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기자의 e스팟] 게임업계 큰손 블리자드의 두 얼굴

블리자드는 한때 한국의 엔씨소프트가 인수할 뻔한 적이 있다고 알려진 세계적인 게임사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렸고(600만장 중 375만장). IMF 이후 한국에 PC방 선풍을 일으키며 1조 1400억원의 경제효과를 낸 ‘산타클로스’로 통하기도 한다.
1998년 여름 한국에 등장한 <스타크래프트>는 이후 10여년 동안 식지 않는 인기로 e스포츠의 핵심 종목의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만이 아니라 <디아블로> <워크래프트3> <와우> 등 만드는 게임마다 한번도 실패해 본 적이 없는 게임의 명가다. 특히 <와우>는 MMORPG로는 유일하게 북미는 물론 유럽·아시아 시장까지 시장을 굳건히 하며 ‘글로벌 게임’이라는 월계관을 쓰고 있다.

문제는 블리자드가 <와우>라는 잘 나가는 게임을 빌미로 한국 법과 정서를 무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블리자드는 지난해 12월에는 게임위의 등급 심사를 받지 않은 채 확장팩 ‘불타는 성전’의 공개일을 1월 19일로 못박아 보도자료를 냈다. 또한 등급 심사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확장팩 DVD를 1월 14일부터 ‘영등위 15세가’라는 표지를 붙여 판매했다. 표지 문구는 분명 ‘게임위 15세가’가 아니고 ‘영등위 15세가’였다.

블리자드 코리아는 과연 영등위로부터 게임위가 분리한 것을 블리자드가 몰랐을까. 블리자드 측은 확장팩 DVD는 게임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영등위 15세가’라고 박아 편의점 등에서 버젓이 판매했다.

<와우>가 제아무리 잘 만든 명품 게임이라고 할지라도 이건 아니다. 뛰어난 게임을 가진 회사라고 해서 한국 유저는 물론 문화관광부 산하 공식 심의기구까지 우습게 여겨도 좋다는 권리는 어디에도 없다.
더욱이 블리자드는 게임위의 DVD 팩 회수 요청에 묵살로 일관하다가 심사 당일인 1월 31일 아침에야 공식 문서를 보내서 회수하겠다고 했다. 너무 속이 뻔히 보이고 꼴사납지 않나.

게임업계 한 인사는 이렇게 평했다. “블리자드가 전세계 자사 매출의 3분의 1을 한국에서 쓸어간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며 “하지만 한국 유저로부터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서도 개발 스튜디오 하나 만들지 않더니 이제는 한국 정부 기구까지 우습게 여기려고 한다.”

설마. 그렇게 게임도 잘 만들고 돈도 잘 버는 회사인데 한국을 우습게 알겠어? 오만과 편견도 내 머릿속에 벌떼 날갯짓처럼 붕붕 떠도는 나른한 공상이겠지. 봄 햇살이 저기 보석처럼 쏟아지는데 말야.

박명기 기자 일간스포츠 2007년 2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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