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상채 소프트닉스 글로벌사업본부 이사

▲ 장상채 소프트닉스 글로벌본부 이사
[게임톡] 리마는 페루의 수도다. 남반구하고도 한국과 정반대쪽의 중남미에 속해 있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딱 하루, 24시간이 걸린다. 이곳에서 지난해 11월 19~20일 이틀간 특별한 게임축제가 열렸다. 몰려든 유저만 하루에 1만명씩 무려 2만명. 줄서서 3시간을 기다렸다 입장했다. 하지만 뱀의 똬리(?)처럼 파티장 건물을 겹겹이 휘감은 줄은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이 축제의 이름은 ‘소프트닉스 파티’. 소프트닉스는 국내 게임사 최초로 남미 시장에 진출했다. ‘소프트닉스닷컴’은 중남미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의 게임포털이다. 개발사로서 뿐만 아니라 퍼블리셔로 '건바운드' '울프팀' '라키온' 등을 성공적으로 서비스한 국내 중견 개발사다.

이 축제를 기획했고, 페루 지사와 중남미 3개 사무실을 총괄하고 있는 장상채 소프트닉스 글로벌사업본부 이사를 서울 가산동 본사에서 만났다. 회사 설립 이틀 후 입사한 창립멤버인 그는 “10년째 네 번째 타이틀이 나왔다. 하지만 소프트닉스의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의 95% 이상”이라며 “‘이제 원화 벌어서 살아 보자’는 게 우리 회사의 소망”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 페루 리마의 '소프트닉스 파티2011' 현장
■ 7년만에 ‘소프트닉스 파티’ 2만명 장사진 뭉클
소프트닉스가 중남미 시장에 진출한 건 2004년. 이듬해 지사가 설립되었고 2010년 정식 법인이 만들어졌다. ‘건바운드’(2004) ‘라키온’(2004) ‘울프팀’(2007) 등 자사 게임 서비스와 함께 최근에는 ‘알투비트’(2011) ‘러브비트’(2011) ‘카발’(2012) 등을 퍼블리싱하며 중남미 온라인게임 1위 기업으로 부상했다.

장 이사는 최근 몇 년 동안 매년 3개월 반의 해외출장 중 대부분을 중남미에서 보냈다. 그는 “페루에서 온라인게임 1위 기업이라고 해봤자 시장이 작아 매출은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7년간 사랑해준 유저들을 위해서 의미있는 첫 게임 페스티벌을 열고 싶었다. 마침 ‘울프팀’이 사랑받고 있고, 신작 런칭도 있어서 딱 맞아떨어졌다”고 했다.

실제 이처럼 2만명이 모이는 대규모 유저 파티는 전체 중남미 시장에서 최초의 시도였다. ‘소프트닉스 파티2011’은 하루 1만 명씩 이틀 동안 무려 2만 명이 몰려들었다. 이웃동네 주민들로부터 항의까지 받았다. 유저들은 행사장인 리마 컨벤션센터를 몇 겹으로 에워싸는 장사진을 연출했다. 그는 “처음엔 얼마나 올까 걱정을 많이 했다. 오픈 첫날 아침에 깜짝 놀랐다. 오전 10시가 오픈인데 오전 8시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기껏해야 몇백 명 랜파티 정도 해봤지만 7년 동안 이 정도 규모는 처음이었다. 트래픽 숫자로만 유저들을 보다, 막상 오프라인에서 진짜 사람들이 플레이하는 것을 보니 보람도 느꼈다. 가슴이 짠했다.”

▲ '소프트닉스 파티2011' 현장의 인파
첫날엔 페루 한국대사관에서 직접 찾아왔다. 둘째날에는 메인무대에 커플댄스 경연대회를 벌여 인기를 모았다. 최근 페루에 불고 있는 ‘K-POP’ 열풍과 소프트닉스의 퍼블리싱작인 댄스게임 ‘알투비트’ ‘러브비트’의 댄스배틀을 결합시켜 ‘한류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는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전략 대전액션 ‘라키온’의 현지 길드마스터가 여성유저다. 초기 GM으로 유명인사였다. 파티에 남자친구랑 관람왔다 즉석 이벤트로 무대에 오르자 휘파람 등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남미에서 이런 파티를 한 적이 없고, 관람객 성향을 예측 못해 시행착오가 있었다. 올해도 ‘소프트닉스 파티 2012’를 열 것이다. 규모나 컨셉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 페루-볼리비아-베네수엘라 인프라 OK
중남미 시장은 포르투갈어를 쓰는 단일 국가 브라질과 기타 스페인어권으로 나뉜다.

그는 “스페인어권 중 콘솔 위주인 멕시코는 온라인게임을 많이 안한다. 그나마 PC방이 있는 페루와 볼리비아, 베네수엘라에 한국식 온라인게임 시장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아르헨티나나 칠레의 경우 가능성은 있지만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국게임 중 선호장르도 아직은 넓지 않다. 그는 “남자 유저가 좋아하는 액션상 강한 게임이 잘되는 것 같다. 최근에는 ‘라키온’과 ‘울프팀’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 울프팀의 동시접속자는 2만 명쯤 된다”고 소개했다.

소프트닉스는 진출 1년 후인 2005년 페루의 리마에 지사를 설립했다. 현재 직원은 40명이다. 또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볼리비아에는 사무실을 두고 있다. 그는 “소프트닉스는 ‘생존형 DNA’를 타고났다. 중남미 시장은 어느 지역보다 참을성이 요구된다. 최소한 3~4년을 보고 시작해야 한다. 조직도 그렇고 결과나 아웃풋도 그렇다. 우리는 철저한 준비 속에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고 소개했다.

중남미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건 또 있다. 네트워크 등 기술적인 문제와 각 나라의 세금, 결제문제다. 네트워크의 경우 디도스 공격이나 보안 등 IDC 등이 한 나라 안에 있지 않으니 항상 극강의 해커들의 공공연한 표적이다.

또한 갑작스럽게 높은 부가세를 부과받는 경우가 많다. 각 나라별로 부패지수가 높아서다. 리스크 비용도 만만찮다. 그는 “가령 게임 매출을 어떻게 볼 것이냐, 발생 매출에 대해 어떤 기준으로 세를 매기느냐에 대해 기준이 명확지 않다. 중구난방이라 언제든지 엄청난 세금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 페루 리마에서 열린 '소프트닉스 파티2011' 현장의 장상채 이사.
결제는 오프라인 결제가 일반적이다. 중남미에선 PC방이나 슈퍼 등을 통해 선불카드를 판다. 그는 “PC방이 있는 나라는 PC방에서 결제하고, 은행에서 지로용지로 결제할 수 있다. 조심해야 할 것은 휴대폰 결제다. 한국에서는 이통사가 고지서를 직접 발급하고 유통비를 8~12% 직접 받는다. 중남미는 60~70%를 떼간다. 이동사 몫이 있고, 그 사이 중간 상인이 2개 정도 끼어있어서다”고 분석했다.

■ 터키와 필리핀서도 ‘울프팀’ 일낸다
소프트닉스의 글로벌 성과는 중남미에서 끝나지 않는다. 3년 전에는 두바이에 진출해 아랍권 진입의 교두보로 삼았다. 터키에도 서비스를 시작해 안착했다. 현지 반응을 보인 것은 역시 ‘울프팀’이었다. 현재 울프팀의 터키 동접은 5만 5000명으로 역시 한국게임인 7만~8만의 ‘메틴2’(이미르, 최근 웹젠 인수), 2만~3만의 ‘실크로드’과 함께 3강을 형성하고 있다.

그는 “터키 시장에서 RPG는 세 사이클을 돌았다. ‘나이트온라인’-‘실크로드’-‘메틴2’의 세 사이클을 돌았다. 하지만 FPS의 경우 ‘나이트나인’과 함께 ‘워록’이 초기 들어갔음에도 진입이 쉽지 않았다”며 “‘워록’의 동접이 5000명 정도였다. 그래서 업계에서 ‘FPS는 안되나’는 반응이 나왔다”고 소개했다.

다행인 것은 소프트닉스도 “5000 정도면 좋다는 목표를 뚫고 그 열배를 이뤄냈다”는 것. 안닌게 아니라 후발주자 ‘포인트 블랭크’도 현재 동접이 1만명을 넘어 FPS 장르에도 완연한 봄이 왔다.

▲ 울프팀.
그는 “터키는 100~200대를 갖춘 PC방이 있는 한국과 비슷한 시장이다. 인구가 7500만명으로 젊은층이 많은 꾸준히 성장하는 신흥시장”이라고 소개했다. 다만 “중동시장은 생각보다 잘 안된다. 아랍에미리트 빼고는 다른 국가는 반응이 없다.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것 같다”고 진단했다.

게임업계 17년 경력의 장 이사. 그는 소프트닉스에서만 11년째다. 그동안 선보인 타이틀은 모두 4개. 본사 170명에다 페루 지사 50명, 필리핀 30명 등 250명 직원을 거느린 소프트닉스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얼마나 될까. 국내외 총매출 150억원의 채 5%(7억5000만원)도 안됐다.

그는 “소프트닉스의 생존형 DNA는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이제 한국에서 원화 벌어서 먹고 살고 싶다”며 소망을 전했다. 소프트닉스 본사 내 나란히 붙어있는 ‘울프팀-라키온-건바운드’ 3총사의 포스터 앞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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