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미국은 커다란 게임대륙이다! How to Play America

‘김정태 교수, 미국을 플레이하다’ How to Play America

(1)미국은 커다란 게임대륙이다 !

우리는 누구나 게임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럼에도 그걸 인식 못할 뿐이다, 공기의 존재를 모르는 것처럼... 

처음 연재 의뢰를 받고 사실 많이 망설였다.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이어서 강의 준비, 연구프로젝트, 논문, 기타 회사 업무들까지 빽빽한 일거리들이 스펙트럼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에이 괜히 한다고 했나?’, ‘지금이라도 포기할까?’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하다가 마음을 다잡아 새로 시작한 논문작업 중간 중간에 테마를 생각하고, 연재의 방향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일단은 1개월에 두 번씩 미국에서 살면서 느끼는 게임과 관련된 생각이나 입장을 에세이 혹은 칼럼 형식으로 써 나갈 계획이다. 그리고, 미국 발 주요 속보성 이슈도 간간이 곁들여서 글을 연재를 해보도록 하겠다. 단순히, '미국 생활 일지'는 아니며, 미국생활에 도움이 되는 유용한 정보나 경험을 ‘플레이어(player)’ 혹은 ‘게이미파이어(gamifier)’의 관점으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게이미파이어'는 일상의 것들이나 장소들에 게임요소들을 적용하여 재미있는 게임처럼 만드는 즉, 게임화(Gamification)하는 사람이다) 

연재 타이틀 '미국을 플레이하다'가 좀 낯설게 느껴질 독자들이 있을 거 같아서 설명을 덧붙여본다. 필자가 2008년 초부터 5년 가까이 미국서 살아오면서 체험하고 느끼는 미국은, 시스템이 잘 짜여져 있는 "게임"과도 같다. 장르로 친다면, RPG에 시뮬레이션 그리고 어드벤처 장르까지 섞여있는 커다란 게임대륙이라고나 할까! 차츰차츰 어떤 부분들이 게임과 닮았는지 천천히 풀어보겠다. 

그런데 웬 또, 플레이! 여기서, "플레이(Play)"라는 말은 ‘미국’이라는 ‘게임대륙’에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게임화)’ 개념에서 비롯된 것으로, 게이미피케이션 속에서의 "행위"들은 모두 '플레이(play)'로 통일된다. 좀 더 부연하면,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 요소들을 게임이 아닌 것(곳)(non-game text)에 적용함"이라고 정의되는데, "게이미피케이션" 연구자들에 의하면 ‘게임 요소들은 우리 일상생활의 어느 곳에나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행기 탑승객, 커피숍의 손님, 극장 관객, 공부하는 학생을 포함해서 심지어 군인들까지도 게임화 된 콘텐츠 속의 플레이어(player)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미국’을 하나의 커다란 ‘게임화된 시스템’으로 간주하고 시원시원하게 플레이하고자 한다. 

이런 맥락으로 “미국을 플레이하다”라는 본 연재는 “미국”이라는 게임화된 시스템 속에서 “플레이”하면서 경험하고 생각하고, 보고, 듣고, 겪었던 그리고 느끼게 되었던 내용들을 가감없이, 그리고 가능하면 중립적으로 풀어나가도록 하겠다. 

자, 그럼 "미국 플레이"를 시작해 볼까? 

미국에 첫 로그인(Log in)하다 ! 1996년 5월, 난생 처음 도착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비행기 유리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눈부신 햇살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열 몇 시간의 비행도 처음이었거니와 ‘미국이라는 게임’에 처음 접속하는 플레이어로서의 흥분감과 지구 정반대로부터 건너오면서 생긴 시차에 따른 피로감까지 겹쳐있었던 것 같다. 

천근만근 무거운 걸음으로 겨우 도착한 ‘입국심사대(Immigration Checkpoint)’. 미국으로 접속하는 첫 관문! 

한국서 열심히 연습해 온 몇 마디 영어를 다시 한 번 되뇌면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거의 1시간 가량의 입국심사 대기시간은 ‘미국’을 다운로딩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마 미국여행 경험 있는 분들은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하곤 할 것이다. “정말, 더럽게 미국 들어가기 힘드네!“ 라고..

심사대에서 무슨 죄를 지은 사람들처럼 차례차례로 취조를 받는 모습은 다소 엄숙해 보이기까지 했다. 몇 몇의 입국자들이 금세 심사대를 능숙한 솜씨로 빠져나가는가 싶더니, 아이를 동반한 아시안계 여인은 한참의 질문세례를 받더니 급기야 저쪽 너머 코너의 다른 심사대로 인계된다. 저마다 내심 걱정을 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드디어 내 차례다. 미국 다운로드가 끝났다. 미국게임에 첫 계정 개설할 차례다. 마치, 처음 게임할 때, 꼬치꼬치 묻는 ‘회원 가입’의 절차 그것과 흡사하다. 

“패스포트 줘봐! 너 이름이 뭐냐?” 히스패닉(Hispanic,소위 한국인들이 멕시칸이라 부르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사실 중남미계의 사람들로, 미국서 멕시칸이라고 부르면 큰 실수라고 한다.) 계열의 심사관이 꼬나본다. 내가 무슨 나쁜 일이라도 하러 온 것 같이… 그렇지만 나도 똑같이 맞받아칠 순 없었다.

“여기 내 패스포트 받으셔. 안녕하쇼, 난 정태 김이라 하오.” 열심히 연습한 영어로 겨우 대답했다. 

“무슨 일로 미국에 온 거냐 ? 뭐 이런 소리 같았다. 이번엔 더 빠른 속사포로 혼내듯이 물었다. “What ?”이나 “Pardon ?” 이럴까 하다가? 괜히 더 어려운 질문 나올까봐, 그냥 짐작으로 대답했다. 

“LA컨벤션 센터에서 열리는 E3Expo 참석하러 왔다.” 나도 좀 더 큰 목소리로 유창한 척 하며 빨리 답했다. 미국서 몇 년 산 이후에 알게 된 지금은 대략 “통밥 영어”로 살아가지만, 그 때는 정말 식은땀이 나는 순간이었다. 참고로, 미국 현지인들은 잘 못 알아들었을 때, ‘아이 베그 유어 파든(I beg your pardon )?’이나 ‘파든 미(Pardon me)?’ 이런 말은 거의 쓰지 않고, 대부분 “스큐스미(Excuse me) ? 라고 한다. “익스큐즈 미”가 아니라 ‘스큐스미 !’ 

대체 언제까지 물어볼 셈인가? 

“어디에서 얼마나 머무를 예정이냐 ?” 이번에는 더 긴 문장으로 지껄여댔다. 나의 인내심과 영어 듣기실력테스트라도 할 셈이냐 ? 그래 뵈도 나도 대한민국에서 중학교 때부터 10년 넘게 영어 배웠단 말이다..

“윌셔 길에 있는 **호텔에 4박 5일 있을 예정이다.” 이번엔 좀 더 당당히 소리쳤다. 

휴 우~. 

더 이상의 다른 질문은 없었다. 다행이 준비해간 예상 질문들이 나와서 큰 어려움 없이 심사대를 넘어설 순 있었지만, 다음에 별로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5년 가까이 살고 있는 현재도, 한국에 다녀와서 입국 심사대에 설 때면, 언제나 맨 처음 미국에 접속한 1996년의 5월의 그날의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 

미국이라는 게임에 드디어 회원가입 완료하고 처음으로 로그인 성공한 셈이다. 당시 필자는 ‘관광객(B1B2 Visa Status)’ 레벨이 “미국이라는 게임시스템”의 제일 낮은 단계인지를 모르는 채 그렇게 ‘초짜 플레이어’로서의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미국에서의 최저 레벨(Level 1) 신분 획득 ! 

물론 지금은 좀 바뀌어 ‘무비자입국’(no-visa entry)이 가능하지만, 1996년의 봄에는 미국에 들어가려면, 누구나 비자가 있어야 했다. 그리고, 미국에 단지 관광의 목적으로 입국한 사람들에게는 이 미국 비자 시스템과 비자종류가 게임의 “레벨”개념과 얼마나 닮아있는지를 알지 못하지만, 미국에 유학생의 신분이나 이민자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들은 복잡한 비자(학생비자, 취업비자, 사업비자 등등)들과 영주권, 시민권 같은 등급별 레벨업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실감하면서 생존 플레이를 하고 있다. 

심사대를 통과한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짐을 찾아 공항 밖으로 나왔지만, 아직도 여전히 어지럼증에 머리가 멍한 상태였다. 그런 필자를 더 당황케 했던 것들은 분주히 움직이는 각양각색의 가진 사람들과 영어투성이의 간판들! 그 때만해도 미국인들 하면 안젤리나 졸리, 브래드 피트나 톰 크루즈와 같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많이 나오는 그런 유럽계의 백인들이 거의 대부분인 줄만 알았었는데, LA공항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건 확 다른 느낌이었다. 그리고, 어딜 돌아봐도 영어로 되어있는 간판들. 

그나마 공항 여기저기 어디를 봐도 영어투성이었지만 간간이 보이는 우리말 한글로 된 “안녕하세요”. 가 어찌나 반가웠던지 지금도 또렷하다. 그런데 그것은 정말 시작이었다. 

LA중심부의 서쪽 편에 자리잡고 있는 코리아타운의 가장 중심부에 위치한 숙소에 가까워갈 수록 한국어 간판들이 즐비함을 보고 놀라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은행, **호텔, ***순두부, **교자, **갈비, ***식당, ***여행사 등등 그것은 미국에 한국도시 하나를 옮겨다 놓은 거였다.

각종 간판들이 한국의 그것에 비해 좀 덜 세련되었을 뿐이지, 한국에 있는 거의 모든 업종들이 있는 것 같았다. 한국어 간판이 그토록 많음에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다소 촌스런 간판에 실망스럽기도 하였지만 당시 20대 후반의 필자에게 미국은, 그리고 코리아타운은 새로운 게임 같이 느껴졌었다. 마치, ‘미국이라는 거대한 게임’을 한글화 해놓은 것 같은 “코리아타운”을 조금씩 탐험하면서 미국플레이의 첫발을 떼기 시작했다.

미국 쉐퍼드 대학 게임전공 교수 thatsok@naver.com
 

김정태 교수 프로필

1995~1999 삼성전자㈜ 게임 프로듀서 (게임/멀티미디어 타이틀 300여편 기획/개발/마케팅)
1999~2002 ㈜ 디지틀조선일보 비즈니스팀장/사업부장(게임조선 웹진 창간, 월간 게임조선 창간)
2002~2005 청강대, 한국산업기술대,상명대,서울디지털대 게임전공 겸임교수 역임
2005~2006 지스타 국제게임전시회 총괄부장 (문화부 장관상 수상)
2007~2008 하이원리조트 문화콘텐츠 TF팀장(Director)
2008~ 현재 미국 Game In USA, Inc 대표 (게임퍼블리싱/마케팅)
2012~ 현재 미국 쉐퍼드 대학교(Shepherd University) 게임전공교수( Game Art &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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