을 드높였다.

게임의 명가 ‘스퀘어 에닉스’,‘캡콤’,’남코’ 바로 옆에 자리하게 될 ‘한국게임 공동관(Korea GamePavilion, 부스명 : Game Infinity)’의 전시 독립부스 장치 설치와 행사 준비를 LA에서 며칠 간 현장 감독하였다.

‘지스타 조직위원회’가 설립 당시, 국내 전시회뿐만 아니라, 국내 게임들의 해외진출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된 최초의 ‘미국 E3한국공동관’이었다. 성과가 좋았음에도 이듬해엔 예산 부족의 이유로 중단되었다. 당초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는 해외 공동관 전시 참여를 시작으로, 해외 현지에서 국제전시회 개최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전시회 지스타’가 되는 마스터플랜이 있었다.

E3 전시회 사우스홀의 한국게임공동관(Game Infinity) 출전 전시 도면, 1996년
그에 앞서, 2005년 5월에 필자는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의 창립 멤버가 되었다. ‘사단법인 지스타조직위원회’의 정관을 만들고 법인 등기를 시작으로, 정부 부처(문화부, 정통부, 산자부) 등을 부지런히 드나들며 예산을 따냈다. 아울러, 게임사들을 방문하여 전시 참여를 독려하고, 일산 킨텍스 전시장을 누비며,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준비하여 ‘지스타2005’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공로로 문화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필자가 처음 미국 땅을 밟고 E3전시회에 느꼈던 흥분과 설레임 못지않게, 지스타 전시회도 한국의 많은 청소년들과 게임업계 초년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있다 하니 기쁠 따름이다.

E3 2013과 지스타 2013의 성공 개최 기원하며…

2012년, E3전시장을 다시 찾았다. 전시회 마지막 날에 잠시 들러서 그랬는지 예전에 그 흥분감은 덜 했다. 세계 최고라는 E3전시회도 이러저러한 개최지가 몇 차례 바뀌기도 하고, 포맷에 변화를 주기도 하는 등 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7-2008년에는 ‘E3 미디어&비즈니스 서밋’이라는 이름으로 규모가 줄어들고 행사 내용이 확 바꾸는 시도를 감행했다. 이는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의 발달로 인한 오프라인 전시회의 효용성에 대한 주요 전시 참가사들의 회의감을 반영했던 것으로 분석되었다.

곧바로 2009년부터 오프라인 비즈니스 박람회 성격으로 전환했지만 전성기 때만은 못한 것 갔다. 이는 초고속 인터넷의 보편화에 따른 SNS 미디어의 확산과 모바일 게임의 강세로, 비디오게임기 중심의 오프라인 전시회가 주는 매력 포인트들이 감쇄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그럼에도 E3 Expo2013에는 메이저게임사들을 포함하여 100개의 기업들이 일찌감치 출전을 확정지은 것을 보아 올해도 전세계 게임인들의 축제의 장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서‘게임 산업 규제 법안 발의’에 지스타 개최지인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이 동참함에 따라 파장이 일고 있어 안타깝다. 이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메이저 게임사의 지스타 불참 선언에, 대체 전시회 개최 움직임까지 이어져 상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

2005년 당초 설립취지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한국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는 현명한 해법을 찾아 ‘지스타 국제전시회’가 올해에도 성황리에 개최되길 기원한다.

더 나아가 국제전시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미국에서도 ‘지스타 전시회’를 플레이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 될 것이다.

 미국 쉐퍼드 대학 게임전공 교수 game3651@gmail.com

김정태 교수 프로필

1995~1999 삼성전자㈜ 게임 프로듀서 (게임/멀티미디어 타이틀 300여편 기획/개발/마케팅)
1999~2002 ㈜ 디지틀조선일보 비즈니스팀장/사업부장(게임조선 웹진 창간, 월간 게임조선 창간)
2002~2005 청강대, 한국산업기술대,상명대,서울디지털대 게임전공 겸임교수 역임
2005~2006 지스타 국제게임전시회 총괄부장 (문화부 장관상 수상)
2007~2008 하이원리조트 문화콘텐츠 TF팀장(Director)
2008~ 현재 미국 Game In USA, Inc 대표 (게임퍼블리싱/마케팅)
2012~ 현재 미국 쉐퍼드 대학교(Shepherd University) 게임전공교수( Game Art &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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