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기자의 e스팟] ‘테란 황제’ 임요환과 워게임

“모든 전쟁은 속임수가 기본이다.”

지난 1월 27일 슈퍼파이트에 임요환 이병을 이끌고온 공군팀 단장격인 이강택 중령이 보내온 편지의 첫 구절이다. 그는 공학박사다. 국방 모델링과 시뮬레이션. 미래·정보전 등을 담당한다.

기자는 그에게 직설적으로 물었다. 전쟁의 관점에서 봤을 때 임요환은 과연 잘 싸웠나. 그는 대답에 앞서 임요환의 데뷔전을 전략적으로 분석했다.

손자의 전략 우선 수위는 적 지휘관의 정신을 공격하는 것이다. 임요환은 유능은 무능으로 가장하고. 활동력이 있을 때 비활동적으로. 가까울 때 먼 것처럼. 반대로 멀 때는 가까운 것처럼 나타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그의 최종 평가는 임요환이 능수능란하게 STX의 박정욱을 유린했다는 것이었다.

워게임과 <스타크래프트>는 기본적으로 전쟁을 대상으로 한다. 모두 전략을 중요시하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의 시조는 고대 인도의 전쟁놀이인 차투랑가다. 나중에 장기와 체스로 발전했다. 워게임은 군사 전문가를 중심으로 군사 전략을 연구하는 도구로 활용되어왔다. IT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오늘날에는 컴퓨터·네트워크 기반의 시뮬레이션 모델 형태로 자리를 잡았다.

그렇다면 군사용 워게임과 상업용 <스타크래프트>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공군은 프로게이머들을 어떻게 활용할 생각일까.

이 중령은 두 게임이 공통적으로 전쟁 행위를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모델링 과정을 통해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전투수행 유닛들이 가지는 속성값(기동속도·유효사거리·명중률 등)의 상관관계 속에서 결과가 결정된다. 물론 <스타크래프트>와 달리 워게임은 군사용이다. 전투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전투수행 유닛에 대한 최소 전술 단위 유닛 테스트의 수없는 반복과정을 필요로 한다.

공군이 주목하는 점은 바로 프로게이머들이 유닛 테스트와 수없는 반복 과정을 가장 빨리 그리고 능숙하게 처리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점이다.

프로게이머들은 워게임 테스트 요원이 갖추어야 할 핵심 요소인 뛰어난 반응속도. 지각능력. 빠른 손놀림 등에서 탁월하다. 즉 게임에 대한 높은 이해력과 빠른 손놀림을 가진 프로게이머가 유닛테스트 과정을 담당함으로써 공군은 신뢰도 높은 워게임 모델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중령은 프로게이머가 공군에게 무형의 전력증강 효과를 가져다주고. 프로게이머는 유사한 작업을 수행함으로써 기존의 게임 기량을 유지할 수 있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찰떡궁합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임요환은 이제 프로게이머이기 이전에 한국의 국방력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공군의 워게임 시뮬레이터이다. 그가 있어 공군이 젊은이와 더 가까워졌듯이 임요환을 비롯한 공군팀 프로게이머들도 전투력 증강에 큰 기여할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

박명기 기자 일간스포츠 2007.2.1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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