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칼럼] 쉐퍼드대학교 교수 “미 1000만 달러 총기기금 보라”

미국에서 살다보면 가끔씩 게임의 폭력성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총기사고가 나면, 미국에서도 자주 폭력게임이 도마에 오른다(한국의 그것에 비해서는 상당히 신중한 편이다). 2012년 12월말 미국 샌디 훅 총기참사 이후, 이번에는 여느 때와는 달리 비디오 게임이 더 자주 거론되는가 싶더니, 미국총기협회(NRA, The National Rifle Association of America)에서 아예 대놓고 총기 사고의 책임을 ‘게임’에 있다고 책임 전가를 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총기협회, “미국 샌디 훅 총기참사 게임 책임”
오바마 탄핵 반발 불구 “원인 분석 1000만 달러 기금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으로 EA의 베스트셀러 게임사이트가 실제 총기 제작 판매 사이트로 연결되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게임이 폭력의 주범인 양 보도되어 비난을 받았다(보도 된 후, 바로 링크연결은 끊겼다.) 이에 빠질세라 미국 유명인들의 게임 산업에 대한 공격도 가세되었다. ‘도널드 트럼프’까지 나서서 “비디오 게임의 폭력성은 멈춰야 한다”라며 트위터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바이든 부통령 주재의 총기대책(Gun Control) 법안이 가닥을 잡아가면서, 한층 더 강화된 총기규제 법안이 가시화되면서, 생존 위협을 느낀 ‘미국총기협회’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자꾸 이런 식으로 총기협회의 생존권을 위협하면, “오바마를 탄핵하겠다”고까지 수위를 높였다.

게임과 폭력성과의 관계성은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다. 그저 이런저런 가설만이 무성할 뿐 결과를 뒷받침할만한 근거는 아직 없다. 이를 계기로,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게임의 폭력성이 총기사고의 원인이 되는지’에 대해 1000만 달러의 기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게임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먼저 한 후, 그에 따른 후속 대책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어찌 보면 이는 미국국민의 생존과도 직결되어있는 사안이라 근본 문제 접근 자체에 신중하자는 태도인 반면, 한국 정부의 선 규제 후, “아니면 말고” 식의 후진성과는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사행성 부담금은 경마-경륜 등 정부 독과점 대가"
게임 연 매출액의 1%는 감내할 수 없는 고통 혈세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게임산업계는 생존을 위협하는 ‘게임 규제법안 발의’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셧다운제를 밤 10시부터 아침 7시까지 시간 확대하고, 연 매출액의 1%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부담금을 징수하겠다는 것인데 게임업계의 반응은 어떠한가?

경마, 경륜, 경정이나 카지노, 스포츠토토 등의 사행성 도박업체의 부담금이라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가 해당 사행성 산업을 정부 독과점으로 운영하면서 도박중독자들을 치유하려는 기금이다. 정부가 장악하고 있는 사행산업의 운영업체에 부과하는 부담금이다.

즉 정부가 깊숙히 개입되어 있는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준 공기업들에 부과되는 기금이다. 부담금을 내는 ‘정부인가 사행성기업’들의 임직원들은 대부분 정년보장이 있음을 물론 임직원들의 급여 평균 또한 대기업 수준 이상이다. 복지 수준은 대기업을 훨씬 능가하다. 그래서 ‘신의 직장’ 혹은 ‘신이 숨겨놓은 직장’이라며 구직자들의 선망의 직장들이다.

매출액의 1%라면, 꽤 유명한 캐릭터 사용 판권에 맞먹는 비용이다. 한국에 태어난 우리 게임인들이 자랑스럽게 한국을 사랑하는 대가로 내어야 할 돈이라면 기꺼이 그렇게 납부하겠지만, 지금의 정부가 게임업에 가하는 매출액 1%라는 고통과 충격은, 그 출혈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혈세일 뿐이다. 대체, 대한민국 정부가 최근 게임산업에 해준 것이 무엇인가?

게임벤처 기업들은 대부분 신생벤처이다. 게임이 좋아 무작정 시작한 젊은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부담금을 받겠다는 말이 민망할 정도로 대부분의 게임벤처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제대로 된 게임 한 편을 띄워보겠다고 며칠씩의 밤샘은 기본이며,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가 다반사다. 이번 달 월급을 어떻게 든 맞춰주려는 선량한 게임회사 사장님들 때문에 한국 게임산업이 지금 이만큼까지 일궈져왔다.

시골 장터도 상도, 게임은 부담금 부과할 산업 아니다
게임인 위한 스스로 게임 산업 발전기금 마련하자

번지수가 잘못되었다. 태생부터가 부담금을 부과할 만한 산업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언제 게임회사 문을 닫아야 하는 판에, 대체 정부가 우리 게임 산업을 위해 무엇을 해주었기에 빨대를 꽂으려 하는 것인가?

모름지기 시골 상거래에도 상도가 있다. 하나를 주면 하나를 양보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이번 게임악법은 어떠한가? 이것은 상도나 법도는커녕, 게임산업 업계를 사행성 도박사업자 혹은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랴?

이것도 잘못했으니까, 저것도 잘못했으니까, 니들은 정말 나쁜 놈들이니까 이런 취급 받을 만 해? 니들 까불면 더 혼날 줄 알아? 라는 식의 거의 ‘막가파식의 융단폭격’이자 선전포고를 받은 것이다.

그나마, 용기 있는 몇몇 게임회사 CEO들이 정부 주도의 게임전시회에 보이콧을 선언하며, 항의의 뜻을 전했지만, 이 정도로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 단순히, 일부 전시회에 불참한다고 해서, 이 게임 죽이기법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설령 이번 ‘게임 악법 발의’가 불발로 끝난다 치더라도 게임산업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을 바꾸지 않는 한 언제든 터질 수 있는 활화산이 될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대안은 우선, 게임산업협회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여, 정부와의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것이다. 매번 ‘사후약방문’ 두드리는 격의 행태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

둘째, 게임인이 앞서서 게임의 역기능들에 대해 냉정하게 분석하고, 그에 따른 능동적인 대응책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부담금이 아니라 게임산업계 스스로의 발전과 권익을 도모하기 위한 게임산업 발전기금 마련을 해야 한다. 우리가 스스로 자율적으로 모금할 일이며, 정부나 타 세력들에게 좌지우지 될 성격의 것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게임의 순기능(Pure and right function of game)을 대대적으로 온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림으로써, 게임이 사행성 산업의 그것들과는 확연히 다른 문화예술임을 각인시켜야 한다. 더 이상, 침묵과 회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우리의 자존심이자 의무이다.

미국 쉐퍼드대학교 게임전공 교수 game3651@gmail.com

Hollywood CG School of Digital Arts at Shepherd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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