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경 작가가 본 IP 전성시대2. 초기 열성 팬층 집결 '미디어믹스' 성공 좌우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 트레일러 영상. 사진=트레일러 영상 캡처]

바야흐로 ‘대 IP시대’가 왔다. 현재 콘텐츠 업계는 웹소설, 웹툰을 넘어 드라마와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에 이르기까지 각종 IP(지적 재산권, Intellectual Property)가 미디어믹스(mediamix, 서로 다른 성격의 여러 매체를 혼용해 효과를 극대화)를 통해 자유롭게 매체를 넘나들며 높은 매출과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제대로 된 미디어믹스는 엄청난 브랜드 파워를 발휘한다. 원작이 되는 작품이 이미 완결이 나서 매출이 많이 줄어든 상태에서도 기적같은 이변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 때문에 완결 이후 새 매출 창출 방식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미디어믹스의 대표적인 사례가 웹소설-> 원작 웹툰화->노블 코믹스의 가장 큰 성공 사례로 꼽히는 작품은 <나 혼자만 레벨업>이다.

■ ‘나 혼자만 레벨업’, 소설 이후 웹툰, 일본서 출간 40만권 판매 ‘스노우볼’ 효과

<나 혼자만 레벨업>은 한국 최대 콘텐츠 플랫폼 중 하나인 카카오페이지에서 원작소설은 2016년, 웹툰은 2018년 4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최상위 순위를 유지하며 각기 100억 원, 8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3월부터 웹툰이 서비스된 이후로는 3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일본에서 발매된 단행본으로도 누적 발행 부수가 40만 부를 넘긴 쾌거를 이루었다.

웹툰이 아직도 몇 년 이상 연재될 분량이 충분히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누적될 매출 추이는 쉽게 상상하기 힘들 지경이다.

워런 버핏이 설명한 ‘스노우볼 효과(snowball effect)과 유사하다. 눈사람을 만들 때처럼 주먹만 한 눈덩이를 계속해서 굴리고 뭉치다 보면 어느새 산더미처럼 커지는 현상을 빗댄 것이다.    

[일본에서 발매된 단행본 <나 혼자만 레벨업>이 발행 부수가 40만 부를 넘겼다.]

사실 <나 혼자만 레벨업> 원작소설은 아직 웹툰화되기 전, 처음 출간되었을 당시까지만 해도 이 정도로 높은 매출을 내는 작품이 아니었다. 인기작이긴 했지만 이렇게 역대급 판매량의 작품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2018년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같은 이름의 웹툰이 공개되면서 매출 추이는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로또에 맞은 것이나 다름없는 엄청난 수익이 계속 발생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는 작품 자체가 그만한 포텐셜(잠재력)을 가져 가능한 것이다. 무조건 웹툰이 잘 나왔기 때문만도 아니다.

하지만 웹툰이 역대급 최고 퀄리티(질)를 가진 인기작이라는 것과 그로 인해 원작소설 역시 매출 증가에 큰 수혜를 입었다. 웹툰이 원작의 재미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기에 더욱 재밌게 잘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이 나오기 전 한국의 최고 인기 게임 판타지 소설이었던 <달빛조각사>의 경우에도 원작의 인기가 무척 높았음에도 웹툰 연재가 시작된 직후 원작소설 매출이 기존의 두 배가 되기도 하였다.

또한 소설 <달빛조각사>를 원작으로 한 게임 <달빛조각사> 출시에도 사전 예약자수 300만 명이 넘는 화제를 모았고, 이런 게임 출시의 영향은 다시 또 소설 매출로 돌아왔다.

■ 미디어믹스 선구자는 라이트노벨, 인프라 부족으로 산업화 실패

이러한 미디어믹스 사례의 성공은 그만한 인프라가 갖추어졌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있었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웹소설 원작 웹툰화가 활성화되기 이전에도 이러한 미디어믹스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과거엔 이러한 매출을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

콘텐츠 분야에서 미디어믹스를 한국에서 가장 먼저 예민하게 주시하고 시도한 건 라이트노벨(light novel) 계열이었다. 소위 주로 청소년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가벼운 대중 소설 분야다.

정해진 법칙이나 제한 없이 신선하고 창의적인 내용으로 나름대로의 독자층을 형성해나갔다. 그 인기를 바탕으로 인터넷소설을 거쳐 웹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을 확대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웹소설 활성화 이전 단행본 출판 시장이었던 한국 라이트노벨에선 <나와 호랑이님>, <나와 그녀와 그녀와 그녀의 건전하지 못한 관계>, <EFS엑스마키나>가 2014년부터 만화 웹툰화되어 레진코믹스와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되었다. 

[미디어믹스의 선구자 라이트노벨 <나와 호랑이님>31권 표지]

그 중 <나와 호랑이님>은 2021년 현재까지도 350화를 넘기며 장기 연재 중이다. 그밖에는 게임 <소드걸스>가 라이트노벨(소설화) 및 만화화되어 아이큐 점프 잡지에서 연재된 적도 있으며 이렇게 과거에도 여러 미디어믹스 시도는 존재해왔다.

이 중 <나와 호랑이님> 정도만이 다소 유의미한 매출 증가를 이루어냈을 뿐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과거 라이트노벨이 현재 이 정도의 큰 매출을 내는 산업이 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시장 규모와 작품적인 이유가 작용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매체 간의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더뎠기 때문이다.

바로 같은 플랫폼 안에서 다른 매체의 독자들이 호환되는 통합 플랫폼이라는 인프라가 작동이 안되었기 때문이다.

■ 원작의 열성 팬층이 미디어믹스의 초기 흥행을 결정한다

웹소설 원작의 웹툰화의 경우, 웹소설 원작의 열성 팬층이 새로 선보이는 웹툰의 초기 흥행을 결정한다.

웹툰이 플랫폼에 서비스되었을 때 제일 먼저 그 웹툰을 보기 위해 달려가는 독자는 바로 이 기존 원작의 팬층이다. 그리고 이 팬층의 반응이 새롭게 영입되는 신규 독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이때 좋은 반응을 얻어 연재 시작 초기 인기 순위가 높아지면 이를 통해 플랫폼에서 더 많은 독자에게 선보일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된다. 기존 열성 팬 독자가 중심이 되어 다른 새로운 독자를 늘려가며 ‘눈송이처럼 굴러서 커지는’ 스노우볼 구조로 이어진다.

보통 이런 웹소설 원작의 웹툰화가 가장 활발한 K플랫폼의 경우 웹툰 서비스가 시작되고 기본적인 홍보가 된 경우 한 주 만에 최소 10만에서 20만 클릭 수를 기본으로 얻게 된다. 물론 인기작의 경우 그 이상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플랫폼의 클릭 수는 무료와 유료분 클릭이 합쳐져 있으므로 단순히 클릭수 만을 가지고 매출을 정확히 산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매출이 클릭 수에 비례한다는 것만은 가장 기본적인 상식이다. 이런 초반 인기몰이가 이후 계속 높은 매출 유지 및 확대를 위한 일종의 견인차 구실을 하는 것이다.

[ 싱숑 작가의 <전지적 독자 시점>]

그렇게 초반 클릭 수가 높게 나오는 작품으로 되면 매출은 기하급수의 가속페달을 밟게 된다. 서비스 시작 단 일주일 만에 1억대 매출 이상을 달성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는 것이다.

이처럼 기존 원작의 팬층을 웹툰으로 잘 넘어오게 하는 과정이 무척 중요하다. 이는 소설과 웹툰이 같은 플랫폼에서 연재했을 때 특히 시너지를 발휘된다. 다른 플랫폼에 연재한다는 것은 독자가 새롭게 다른 플랫폼에 가서 가입하고 결제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미 기존 플랫폼에 결제해둔 금액을 두고, 새롭게 결제까지 하러 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독자에게 있어서 ‘하나의 허들’이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다소 불편함이 생기는 것이며 이것이 원작과 2차 창작물이 다른 플랫폼에 각기 연재할 경우 시너지를 내는 데 있어 방해요소가 되기도 한다.

다만 이 부분에 있어 예외도 분명 존재한다. 그 대표작 중 하나가 바로 싱숑 작가의 <전지적 독자 시점>이다.

원래 이 작품은 문피아에 연재를 시작했다가 웹툰화하면서 문피아 외로는 네이버 웹툰 및 네이버 시리즈에만 각기 웹툰과 소설이 새로 연재되게 되었다.

웹툰화 전에는 다른 플랫폼에도 같이 동시 연재를 했었지만, 웹툰화와 함께 연재 플랫폼을 정리한 사례다. 네이버 연재 직후 한 달 만에 웹소설 매출이 16억 원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다만 이 사례의 경우 작품에 대한 팬층이 워낙 두꺼웠고 새롭게 작품을 접하는 독자들도 금방 작품에 빠져들 만큼 재미를 갖춘 인기작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 원작 소설은 인기 최고, 웹 드라마 이후 폭망...각색이 중요하다니까

여기에 추가로 플랫폼이 다른 것 외로 기존 원작 팬층의 외면을 받아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바로 각색이 잘못되었을 경우이다.

원작소설이 연재 플랫폼에선 1위를 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한 작품이었지만, 웹드라마로 만든 후엔 기존 팬층의 외면을 받았던 작품이 있었다. 이유는 주인공과 캐릭터들의 성별이 뒤바뀜으로써 메인 대상층과 작품의 이야기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리니지' 개발자로 유명한 PD 송재경이 만든 게임 '달빛조각사']

원작을 봤던 독자들이 기대하는 작품의 재미가 사라지고 ‘이름만 같은 전혀 새로운 작품’이 되었기에 기존 팬층은 새로운 2차 창작물에 호의적이지 않은 반응을 나타냈다.

이는 웹소설 원작의 웹툰에서도 유사한 여러 사례가 있다. 원작의 소설이 인기작이었기에 높은 기대를 받으며 선보이게 된 웹툰이 독자들의 외면과 비판을 받다가 서비스가 중단되고 연재란이 통째로 사라지는 사례들이 몇 차례 있었다.

이러한 실패 사례 역시 웹툰이란 새로운 매체로 다시 각색하는 과정에서 결과물이 독자층의 기대에 못 미쳐서 만들어진 결과들이었다. 원작과 동일한 캐릭터,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고 비판을 받았거나 작화 퀄리티는 높았지만, 스타일이 원작과 다르다고 여겨진 것이다.

미디어가 다르면 당연히 그 매체에 따른 표현 문법은 다를 수밖에 없다. 각색의 경우 같으면서도 다른, 원작의 재미 요소는 살리면서 동시에 새로운 매체에 더 적합하고 효과적인 각색이 필요해진다.

원작의 팬층이 ‘이건 내가 좋아하는 그 작품이 아니다’라고 판단하게 되면 이때 독자들이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실망감으로 그치지 않는다. “사랑했던 만큼 미워한다”는 말처럼 팬이 팬심만큼 더욱 강렬한 안티팬이 되는 경우도 있다. 가장 피해야 할 경우다.

■ 웹소설->웹툰->영상: 대 IP 시대 미디어믹스의 흥망의 열쇠는?

웹소설 원작의 웹툰의 경우 현재 스튜디오 형식의 집단 창작 형태가 많아 회당 제작비 자체가 무척 높고 지금도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독자의 외면을 받아 서비스가 중지되거나 제작비 이상의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 그로 인한 매출적 손해가 막심하다. 이 때문에 이러한 위험이 크기에 독자의 요구에 맞는 각색과 기획의 중요도는 날로 높아만 가고 있다.

각색뿐만 아니라 어떤 경로로 미디어믹스를 진행했는가라는 것도 이런 2차 창작물의 흥행에 영향을 미친다.

웹소설->웹툰->영상(드라마, 영화)-게임, 이런 형식으로 점점 더 시각적이고 액티브한 매체로의 2차 창작이 만들어지는 흐름은 정석적이고 성공하기 쉬운 흐름이다.

[게임으로 출시된 웹소설 원작 '달빛조각사']

반대로 영상, 게임, 웹툰을 웹소설로 노벨라이즈(소설화)할 경우 이전의 흐름에 비해서는 성공하기가 더 어렵다. 소설이나 웹툰이 원작이라고 한다면 다른 2차 창작물을 보고 다시 원작을 보려 하는 경우가 많으나 그 반대인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다.

이 때문에 미디어믹스를 기획하는 측에서도 이런 부분들을 많이 심사숙고하고 상세하게 따져보고 있다. ‘대 IP시대’이 열리고, 미디어믹스라는 큰 파고를 타고 너도나도 성공할 IP를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고 있다.

19세기 미국에서 금광이 발견된 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려든 현상 ‘골드러시(gold rush)’처럼 IP라는 ‘원석’을 찾아내 시장에 선보여 또다른 성공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흥망을 결정하는 ‘마이더스의 손’이 있다. 바로 작품의 숨겨진 잠재력을 알아보는 ‘눈’,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독자가 좋아하는 형태로 가공해낼 ‘손’이다. 무심히 읽고 지나친 작품 하나, 그것이 훗날 위대한 대작이 될 ‘원석’일 수도 있다.

글쓴이=(주)스토리아크 대표-아크 스튜디오 대표작가 arkleode@naver.com

이도경 프로필

작가&콘텐츠 기획자. 서브컬처류 이종잡식계 종합창작자. 프로오덕후.
 *판타지소설 <마왕전기(2000)><마검:마계편(2016)> 등 다수 출간
*웹툰 <달빛조각사><테이밍 마스터> 등 각색 스토리
*게임 <스카드잼><창세기전4> 기획 시나리오 참여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라이트노벨 창작> 강의
*前 한국 라이트노벨 브랜드 시드노벨 기획팀잠
*現 아크 스튜디오 대표작가, (주)스토리아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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