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기자의 e스팟] 롱테일 법칙과 판도라TV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가 제시한 ‘파레토의 법칙’이란 게 있다. 구매 고객을 20:80으로 나누었을 때 핵심 사용자와 구매자인 20%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법칙이다. 지금까지 각 회사는 이 20%를 주요 공략대상으로 삼는 ‘프리미엄’ 전략을 펼쳐왔고 대체로 성공해왔다.

최근 이 같은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니콜이라는 휴대폰을 통해 20%의 핵심 구매 고객을 공략해 한때 모토로라를 제치고 전세계 휴대폰 시장의 2위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공세에 지금은 다시 3위로 밀려났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신흥시장에 대한 저가폰 공략이다. 이들은 인구가 많은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소위 ‘브릭스’(BRICs) 시장을 공략해 삼성을 위협했다. 20%의 핵심 고객이 아닌 80%를 치고 들어오는 전략에 삼성도 ‘프리미엄’ 전략 고수 여부를 놓고 고심중이라는 소식이다.

80%의 긴 꼬리가 20%의 머리를 앞지른다는 ‘롱테일’(Long tail) 법칙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와이어드>지의 편집장인 크리스 앤더슨이 구글·아마존 분석을 통해 만든 용어인 롱테일은 이제 싸이월드·마이 스페이스 닷컴·유투브 등 네티즌 세상에서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보잘것없다는 80%의 공감을 얻는 콘텐트를 빨리 만드는 자가 승자라는 인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케이스 중 하나가 판도라TV다. 판도라TV는 2005년 엠파스와 처음으로 동영상 검색 서비스를 계약했다. 지난해엔 야후코리아·다음. 올해는 네이버와도 계약해 모든 포털에 문호를 개방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자체 브랜드 인지도도 같이 키워나갔다.

처음에 동영상 게시판이 등장할 때만 해도 엽기나 야동 등 ‘그렇고 그런’ 콘텐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 붐 이후 UCC(사용자 제작 콘텐트)가 동영상으로까지 확대 발전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판도라TV는 동영상을 남보다 보기 좋게 하는 편의성의 극대화 전략을 펼쳤다. 그렇게 만들어진 하위 시장을 갖고 어느덧 메이저 시장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판도라TV의 11월 현재 전체 방문자는 랭키닷컴 기준 주간 순위 26위. 코리안 클릭 기준 20위다. 주간 페이지뷰 기준으로 동영상 부문만을 다른 포털과 비교할 때 7800만 명으로 다음 3300만 명이나 네이버 5400만 명을 월등히 앞서고 있다. 판도라TV는 현재 한국은 물론 해외 킴諭蓚汰막?M&A의 주요 표적이 될 정도다.

온라인의 롱테일은 유저들이 만들고 관련 커뮤니티나 블로그·카페에 올리고 스스로 홍보하는 등 하위 80%가 트래픽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UCC나 Web 2.0과 일맥상통한다.

최근 ‘가능성이 있느냐 없느냐’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세계 언론들은 입을 모아 “롱테일이 2007년 세계를 지배할 9대 트렌드”라고 소개하고 있다. 어느덧 볼품없는 꼬리들이 머리를 마구 흔들어대는 그런 세상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일까.

박명기 기자 [mkpark@ilgan.co.kr] 2006년 11월 30일자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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