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 #9 스트라이크 커맨더: 별도로 스피치 팩 구매, 텍스트 대화 중 음성으로

[STRIKE COMMANDER]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en/3/3e/Strike_commander.jpg

오리진 시스템즈의 크리스 로버츠(Chris Roberts)는 ‘윙 커맨더’의 성공 이후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비행 시뮬레이션에서 보다 현실적인 실제 세계로 내려와 창공을 누비는 전투기를 주제로 새로운 게임을 만들었다.

‘스트라이크 커맨더(STRIKE COMMANDER)’라 이름 붙인 이 게임은 1993년 MS-DOS용으로 출시했는데 출시 이전부터 ‘윙 커맨더’를 만든 크리스 로버츠가 만드는 새로운 게임이라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대를 안겨줬다. 하지만, ‘스트라이크 커맨더’는 매년 약속한 출시일을 넘기면서 게임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원망을 듣기도 했었다.

크리스 로버츠는 ‘윙 커맨더’ 시리즈와 별개의 ‘커맨더’ 시리즈를 만들려고 했지만 ‘스트라이크 커맨더’는 끝내 시리즈화되지 못하고 단편으로 끝나 버렸다. 물론 확장팩 개념의 추가 미션팩이나 사운드 패치는 출시됐지만 ‘스트라이크 커맨더’ 2, 3와 같은 후속작은 출시하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커맨더’가 출시됐을 때에는 이미 오리진 시스템즈가 EA에 의해 인수합병 된 이후이고 EA에서는 이미 잘 나가는 ‘울티마’ 시리즈와 ‘윙 커맨더’ 시리즈 이외에 성공을 예측할 수 없는 다른 게임을 위한 신규 투자를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

[PACIFIC STRIKE]http://www.pixsoriginadventures.co.uk/wp-content/uploads/2012/04/Image-00022.jpg

하지만, 오리진 시스템즈는 ‘스트라이크 커맨더’의 후속작이라고 하기에는 모호하지만 그 뒤를 잇는 ‘퍼시픽 스트라이크’를 다음해에 출시했다. 어차피 새로 만든 RealSpace 게임 엔진을 사용하면 주요 장면의 이미지 작업만 하면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새로운 게임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퍼시픽 스트라이크’는 1년 정도의 개발기간이 소요되었다. ‘퍼시픽 스트라이크’는 ‘스트라이크 커맨더의 계보를 잇는다는 개념보다는 같은 게임 엔진을 사용하여 시대적 배경을 달리하는 게임이다.

[WINGS OF GLORY]https://www.mobygames.com/game/dos/wings-of-glory/cover-art/gameCoverId,111311/

게임의 미션 사이에서 컷 신을 통해 연출된 영화 플롯을 삽입하고 미션 수행의 경우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을 혼합하는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의 개념을 이어갔다.

’스트라이크 커맨더‘는 현대전을 다루고 있고 ’퍼시픽 스트라이크‘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태평양 전쟁을 다루고 있다. ’퍼시픽 스트라이크‘가 출시된 다음 해인 1995년에는 ‘윙스 오브 글로리(Wings of Glory)’가 출시되어 점차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스트라이크’ 시리즈가 완성되었다.

현대전을 다룬 ‘스트라이크 커맨더’ 다음으로 2차 세계대전을 다룬 ‘퍼시픽 스트라이크’를 출시하고 그 다음으로 1차 세계대전을 다룬 ‘윙스 오브 글로리’까지 현대전 3대 비행 시뮬레이션이 완성되었다.

이들 게임을 하나의 시리즈로 묶는 이유는 ‘스트라이크 커맨더’와 ‘퍼시픽 스트라이크’, ‘윙스 오브 글로리’는 오리진 시스템즈에서 자체 개발한 ‘RealSpace’라는 엔진을 활용해서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RealSpace 게임 엔진은 오리진 시스템즈에서 자사의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들을 개발하기 위해 만든 3D 게임 엔진이다.

1993년 ‘스트라이크 커맨더’에서 처음 사용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RealSpace 게임엔진은 ‘스트라이크 커맨더’ 이후 1994년 ‘퍼시픽 스트라이크’와 1994년 ‘윙 커맨더 3’, 1995년 ‘윙스 오브 글로리’, 1996년 ‘윙 커맨더 4’ 까지 사용된 오리진 시스템즈의 대표적인 3D 게임엔진이었다.

RealSpace 게임 엔진은 ‘윙 커맨더 프라이버티어’에도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게임 엔진의 개발 시간의 제약과 ‘스트라이크 커맨더’의 출시 지연에 따라 Origin FX의 구형 2D 엔진을 채택하여 ‘윙 커맨더 프라이버티어’는 래스터 기반 엔진을 사용하는 마지막 게임이 되었다.

[STRIKE COMMANDER]https://www.wcnews.com/newestshots/full/strikecommanderapril.jpg

‘스트라이크 커맨더’는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RealSpace 엔진을 만들면서 첫 시제품 출시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출시일이 예정했던 것보다 늦어져 결국 게임이 출시일보다 몇 년이나 늦어진 것이다.

몇 년이나 출시일을 늦춰가며 1993년 PC용으로 출시 된 ‘스트라이크 커맨더’는 게임상 스토리가 가상의 근 미래인 2011년을 기준으로 전투기를 모는 용병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를 빗대어 “실제 게임 속의 시간이 다 되어서야 2011년에 출시하는 거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들을 정도로 출시일이 상당히 지체되어 중간에 프로젝트가 취소될 뻔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다행히 ‘윙 커맨더’로 흥행실적을 낸 크리스 로버츠의 강력한 의지와 설득으로 여러 번의 프로젝트 취소 위기를 막아내기는 했지만 출시일이 계속 늦어지면서 온갖 비난에 시달렸고 회사 내부 경영진의 평가도 좋지 않았다.

[당시 386, 486 PC 가격]

결국 이렇게 일정을 준수하지 못하는 것이 원인 중에 하나가 되어 더 이상 후속 시리즈의 개발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1993년이 되고 나서야 ‘스트라이크 커맨더’는 그 모습을 드러냈고 사람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기준으로 ‘스트라이크 커맨더’를 완벽하게 풀 옵션으로 실행 가능한 수준의 PC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스트라이크 커맨더’가 출시된 1990년대 초반이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286 PC를 쓰던 시절이었다. 이제 막 286에서 386으로 교체되던 시기에 ‘스트라이크 커맨더’는 386 PC에서조차 원활한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로 고사양을 요구했던 것이다.

 ‘스트라이크 커맨더’가 출시된 당시 PC의 가격은 386 PC만 해도 최소 147만 원에서 최고 230만 원까지 했지만 그 정도 사양으로는 어림도 없었고 원활한 플레이 기준인 486 PC를 장만하려면 최소 300만 원에서 최대 600만 원 정도 하는 고가의 PC가 필요했다.

물론 여러가지 유통마진이나 그 밖의 복잡한 이유로 책정된 대기업 브랜드 PC의 경우의 가격이었지만 부품을 따로 마련해서 조립하는 조립 PC의 경우에도 쉽게 마련하기에는 어려운 비싼 가격은 마찬가지였다.

최근 3D 게임 전용 PC도 중급 옵션 정도로 맞춘다면 150만~200만원대에도 맞출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무려 30년 정도가 지난 예전의 PC가 200만~300만원이라는 것은 엄청난 가격이었다.

[STRIKE COMMANDER]

https://www.mobygames.com/game/strike-commander-cd-rom-edition/promo/promoImageId,73479/

하지만, 권장사양의 PC를 마련할 수만 있다면 최고의 게임을 즐길 수 있었던 것만은 분명했다. 지금 기준에서는 도트가 튀어 보이는 저 해상도의 그래픽으로 보이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스트라이크 커맨더’ 이상의 그래픽을 보여줄 수 있는 게임은 거의 없었다. ‘스트라이크 커맨더’가 이제는 무려 30년 가까이 된 게임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지금 봐도 놀라운 그래픽이다.

오리진 시스템즈의 게임들이 당대 최고의 PC 사양을 요구한다는 말은 처음에는 단순히 우스개 소리 정도였지만 ‘스트라이크 커맨더’ 출시 이후에는 단순한 유머가 아니라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윙 커맨더’ 출시 이후 PC사양을 높인 주범으로 꼽히며 낮은 사양의 PC를 소유한 게이머들을 당혹하게 했는데 ‘스트라이크 커맨더’는 제대로 실행되는 PC를 소유한 게이머가 별로 없었던 시절이었다.

[STRIKE COMMANDER]

https://www.mobygames.com/game/dos/strike-commander/screenshots/gameShotId,1021604/

‘스트라이크 커맨더’는 게임의 인스톨 화면부터 남달랐는데 당시 최고 사양의 PC를 요구했던 만큼 메모리 관리도 상당한 스킬을 요구했다. ‘스트라이크 커맨더’가 출시된 때는 아직 Windows 95가 나오기 이전이었고 MS-DOS와 MS-Windows 3.1을 쓰던 시절에 저런 고사양의 게임을 출시하던 오리진 시스템즈는 항상 최고의 사양과 최고의 그래픽을 선보이면서 당시 OS가 필요로 하는 것 이상의 하드웨어 사양을 요구했다.

까만 화면에 하얀 글씨가 전부인 MS-DOS를 쓰던 시절에는 CONFIG.SYS 파일과 AUTOEXEC.BAT 파일 이렇게 두 개의 파일이 컴퓨터가 부팅되는 시점에서 실행되는 가장 중요한 파일이었고 이 파일에서 EMM386.EXE와 같은 메모리 관리 파일을 실행시키면서 메모리를 직접 수동으로 작성한 코드에 따라 컴퓨팅 환경이 달라졌던 시절이었다.

여기서 맞춤설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게임이 아예 실행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특히 오리진 시스템즈의 게임들이 그랬다. 그 외에도 삼국지나 대전략과 같은 DOS/V를 사용하는 일본 게임들 역시 별도의 메모리 관리기법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초기 DOS의 단일 CONFIG.SYS 환경은 굉장히 불편했다.

이후 멀티 CONFIG.SYS가 등장하면서 조금 편해지긴 했지만 해당 내용을 잘 모르는 사용자들에게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게임 자체는 초보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수준의 난이도를 지녔지만 게임을 실행하기 위한 단계가 컴퓨터 초보자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어려웠던 셈이다.

[사운드 카드 설정]https://fabiensanglard.net/another_world_polygons_PC_DOS/config.exe2.gif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큰 어려움 없이 컴퓨터 잡지나 게임 잡지 또는 PC통신 등의 정보를 활용하여 CONFIG.SYS 파일을 작성할 수 있었다. PC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경우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경우 문제가 없었지만 그래픽 카드나 사운드 카드와 같은 경우 별도의 드라이버를 설정해야 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좀 복잡했다.

현재와 같은 컴퓨터가 알아서 해주는 PnP와 같은 기능은 아직 등장하기 이전이었고 게임들 중에는 게임을 실행하기 전에 게임에 쓰일 그래픽 카드(VGA)와 사운드 카드를 직접 세팅하고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자신의 컴퓨터 본체 안에 장착되어 있는 그래픽 카드가 무엇인지 사운드 카드가 무엇인지는 컴퓨터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웠고 세부 옵션이나 별도의 설정이 필요하게 되는 경우에는 거의 포기하는 수준에 이르렀지만 이 모든 어려움도 게임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정보를 알아내어 게임을 실행시켰다.

[STRIKE COMMANDER]https://www.pcgamingwiki.com/wiki/Strike_Commander

게임의 외부 환경이 이렇게 사용자에게 굉장히 불친절한 낮은 수준의 컴퓨팅 환경이었고 게임 외에도 최소한의 컴퓨터 기초지식을 필요로 하던 시절에 '스트라이크 커맨더'와 같은 높은 수준의 게임을 출시했다는 것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스트라이크 커맨더’를 즐겼다.

하지만, 이것은 반쪽짜리 게임이었고 실제 영화와 같은 느낌을 즐기기 위해서는 ‘스트라이크 커맨더’의 플로피 디스크 패키지와 별도로 스피치 팩(Speech Pack)을 구매해야 했다. 스피치 팩은 게임의 스토리가 진행되는 장면에서 텍스트 대화 중 일부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는 기능이다.

물론 이후 출시된 CD-ROM 버전에는 음성 지원이 됐다. 음성 지원이 당연한 요즘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최근 모바일 게임들 역시 용량의 한계로 Full-Voice를 지원하는 게임은 많지 않다. 초기 모바일 게임들은 음성파일이 차지하는 용량이 게임 용량보다 훨씬 커지기 때문에 다운로드 용량을 고려해서 음성 팩만 따로 출시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 음성지원을 하는 게임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PC게임의 과거를 보는 것 같다.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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