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년만의 게임업계 컴백 민용재 YJM 대표

민용재 YJM 대표
[게임톡] 참 오랜만이다. 넥슨을 떠난 지 3년만이다. 처음 만났을 때가 2006년이니 인연도 벌써 6년째다. 당시 그는 넥슨 사업총괄이사였다. 이제 YJM엔터테인먼트 대표다. 자신의 이름 영문이니셜을 딴 회사의 어엿한 CEO다. 민용재(38) YJM 대표.

지난 7일 그는 사진 한 장으로 게임업계에 깜짝 복귀했다. 웹기반의 캐주얼 레이싱 게임 ‘블루멍키스’의 퍼블리싱 계약 현장. 그는 조영기 넷마블 대표와 최병량 지피 스튜디오 대표 사이에서 미소짓고 있었다. 마치 드라마 속 주인공 같았다.

3년 동안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미국과 중국 생활, 그리고 창업. 궁금증을 안고 서울 역삼동 게임개발사 EX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났다. 밝은 표정의 그는 회청색 남방에 청바지, 빨간 캔버스화 차림이었다.

■ 올해 초 페이스북 시작, 게임업계 복귀 준비
물을 게 참 많다. 어떻게 지냈을까. 7일 공개된 사진의 의미는? 페이스북에서 소개한 밀라노 공연장에 간 이유는? 또 창업을 하게 된 동기는? 테헤란로의 새 구상은? 하나하나 채근하듯 캐묻고 싶었다. 그는 여전히 겸손했고, 솔직했다. 미소는 여전히 천진난만했다.

짐작과는 달리 그의 3년 잠행은 '편히 쉰 것'이 아니었다. 미국-중국-이탈리아를 누비며 누구보다 바쁘게 보냈다. 그는 “지지난해, 지난해 계속 개발사에 투자하러 다녔다. 게임뿐만이 아니고 IT도 있었고, IP를 갖는 패션브랜드나 자동차업체 등도 찾아다녔다”고 했다.

먼저 게임업계 컴백에 대해 물었다. “YJM는 게임 스튜디오를 공동 설립하거나 초기 투자해 퍼블리싱과 글로벌 비즈니스를 함께 진행하는 회사다. 게임 쪽 첫 작품이 넥슨에서 ‘카트라이더’ 등의 개발-운영을 총괄했던 최병량 대표가 이끄는 지피 스튜디오의 ‘블루멍키스’였다. 이제 얼굴을 내밀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그가 현재 투자와 펀딩을 함께한 스튜디오는 몇 개나 될까. “EX, 지피, 어스펌, 에듀케인먼트 등 4개로 각사마다 10~5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거기서 6개의 게임을 만들고 있다. 모두 글로벌이 타깃이다. 추상적인 계획이 아니다. 미국의 아트디렉터가 투입되었고, 스토리텔링은 물론 금발의 백인이 나오는 글로벌 프로젝트다. 장르는 에듀케이션, RPG, 슈팅, 액션 등 다양하다.”

그는 “서울 역삼동에 EX, 테헤란로 포스코 사거리에 지피스튜디오가 있다. 일년의 절반을 중국 등 해외 나들이로 보내지만 한국에 머무는 요즘엔 이 두 곳을 오가며 반반씩 보내고 있다”고 했다.

기자가 그의 최근 동정을 처음 알게 된 것은 페이스북에서였다. 1월 중순 밀라노 패션쇼 현장 에서 그는 사진 한 장을 올렸다. “밀라노엔 왜?” “놀러간 것이 아니라 패션브랜드의 IP 확보를 위해 간 것이었다.” 아하 이제야 이해가 됐다. 그가 페이스북을 시작한 것이 올해 초니 컴백 전 은둔 청산을 먼저 예고한 셈이다.

그가 내민 명함에 적힌 회사명은 YJM엔터테인먼트. 민용재라는 이름 아래 ‘CEO/CHAIRMAN’이라고 적혀 있다. “제 이름의 이니셜 맞다. ‘이름을 박으면 도망 못가지’라는 주윗분들의 충고(?)를 받아들였다. 넥슨 초기 멤버인 김상범 전 넥슨 이사와 전 넥슨 국내 사업 1실장이었던 박홍서 이사가 합류하는 등 여러 지인들과 뜻이 맞았다.”

▲ 왼쪽부터 넷마블 조영기 대표, YJM 민용재 대표, 지피(ZIPI) 스튜디오 최병량 대표.
■ “포트리스-카트라이더 대박, 난 행운아”
민 대표는 전세계적으로 2억 다운로드를 기록한 스마트폰용 게임 ‘앵그리버드’를 보면 속이 상한다. 그가 CCR에서 사업본부장으로 있을 때 런칭한 ‘포트리스’와 판박이처럼 닮아서다. ‘포트리스’는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최초로 캐주얼 게임의 성공을 이뤄내며 ‘국민게임’ 반열에 올랐다.

‘포트리스’를 성공시킨 그는 넥슨에 와서 ‘카트라이더’를 다시 한번 국민게임 반열에 올려놓으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포트리스나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를 런칭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스스로 뜨게 돼 있는 게임이었는데 우연히 연달아 등에 올라타게 되었다. 제가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이다. 인복과 운이 따라오는 행운아다.”

그가 창업의 길을 선택한 것은 2009년 미국 법인으로 옮겨 갔을 때다. 너무 바쁘게 살아온 그는 솔직히 좀 쉬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다니엘 킴 넥슨 북미법인장의 도움을 받아 “영어공부 좀 하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국에 와보니 많은 기회가 있었고, 또한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실리콘밸리와 현지 친구들을 통해 새롭게 견문을 넓혔고, 인맥도 쌓았다. 이 과정에 김정주 NXC 대표도 창업에 큰 힘이 되어주었다. “알 만큼 알고, 경험도 많은 너 정도면 창업을 해야 한다. 잘하는 것을 하되 무조건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라.”

그의 행운은 미국에서도 계속된다. 미국에 가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소셜네트워크로 유명한 징가 사람들과도 술잔을 기울이는 사이가 되었다. E3때 비행기로 날아가 짧은 시간 만났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전설적인 리듬게임 ‘기타 히어로’를 만든 레드 옥테인의 창업자 찰스 황과의 인연도 남다르다. 대만 출생 미국인인 찰스 황은 2008~2010년 미국 게임계의 록스타 같은 사람이었다. 그를 통해 미국 게임업계 거물들과도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그는 “지난해 디즈니, 픽사를 방문하러 미국에 갔는데 찰스 황이 자기 집으로 저와 최병량 대표를 초대해주었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 민용재 MYJ 대표
실리콘밸리와 중국에도 인맥이 생겼고 중국시장을 들여다볼 기회도 주어졌다. 중국의 톱클래스 벤처 캐피털회사에서 투자 자문역을 하면서다. “실리콘밸리에 투자 자문이라는 것이 있는지 몰랐다. 알고 보니 안철수 서울대융합대학원장도 미국에 있을 때 하고 간 일이었다.”

그는 “2009년 넥슨 퇴사 후 미국에 가서 중국의 최상위권 벤처 캐피털 ‘노던 라이트(Nothern Light)에 들어갔다. 투자 포트폴리오, 투자 어드바이스, IT-온라인 투자 자문역이다. 사무실 지원, 비행기 티켓, 경비 등이 풀 스폰서됐다”며 “일석이조로 2010년에는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현장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어드바이스 하라고 중국 회사들을 보여주더라. 벤처 캐피털이 다 모여 있는 중심부 멜로파크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민용재 YJM 대표
■ 힙합 크루처럼 독립된 가수 ‘동반성장’
넥슨 퇴사 후 3년. 미국-중국에서의 현장 체험은 창업 초기부터 동반성장과 글로벌이라는 목표를 확고하게 했다.

개발자가 아닌 그는 게임 스튜디오를 공동 설립하거나 초기 투자하고, 퍼블리싱이나 글로벌 비즈니스를 지원하기로 정했다. EX 스튜디오의 경우 이름도 엑스칼리버의 약자 EX다. 원탁의 기사를 상징하는 엑스칼리버, 동반 성장에 방점을 찍은 것.

YJM 회사 설립은 개발사 지분 투자와는 별도다. 그는 “한국에서는 게임 쪽의 엔젤이 어렵고, 벤처 캐피탈을 봐도 정부 구조를 보니 안되더라. 그래서 실리콘밸리에서 했던 것처럼 게임쪽에서 지원해보자”는 생각으로 창업을 했다.

설명이 더 필요하다. “법인화해서 개인 지분을 없애 사람들을 뭉치게 했다. 한국의 작은 개발사가 해외 나가면 뭉쳐서 딜도 하고, 레고도 하자는 취지다. 개발도 글로벌 포커스로 하고 기술과 문화적으로 글로벌에 맞추자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게임 시장은 이미 앞서가고 있다.”

민 대표가 추구하는 YJM의 존재 이유가 손에 잡힌다. “힙합 크루(Hip Hop Crew)처럼 독립된 가수로 활동하면서 지향하는 바가 같은 인연을 꿈꾼다. 서로 뜻이 맞는 부분은 화끈하게 함께 하자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YJM는 단순한 투자사도 아니고 매일 벽돌 쌓는 회사도 아니다. 많은 사람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는 크루다. “초기에 같이 만들고, 나중에 잘되면 서로 나누는 것이 목표다. 창업을 활성화하라면서 서류를 복잡하게 하고, 담보를 세게 해 신용불량자를 양성하는 그런 투자가 아니라, 회수기간이 없다. 나는 단지 보통주다”라고 설명했다.

■ “성공하면 재벌, 실패해도 월급쟁이보다 낫게”
그는 “창업초기인 2009년부터 자금이 필요하더라. 창업투자쪽에서 투자금을 넣어주어야 한다. 만나보니 벤처캐피털이나 펀드가 많았다. 그런데 투자심의위원회 등 절차가 복잡했다. 필요한 시점에는 (자금을) 안 넣고, 뭔가 사업이 좋은 쪽으로 터지기 직전에야 넣는다. 그러다보니 개발 내내 돈이 없더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투자에 대해 적잖이 비판적이었다.

YJM는 다르다. 가령 개발과 퍼블리싱 등 필요한 것이 있으면 바로 도와주겠다는 것. 게임만 잘 만들면 민 대표 스스로 인맥과 방법을 동원해 해외에서 잘 팔아주겠다는 것. “예를 들어 국내나 해외 퍼블리싱이 어려울 때, 저랑 친한 미국과 중국의 지인, 또한 CJ E&M 넷마블의 방준혁 고문 같은 분을 바로 만나보게 하는 것도 좋지 않은가.” 그러다 뜻이 통하면 피도 섞고 하는 것이리라.

“창업하면 5년 고생해 성공하면 재벌이나 스타가 되고, 실패하더라도 월급쟁이보다 2~3배 벌게 해야 리스크 없다. 게임을 개발해 2억~3억원 망해도 그 회사나 게임을 50억원 정도에 팔아 창업자에게는 20억 정도 벌어주면 선순환 구조가 된다. 함께 커지든 같이하든 다 좋다. 전세계에는 미국이든 중국이든 일본이든 M&A하려는 사람 많다. 개발자 혼자 가면 힘드니 내가 서포터가 되겠다.”

그는 M&A에 대한 인식도 전향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조 단위 회사가 외국에 M&A된다고 쳐보자. 이건 국부유출이다. 하지만 50~100명 회사가 M&A 되면 오히려 글로벌에 가서 배워와서 다시 창업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씨를 무조건 바닥에만 뿌리는 것이 아니라 이런 게 많아져야 좋은 게임 많이 나오지 않을까.”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나라에서 삼성 밀어주듯이 일본에서 상장한 넥슨 정도면 밀어줘야 한다. 그렇게 해서 블리자드, 닌텐도 등 글로벌 게임사와 싸워 이길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바닥과 허리가 약하니 강하게 해야 한다. 잘되면 중간 허리가 되고. 안돼도 M&A 허리로 클 수 있도록 YJM이 밀고 싶다.”

■ “성공한 게임업계, 재투자로 사회공헌해야”
그의 투자관은 남다르다. 게임업계에서 성공한 1.5세대들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면 가닥이 잡힌다. 그는 “성공한 게임업계 1.5세대들이 본인이 열심히 한 것도 있지만 사회에서 혜택도 많이 봤다”며 “큰 돈을 벌어 성공도 했지만 일정 부분 재투자해 더 큰돈을 버는 것까지 의무”라고 말했다.

그는 “힙합 크루 같은 동반성장 그림으로 계속하면 앞으로 5년 정도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9년 말 열린 한국시장에서 퍼블리싱은 이제 레드오션이다. 일본 모바일, 월드와이드 등 글로벌 시장이 만개했다. 또한 3~4년 후 열리는 인도시장을 노릴 필요가 있다. 공돈이라는 인식이 있는 정부지원보다 투자자와 회사가 같이 터지는 방법을 모색할 때다.”

그의 철학은 돈만 주는 것이 아니라 비료도 함께 줘야 한다는 것. 당장 미국이나 중국에 가서 누구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최고인 미디어그룹과 손잡고 게임을 알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렇지만 미디어, 인터넷 회사와 사업 제휴를 하려면 쉽게 만날 수가 없다"며 “서로 못하는 것 인정하고 동반성장과 세계화로 함께 간다는 생각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게임뿐만이 아니라 패션이나 자동차 분야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제가 게임 ‘포트리스’에 최초로 콜라광고를 넣었다. ‘카트라이더’에는 자동차 광고를 넣었다. 또한 장나라와 소녀시대 등 아이돌 스타를 넥슨 게임과 연동해 마케팅했다”며 “게임은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이다. 게임 인구가 늘어나고 있고, 인터넷과온라인은 다 게임과 연동된다. 새 기기가 나올 때 콘텐츠 소모자는 다 게임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2시간 30분의 인터뷰. 그는 시종일관 겸손한 어투이면서도 달변이었다. 인터뷰 내내 그가 얼마나 바쁘게 살고 있는지, 또 생태계를 위해 어떤 사명감을 갖고 있는지도 생생히 느껴졌다. “결혼은 언제?”라는 마지막 질문에 그는 “3년 전에 갔어야 하는데 해외 돌다 보니 연애할 겨를이 없었다. 부모님께 너무 불효하는 것 같아 올해는 꼭 가겠다”며 특유의 해맑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서른여덟 노총각의 미소가 귀엽기 그지없었다.

■ 민용재 대표는?
출생  1974년 서울생
학력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경력 2011~ YJM 엔터테인먼트 CEO
        2010 NorthernLight VC EIR

        2007~2010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강사
        2004~2009 넥슨 사업총괄이사
        2003 CCR 포트리스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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