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대해부]카드와 스토리, 하루 1만2000명 커뮤니티 북적 '태풍의눈'

이름만 들어서도 생소한 한 게임이 한국 앱스토어 출시 하루 만에 매출 1위를 기록했다. 2월 9일 현재 앱스토어 최고 매출 1위다. 구글 플레이는 매출 4위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게임의 장르다. 팜-팡 류 게임들이 주류였던 한국 스마트폰 게임시장에서 TCG(트레이딩 카드 게임)이라는 다분히 마니악한 장르로 인기 돌풍을 일으킨 것.

바로 ‘확산성 밀리어아서’(액토즈 소프트)다. 개발사는 일본 스퀘어 에닉스다. 물론 스마트폰용 카드배틀게임이기에 전통적인 의미의 TCG와는 다르다. TCG처럼 단지 카드를 뽑거나 사 모으고 거래하며 다른 사람들과 카드배틀을 벌이는 것은 기본이다. 뿐만 아니라, 실제 현실 시간이 얼마나 지나가는가에 따라 AP(Action point)를 받아 일정 행동을 수행하는 웹게임적인 요소와 스토리를 진행해가며 자신의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RPG적 요소를 적절히 섞어놓았다.

까다로운 입맛을 지닌 한국 게이머들을 사로잡으며 이렇게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카드배틀 게임의 종결자, 무엇이 ‘확밀아’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지 심층해부를 해보았다.

■뭐니뭐니 해도 카드가 중요, 아름다운 일러스트
카드 게임을 하는 이유는 뭘까? 카드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카드다. 카드게임은 카드를 모으고 수집하는 재미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

사람들에게 카드를 가지고 싶은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카드게임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다. 자 아래 사진들을 잠깐 감상하자.

덕심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일러스트들
일본의 유명 게임사 스퀘어 에닉스의 빅타이틀급 게임답게 거장 ‘카마치 카즈마’가 방대한 시나리오를 담당했다. 100여명이 넘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와 유명 성우들이 대거 참여했다.

화려한 비주얼의 카드들이 수백 장 있고, 하나같이 유명 만화가와 일러스트 작가 100여명이 참여해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아름다운 카드의 일러스트들을 감상하고 수집하는 재미는 많은 유저들이 앱을 다운로드하게 만드는 직접적인 이유가 되었다.

특히 한국에 출시한 버전엔느 한국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흑요석 작가를 비롯하여 네이버 유명 웹툰 작가 이광수 작가와 웹툰신의탑으로 유명한 SIU 작가 등이 참여한 고 퀄리티의 한국 전용 카드를 선보여 화제몰이를 했다.

■내가 원하는 카드를 뽑는 짜릿 재미
당연하지만 감상하려면 일단 모아야 한다. 확밀아에서는 탐험이나 전투의 보상, 뽑기권, 인연포인트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원하는 카드를 모을 수 있게 만들어 놓고 있기에 유저들이 자신의 상황이나 이벤트에 맞추어 전략적으로 카드를 뽑는 재미를 주고 있다.

실제 게임 중 처음으로 뽑기권을 사용하여 뽑은 SR 5성 카드(좌)는. R 3성(우)과는 비교 못할 기쁨을 준다.
프리미엄 뽑기 카드(특이형어우동(SR+), 제2형 카토레아(SR), 제2형 스와리(R), 지원형 카넬리언(R+), 제2형 피케(R), 제2형 듀티(R+), 제2형 프란시스(R), 지원형 유니아(R+))를 추가하는 등 다양한 신규 카드도 유저들의 어필을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카드를 성장시키는 RPG적 요소
카드게임이라는 것이 본디 ‘뽑기’라는 지극히 확률적인 요소에 의존하다보니 이미 가지고 있는 카드나 좋지 않은 노말 카드 이른바 ‘똥카드’가 나오면 게이머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영리하게도 확밀아에서는 카드 강화와 합성, 판매를 통한 골드 획득이라는 시스템을 사용해 문제를 오히려 재미요소로 만들고 있다.

이런 카드가 나와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합성소재로 쓰거나 골드교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카드를 합성재료로 사용하여 새로운 카드를 합성하거나 성장시키고, 동일한 카드를 재료로 사용할 경우에는 특별히 그 성장의 한계를 돌파하게 만들어주기에 유저들이 어떤 카드를 뽑더라도 재밌게 즐길 수 있게 만든다.

1성 카드(별의 개수는 카드의 희귀한 정도를 나타낸다)가 합성을 통해 더 좋은 2성 카드로 진화한다.
■ 영국 ‘아서왕 전설’ 유명 스토리와 캐릭터 매력
카드 수집은 분명 재미있는 요소지만 단순히 모으고 싸우기만 한다면 금방 질릴 수 있다. 확밀아는 단순히 탐험과 전투를 반복하며 카드를 모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진행해가며 유저가 게임 속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기본 스토리 라인은 유럽의 전설들 중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영국의 ‘아서 왕 전설’을 소재로 했다. 전설의 검 ‘엑스칼리버’를 뽑은 영웅 ‘아서’가 100만 명이라는 다소 개그적인 요소를 첨가했다.

참고로 스토리를 만든 사람은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으로도 국내에 잘 알려진 일본의 인기 라이트 노벨 작가인 카마치 카즈마(필명)이다.

주인공인 유저는 백만명 중 98만 3067번째로 엑스칼리버를 뽑은 양산형 아서!
또한, 메인 스토리 이외에 서브 스토리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서로 연관있는 특정 카드(들)을 모았을 경우에는 짤막한 에피소드가 오픈된다. 에피소드를 보고 나면 일정 보상도 지급된다. 이런 서브 스토리를 통해 카드의 일러스트 속 인물들은 자신만의 스토리를 갖게 되고 유저들이 카드에 ‘홀딱 빠져드는 애정’ 요소로 작용한다.

서로 연관된 특정 카드들을 모을 경우 열리는 서브 스토리를 통해 보상도 얻을 수 있다.
■ 서로 도와주며 자랑하고 싶은 사람이 몰린다
앱게임의 장점은 네트워크를 통해 여러 사람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확밀아 역시 커뮤니티적인 요소를 통해 스마트폰만이 가질 수 있는 네트워크의 장점을 잘 살렸다.

게임 중에 친구 신청을 해서 친구를 만들면 게임 내에서 행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AP/BP 를 추가로 획득하게 되고, 등록된 친구들은 혼자서는 잡기 어려운 적을 함께 공격해준다.

보상은 한번이라도 도움을 주거나 받았다면 모두에게 돌아가기에, 다른 친구들의 전투에도 다른 유저들이 잘 참여한다.

이런 협동 시스템이 있기에 유저들은 더 강한 혹은 더 자주 게임을 하는 친구들을 사귀고 싶어하며 자신도 친구를 늘리기 위해(혹은 친구삭제 당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게임에 투자하게 되는 요소로 작용한다.

■ 충실한 한글화와 원작도 실려 두 토끼 잡아
사실 확밀아는 이미 한국에 출시되기 이전부터 일본 버전을 플레이하던 유저들이 카페를 만들고 활동하고 있었다. 액토즈소프트 측은 이들을 끌어들이면서도 다른 일반 유저들을 모아야 하는 두 가지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탐험 중에 무작위로 만나게 되는 유저들에게 친구 신청을 할 수 있다.

너무 현지화를 많이 하면 기존 일본판 게임을 즐기던 유저가 오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일본판을 그대로 가져온다면, 왜색 짙다는 평가를 들으며 일반 유저들의 호응을 얻기 힘들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액토즈 소프트에서는 절충화된 방안을 선택했다.

기존의 스토리와 카드의 설명들은 충실히 한글화해서 유저들에게 한글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원작의 초호화 일러스트는 가능한 수정하지 않고, 자막을 넣었다. 성우의 일어 음성은 살려서 기존의 일본판 유저들을 붙잡았다. 현재의 매출로 보면 일단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 같다.

사실 이런 류의 웹게임은 행동력이나 뽑기권을 돈을 주고 살 수 있기에, 돈을 내고 플레이하는 유저가 돈을 내지 않고 하는 유저보다 더 강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 차이가 너무 크다면, 비과금 유저들은 게임의 의욕을 잃고 떠나버린다.

하지만 확밀아는 기존 카드배틀게임보다는 그 차이를 적게 만들었다. 이벤트나 서버 점검이 끝난 경우 뽑기권과 포션을 선물로 제공해서 돈을 쓰지 않고도 적당히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만든 점에서 많은 일반 유저들에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 스마트폰 게임에서 카드배틀 주목받는 이유
TCG 계의 전설이자 매직 더 거덜링(수집가들의 주머니를 거덜나게 만든다 하여)이라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던 ‘매직 더 개더링‘(이하 MTG)도 네트워크라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패키지 게임에 이어, 온라인 게임으로도 나왔지만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MTG 역시 온라인 게임으로의 확장을 시도했지만 흥행에 성공하진 못했다.

그래서 기존 게이머들 사이에서 TCG 장르는 온라인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그런 예상을 뒤집고 스마트폰에서 카드 게임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뭘까?

첫째, 온라인 게임과 스마트폰 게임의 가장 큰 차이점은 플랫폼, 기기에 있다. 기존 온라인 게임이 컴퓨터를 통해 마우스와 키보드로 조작을 한다. 이에 반해, 스마트폰은 터치와 슬라이드를 통해 직접적인 조작이 가능하다. 스마트폰은 기기가 손에 쥘 수 있는 카드의 크기와 비슷하고 사용자가 항상 소유하고 다닌다. 실제 카드를 조작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둘째, 사용자의 이용시간의 차이다. 온라인 게임은 접속해서 플레이할 때 적어도 30분 이상은 플레이하게 된다. 스마트폰은 켜서 한번 접속하면 전철이나 버스 같은 이동 중에 1분 정도 플레이한다. 카드 게임의 경우 한 번의 전투를 비교적 짧은 시간에 끝마칠 수 있어 있다.

마지막으로 컴퓨터와는 다르게 스마트폰으로는 언제든지 자신의 수집품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 모든 사람은 수집을 좋아한다. 사람들은 구하기 힘든 물건을 얻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컬렉션을 과시할 수 있다. 구하지 못한 아이템이 목록에 남아있으면 수집 욕구를 자극한다. 수집이 주가 되는 트레이딩 카드 게임의 특성상 이용자들이 카드를 계속 구매하기 때문에 개발사에 지속적으로 큰 이익을 준다.

스마트폰 카드배틀게임은 스마트폰이라는 기기, 유저들의 소유욕, 개발사들의 수익 모델이라는 3가지가 잘 어우러져 인기를 얻은 것이다. 앞으로 확밀아와 비슷한 카드배틀게임들이 시장에 나오고 대중화되는 것은 시간 문제인 것 같다.

■ 하루 게시 1만 2000개 최초 ‘커뮤니티’ 시선집중
한국에서 ‘확밀아’ 유저가 가장 활성화된 커뮤니티 헝그리앱 관계자에 따르면 “하루 1만2000개의 게시물이 꾸준히 게재된다. 모바일 게임에서 처음으로 커뮤니티가 제대로 형성되었다. 모바일게임에서 하루 1만 개 이상 게시글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놀랐다.

이처럼 확밀아의 커뮤니티가 생기고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몰려드는 것은 카드 수집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정보 사랑방이 생긴 주효한 것. 이 커뮤니티는 매력적인 카드의 갖고 싶어하는 유저들의 심리와 카드를 얻고 나서 자랑하고 싶은 심리가 뒤섞여 날로 커지고 있다.

한국형 캐릭터
여기에 ‘어우동’ 캐릭터 등장으로 한국 카툰 작가 참여와 그림 논란이 시선을 집중시켰다. 온라인 커뮤니티 유저들이 ‘어우동’ 카드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며 숱한 화제가 되었다. 언더그라운드 문화로 알려진 동인문화와 커뮤니티가 만나서 한국에서 ‘카드배틀 게임’을 대 폭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 확밀아 인기로 일본 유명사 한국 진출 착착
카드배틀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가지고 엄청난 인기몰이를 기록중인 ‘확밀아’. 화려한 일러스트와 완성도 있는 스토리, 유저편의성이 돋보이는 시스템으로 무장하고 등장한 확밀아의 인기는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잦은 서버불안정으로 유저들의 우려를 낳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확밀아’가 등장해 캐주얼게임의 중심의 한국 모바일게임도 지각변동의 징후가 보인다. 카드배틀과 MMORPG와 소셜게임 등 하드코어 장르가 더 안정적인 자리를 잡는 계기가 되고 있다. 또한 무엇보다 한국에서도 모바일 TCG 시장이 열리고, 한국 게임사들도 카드배틀에 뛰어들 조짐이 보인다.

‘퍼즐앤드래곤’
그러나 주목은 최강자 일본 게임들의 한국 상륙이다. 지난해 2월 출시 이후 현재까지 약 11개월 동안 최고 매출 순위 1위 게임 ‘퍼즐앤드래곤’은 이미 인기몰이 시작을 했다.

그리고 세가의 ‘운명의 클레인’, 반다이의 ‘신데렐라 아이돌 마스터즈’ 등 올해 중반까지만 10여개 일본 게임사들이 카드배틀을 들고 한국 진출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닷컴 게임톡 박명기 기자 pnet21@naver.com 이정섭 기자 shinhwa474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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