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IBU - 라이덴(雷電)의 탄생 배경...외양 다르고 군국주의 찬양 없어

[Raiden(雷電)]https://ocremix.org/game/30640/raiden-arc

1990년 출시된 세이부 개발의 ‘라이덴’ 게임은 출시 이후 큰 인기를 얻고 슈팅 게임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았을 만큼 그 동안의 슈팅게임과는 차별화된 요소로 많은 슈팅 게임 마니아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라이덴’ 게임의 내용은 2090년 비우호적인 외계세력과의 조우에 위협받는 지구를 방어하기 위해 세계 연맹에서 초음속 공격 전투기 RAIDEN(라이덴)을 개발하여 외계세력과 전투를 한다는 내용이다.

게임의 세계관이 2090년이라는 근미래를 다루고 있는 것은 출시 당시인 1990년 개발 회의에서 게임의 배경으로 언제 정도가 적당할지에 대한 논의 중 결정되었다. 너무나 현실성 없는 몇 천년 ~ 몇 만년 뒤의 얘기나 이미 지나간 과거의 내용보다는 앞으로 100년 정도가 딱 적당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에 따라 게임의 출시 년도인 1990년에서 100년 뒤인 2090년으로 정해졌다.

‘라이덴’ 게임은 2020년 현재 기준으로도 70년 뒤의 세계이므로 게임의 등장하는 기체나 필드의 모습 등이 크게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우주세력과의 전투이기는 하지만 전장은 현재 지구이다 보니 도로와 나무와 같은 지형 지물과 땅 위에 소들이 뛰어다니는 등 현재 세계와 크게 동떨어져 있지 않은 것이 무거운 주제에 비해 사람들에게 익숙함을 줄 수 있는 요소로 작용했다. 게임의 배경도 SF도 아니고 디스토피아적인 암울한 세계관도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별다른 이질감 없이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Raiden(雷電)]https://ocremix.org/game/30640/raiden-arc

하지만, 게임에 등장하는 ‘라이덴’이라는 전투기는 실존했던 일본의 요격기를 모델로 한 것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논란이 될 소지가 있었다. 하지만 실존했던 라이덴 요격기와 게임에 등장하는 비행기가 외형이 달랐기 때문에 이질감을 느끼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라이덴’이라는 실존했던 일본의 요격기에 대한 내용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이런 부분에 대한 큰 논란 없이 한국에서도 ‘라이덴’ 게임은 흥행에 성공했다.

실존했던 라이덴은 ‘J2M 라이덴(雷電)’, ‘J2M3(라이덴 21형)’과 J2M5(라이덴 23형)’으로 일본 해군에서만 사용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의 전진기지에서 이륙하는 미군의 폭격기에게 육상기지를 공습당하면서 일본은 고고도 요격을 전문으로 하는 요격기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고 육군의 ‘Ki-44 쇼키’와 해군의 ‘J2M 라이덴(雷電)’을 개발하여 실전 배치하였다.    

[Raiden(雷電)]https://ocremix.org/game/30640/raiden-arc

실제 ‘라이덴’이 일본 해군에서 운용했던 것에 착안했는지 ‘라이덴’ 게임에서도 첫 스테이지 출발은 항모에서 이륙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실존했던 라이덴 J2M은 고고도로 침투하는 적의 폭격기에 대응하기 위한 지역방어 요격기로 전투기가 아닌 요격기로 분류된다.

라이덴은 요격기의 특성에 따라 선회력과 같은 기동성은 희생하는 대신 고고도로 진입하기 위한 최대 속도와 상승력에 집중했다. 최초 JM1의 프로토 타입은 미쓰비시(Mitsubishi)의 MK4C Kasei 13 14기통 공랭식 방사형 엔진이 탑재되고 Type 97 기관총(7.7mm)이 장착된 모델로 총 8대가 생산되었다.

[Raiden(雷電)]https://static.wikia.nocookie.net/world-war-2/images/e/ea/J2M.jpg/revision/latest?cb=20130505001709

당시 라이덴의 요구사항은 이륙 후 5분 안에 19,685피트(약 6,000미터)까지 상승할 수 있는 것과 해당 고도에서 373mph(시속 약 600km)의 속도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기준으로는 버거운 사양의 요격기를 급히 개발해야 했기 때문에 1942년 12월 납품이 시작된 J2M2 기종은 엔진 부분에 심각한 결함이 발생되어 거의 1년을 개선작업에 소요할 수밖에 없었다.

J2M2 모델 11은 131대가 생산되었고 J2M 라이덴은 이후 계속된 성능개량으로 이를 개량한 J2M3 모델 21은 307대가 생산되어 전체 생산량 중에 가장 많이 생산되었다. 이후 J2M3a Model 21A와 J2M4 모델 32등의 시험 제작형은 2대가 생산되었고 신형 과급기를 장착한 J2M5 모델 33은 43대가 생산되었다. 이후로도 J2M6 모델 31형과 J2M6 모델 31A형이 있었다.

J2M 라이덴과 같은 요격기는 적의 전투기나 폭격기 편대와 맞서 전투를 하여 제공권을 장악하는 전투기와는 다른 개념으로 제2차 세계대전 중 적군의 대규모 폭격기 전단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계획되었다. 적의 전투기를 제압하기 위해 공중전을 수행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전투기와는 요구하는 성능지표가 달랐다.

적군의 대규모 폭격 편대가 근접하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최대한 빠르게 그리고 최대한 높이 올라가서 폭격기를 요격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목적에만 충실하게 제작된 것이 바로 요격기(邀擊機, interceptor aircraft)이다.

이와 같은 목적으로 J2M 라이덴은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본토에서 미국의 Boeing B-29 Superfortress 폭격기를 요격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참고로 미국의 B-29 폭격기는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폭격기로 전시 초반에는 중국의 전진기지에서 출격하여 일본의 식민지령에 위치한 일본의 주요 기관을 폭격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Raiden(雷電)]https://www.daveswarbirds.com/Nippon/aircraft/Jack.htm

미국의 B-29 폭격기는 1942년 첫 실전 배치 이후 1960년 6월 21일 일선 임무에서 배제되어 폐기처분될 때까지 총 3970대가 생산되어 많은 임무에서 활약을 했다. 다만, 3970대의 생산량이 적은 생산량이 아니지만 2차 세계대전에서 대활약을 했던 바로 이전 B-17 Flying Fortress는 총 1만 2731대가 생산되었던 것에 비하면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1960년대까지 전성기를 누리던 요격기는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항공기술의 발달과 전술교리의 변형, 유도 미사일의 혁신적인 기술발달 등 여러 요인에 따라 그 필요성이 점차 희석되면서 일반적인 전투기로도 요격기의 필요성을 대체할 수 있게 되어 현재는 요격기 전용의 기체는 개발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Raiden(雷電)]https://ocremix.org/game/30640/raiden-arc

1950~1960년대 과거의 전쟁사를 통해 본 요격기는 대규모 폭격을 당하는 입장에서 반드시 저지해야만 하는 필살의 최종방어병기로서 막중한 임무를 부여 받았지만 현재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요격기를 운용하는 나라는 없다.

게임 이름이자 게임에 등장하는 비행기의 이름이기도 한 ‘라이덴(RAIDEN)’은 이러한 실제 역사를 모티브로 하여 개발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입장 차이에 따라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반 일본 정서가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밀리터리에 정통한 사람들이나 전쟁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라이덴’ 게임이 지적 받거나 비난을 받았던 적은 거의 없었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일단 외형 자체가 너무나 달랐고 게임 내용 어디에도 일본을 미화하거나 찬양하는 내용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단지, 한때 실존했던 유명한 기체의 이름만 빌려왔을 뿐 실제와의 연관성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우주전함 야마토(宇宙戦艦ヤマ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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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예로 애니메이션의 경우에도 ‘우주전함 야마토(宇宙戦艦ヤマト)’의 경우 일본에 실존했던 2차 세계대전 당시 거대 전함 ‘야마토’의 이름을 빌려왔다는 이유만으로 일본의 군국주의를 미화했다는 비난이 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원작자인 ‘마츠모토 레이지(松本零士)’의 해명과 애니메이션의 내용 자체도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본 군국주의를 배경으로 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이유로 국내에서도 TV로 방영되었을 만큼 많은 인기를 얻었다.

게임의 이름인 ‘라이덴’이 실존하는 요격기의 이름을 딴 것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너무 비화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정확한 내용을 알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있다. 한국의 경우 과거 일본의 식민지 시절 온갖 탄압과 만행으로 반 일본 정서가 있는 만큼 일본의 본토 방공을 위한 주요 방공 요격 임무를 수행하던 요격기의 이름을 딴 게임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넘기기에는 큰 역사적 의미가 있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Raiden(雷電)]https://ocremix.org/game/30640/raiden-arc

하지만, 그런 복잡한 국내외적인 정서적 문제를 벗기고 나면 ‘라이덴 ’게임은 확실히 잘 만들어진 게임이다.

개발사였던 세이부 개발에서도 딱히 과거 일본의 군국주의를 찬양하거나 미화하는 목적으로 ‘라이덴’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게임의 내용상 지구 방위의 입장에서 외계세력과의 전투에 급히 발진해서 격퇴해야 하는 임무의 특성상 요격기를 떠올렸을 것이이다.

마땅한 이름을 찾던 중에 쉽게 생각해서 자국의 요격기 중에 유명했던 이름을 떠올렸던 것에 불과하다. 만약 게임에 일본 제국주의를 찬양하거나 과거 일본의 군국주의를 연상시키는 내용이 있었다면 아마 국내 출시도 못하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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