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화연대 '셧다운제' 헌법소원 이병찬 변호사

법무법인 정진의 이병찬 변호사
[게임톡] 지난해 4월 셧다운제 논의가 시작될 때만해도 ‘게임규제’가 “또 게임 때리기가 시작했구나” 했다. 하지만 이후 정부는 올해 1월 도입된 선택적 셧다운제, 또 2월 등장한 쿨링오프제 등 철저히 규제 중심의 정책을 쏟아내면서 압박강도를 높였다. 교육부 장관은 대놓고 “게임이 학교폭력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한 보수언론은 ‘게임, 또다른 마약’시리즈를 연재하며 보조를 맞췄고, 이명박 대통령도 “게임에 공해적 측면이 있다”고 힘을 실어주었다. 이렇게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를 계속하자 1700만 게이머들과 10만 게임산업 종사자는 물론 문화단체까지 “해도해도 너무 한다” “진단과 처방이 다 틀렸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과연 게임은 학교폭력의 주범일까. 게임산업 종사자들은 “우리는 마약 제조상”이라고 자조해야 할까? 다행히 게임에 대한 무지와 편견 타파, 체계적이지 못한 대응, 축적된 연구 부족 등에 대한 반성과 대책도 나오고 있다. 게임톡은 ‘셧다운제’에 대해 문화연대와 함께 헌법소원에 참여한 이병찬 변호사를 서울 강남역 근처 법무법인 정진 사무실에서 만났다.

■ 명확한 기준없이 ‘인터넷 중독=게임 중독’ 위험
이병찬 변호사는 문화연대가 청구인을 모집해 학부모 2명, 청소년 1명과 함께 ‘셧다운제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에 참여하고 있다. 아이들의 공부할 권리,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국가가 나서서 할 일이 아니라는 것. 참고로 헌법소원은 법으로 변호사밖에 못한다. ‘변호사 강제주의’ 때문이다.

그가 ‘셧다운제’ 헌법소원을 다룬다고 해서 게임사 이익 때문에 움직이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미 주요 메이저 게임사를 중심으로 해 ‘헌법의 과잉규제 금지 조항 위반, 직업선택 자유, 평등권 등’에 대해 또다른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게임을 좋아하는 그는 젊은 시절 고시공부와 연수원 시절부터 전략게임 ‘스타크래프트’ 축구게임 ‘위닝일레븐’ 레이싱 ‘카트라이더’ 등을 즐겨왔다. ‘스타크래프트’의 종족은 "저그는 약간 징그러워" 프로토스 를 택했다. 800승 800패로 꽤 실력자였다. 그는 얼마 전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PC에 깔았다. 그렇다면 그는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게임중독’과 ‘학교폭력’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먼저 게임중독. “게임에 대한 규제가 필요 없다는 게 아니다. 정부의 일방적인 규제가 아닌 학부모와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적 규제가 되어야 한다. 특히 정상적인 방식으로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그것을 토대로 규제 도입에 있어서도 신중해야 한다.”

그가 꼽는 가장 큰 문제는 중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 그는 “게임중독을 얘기할 때 인터넷 중독과 게임 중독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 몰입도, 사용시간 측정방법도 기준이 없다. 주로 인용되는 정보화진흥원 통계 K척도는 인터넷 중독에 관한 것이다. 20개의 질문도 ‘과도한 인터넷 사용 다음날 일상생활 지장을 받은 적 있느냐’ ‘인터넷 사용을 통제 못한 경험이 있는가’ 등이다. '인터넷'을 '술'로 바꿔도 똑같은 답이 나오게 되어 있다.”

게임 중독에 대한 명확한 기준점을 마련하고, 원인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다는 것. 가령 아이가 학원 다니는 맞벌이 가정의 경우 등 보다 더 구체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부모의 도움을 받았는지’ ‘제대로 교육이 되었는지’ ‘스스로 통제 불능인지’ 등에 대한 기준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것.

그가 생각하기에 게임으로 인한 중학생 폭력문제나 ‘명품’ 노스페이스를 놓고 벌인 폭력이나 둘 다 원인이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은 것은 이 같은 기준도 없고, 평소 관심도 없기 때문이라는 것.

■ “학교폭력이 다 게임 때문? 정반대일 수 있다”
그는 학교폭력의 주범이 게임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과연 어떤 상황이 그 같은 일을 가능하게 했느냐는 문제에 대해 외면하는 한 해결책은 뜬구름처럼 '붕' 뜰 수밖에 없다는 것.

“학교폭력이나 왕따 문제를 다 게임 때문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지만 실제 정반대일 수 있다. 학벌 중심주의가 공고화 되고, 스트레스가 극도로 쌓여도 분출구가 없는 학생들을 생각해봐라. 학교 자체로 강박이 생기는데, 교사 권한은 떨어지고, 통제는 느슨하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어디 가서 놀 공간이 있나. 잘못된 여론 분석으로 정확한 판단 없이 어떤 방식으로든 규제 만능주의로 나가는 것이 더 위험한 일이다.”

그는 “규제라는 것도 로드맵을 갖고 단계별로 국민에 대한 설득이 필요한데, 부처 따라 여론에 편승하다보니 3중규제라는 괴물을 낳게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밤 12시부터 6시까지 온라인게임을 막는 셧다운제가 유신 시절의 반인권 조항인 야간 통행금지와 비슷하다. 마치 나는 못하니 국가가 해달라는 식인데, 집에서 부모가 못하는 것을 어떻게 국가가 할 수 있느냐. 가능하지도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가 아이들의 선택, 가정에서의 부모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그것이 자유 확장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는 “역사 발전은 헤겔의 말처럼, 자유 확장의 과정이다. 야간에, 그것도 집에서 게임하는 것마저 자율적으로 결정하지 못하고, 국가가 나서는 것은 후진적이다. 정상적인 방식이 아니다. 7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게임 선진국 미국과 일본에 과연 셧다운제가 있느냐. 그런데 왜 전세계에서 한국만 셧다운제에 이어 2중 3중규제를 하려 하는지 한심하다”고 했다.

게임업계의 안이한 대응에 대해서도 달라져야 한다고 자성을 촉구했다. “셧다운제에 이어 선택적 셧다운제, 쿨링오프제 등 순식간에 규제가 계속되면서 이런 상황에 대한 대응 경험이 부족했던 게임업계도 유효 적절하게 대응한 것 같지는 않다. 게임 중독과 폭력과의 연관 관계 등 게임업계 자체에서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이에 대해 공동으로 말할 수 있는 창구 없이는 계속되는 ‘마녀사냥’에서 벗어나기 힘들 수 있다.”

■ “바둑 모르는 사람은 바둑 채널 안본다”
셧다운제를 비롯한 규제 삼중세트의 등장 원인에 대해 그는 제도 창안자들의 무지(無知)를 들었다. 그는 “인터넷만큼 세상을 바꾼 게 또 어디 있는가. 몇 년 전만 해도 페이스북, 트위터가 세상을 뒤흔드는 뉴미디어로 등장할지 아무도 짐작을 못했을 것”이라며 “게임은 인터넷 라이프의 한 문화 소비 방식이다. 그런데 스스로 해본 적도 없고, 아이가 무슨 게임을 하는지 알지도 못하면 영원히 이해 못하는 편견에 사로 잡힌다”고 했다.

다음 비유는 더 날카롭고 더 예리하다. “아이들이 보기에 아빠가 골프치기 위해 새벽에 나서서 지방으로 가는 것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술 마시고 매일 밤늦게 오는 것도 무슨 업무 때문인지 이해 못한다.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게임하는 것을 제대로 이해 못하면 편견에 사로잡힌다. 바둑 못하는 사람은 바둑 채널을 절대 안 본다. 왜 2~3시간 바둑판에 앉아 있는지 관심도 없고 이해하려 들지도 않는다. 하지만 바둑 두는 두 사람은 한 수 한 수 승부를 가릴 묘수를 준비하며 바둑의 정중동(靜中動)을 즐긴다. 바둑을 모르는 사람은 바둑판에서 단지 하얀돌 검은돌만 볼 뿐이다.”

그는 “부모들도 아이들의 게임 라이프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한다. 또한 게임업계도 게임 중독에 대한 근본적이고 효율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가령 ‘맞벌이 부모를 위한 문화 프로그램’ ‘아이들과 함께하는 게임교실’처럼 막는데 주안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알고 같이 소통하는데 방점이 찍힌 그런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나름대로의 방안을 제시했다. 

■ “게임만큼 값싸고 안전한 놀이문화 없다”
그는 “청소년들이 공부하는 시간 이외 모니터 앞에 앉아 마우스와 키보드를 통해 게임을 즐기는 것도 하나의 문화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모 신문의 시리즈처럼 단순히 “몬스터 죽여 레벨업한다”는 식의 접근은 바둑을 보고 “하얀돌 검은돌로 장난친다” 식의 수박 겉핥기라는 것.

현실적으로도 게임은 놀 시간 없고, 놀 곳도 없고, 입시에 짓눌리는 청소년들에게 하나의 놀이문화다. 그걸 인정해야 한다는 것. 그는 “대한민국 청소년에게 게임보다 값싸고 재밌고 안전한 놀이문화가 과연 있는가. 중고교 시절 6년을 입시교육에 올인하는 구조에서 과연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상황이냐. 그나마 게임 말고는 할 게 없다. 학원에서 늦게 오고, 놀 공간도 없고, 용돈도 적다. 중독성이 심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대체할 놀이문화가 없어서 겨우 게임을 한다”고 진단했다.

어느 방송에서처럼 중독 실험한다고 3:3으로 하는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하는 도중 기자가 콘센트를 뽑거나 PC방의 전원을 내리며 그것을 화면에 담는 사회에서 효율적으로 설득과 공감, 이해를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그는 결코 게임 자유방임주의자가 아니다. 그는 “게임에 대해 이해하고 잘 알 수 있도록 사회적인 훈련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제 게임을 잘 이해하는 사람만이 부모가 되었을 때 게임 중독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 그래서 저도 의학적인 데이터 연구를 통해 예를 들면 5세 미만은 몇 시간, 10세 미만은 몇 시간 등 기준을 갖고 싶다. 아빠 엄마가 게임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느냐에 따라 아이를 잘 통제하고 더 좋은 대화를 통한 소통을 할 수 있다. 국가 통제는 답도 아니고 효율적인 소통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헌법소원에 참여하면서 그는 주위로부터 “네 아이가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면 가만 놔둘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집으로 돌아가면 5살 3살 두 아이의 아빠인 그는 “집에서 게임을 하는 것은 아이랑 부모랑 같이 정하는 것 아니냐. 아이들이 크면 게임마니아인 형님 가족과 같이 2:2로 위닝일레븐을 하고 싶다”고 웃음을 지었다. 

이병찬 변호사는?

출생 1976년
소속 법무법인 정진(변호사)
학력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학사
경력 2011~ Dr. K 써치 자문변호사
        2011~ 길 커뮤니케이션 자문변호사
        2011~ Bob Film 자문변호사
       2011년 법무법인 정진 합류
       2008~2010년 SK텔레콤 컴플라이언스 팀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