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이후 4년 만에 한국게임사 판호...시주석 방한 시간문제 주목

[박승찬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사진=박승찬]

중국이 ‘사드’ 사태 이후 처음으로 한국 게임에 대한 외자판호를 발급했다. 컴투스의 인기 모바일 게임 ‘서머너즈 워’가 한국 게임으로는 2017년 3월 이후 4년 만에 판호를 발급받았다.

판호(版号)는 중국에서 온라인-모바일 게임을 유통(퍼블리싱)하기 위해 받아야 하는 일종의 ‘허가권’ 개념이다. 해외기업들은 외자판호를, 중국기업들은 내자판호를 받아야 게임을 정식으로 유통할 수 있다.

중국은 게임산업 규제 강화와 함께 판호 총량도 줄이는 추세다. 판호발급건수는 2017년 9368건 → 2018년 2064건 → 2019년 1570건으로 내자 판호와 외자판호 모두 해당된다.

중국이 이번에 한국 게임에 대해 판호 발급하게 된 배경을 두고 ‘한한령’ 해제의 신호탄이라는 반응을 비롯해 시장 내 의견이 분분하다.

■ 왕이 외교부장 방한 이후 발표...‘한한령 완화’ 시그널

그 중 지난 달 왕이 외교부장의 방한과도 연관이 있느냐는 것도 초점의 하나다.

공교롭게도 이 발표는 왕이 부장의 방한 후인 12월 3일 발표되었다. 이는 중국 정부가 한국에게 주는 하나의 선물로 생각할 수 있다.

중국국가신문출판서 사이트 외자판호 리스트 보면, 외자판호 개수가 총 42개(전년대비 늘어난 개수) 중 한국은 1개다.

왕이 외교부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간 한중 외교장관회담 중 한 대목이 눈에 띈다. ‘문화산업 간 교류 포함해 전반적 이야기에 대해 강 장관이 말했고 특별히 게임 판호 발급 문제를 이야기했다’는 것.

물론 중국이 글로벌 IP(지적재산권) 유입을 통해 자국 게임산업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판호를 허가한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지난해 대(對)한국 게임 수출 규모는 2조 원에 달한다.

중국 게임시장은 약 40조 원 규모다. 중국 e스포츠 강국 선언하며, 베이징을 허브로 ‘e스포츠 베이징 2020’ 이니셔티브를 강조했다. 글로벌 e스포츠 리그인 ‘서머너즈 워 월드 아레나 챔피언십’은 2017년 이후 대회가 총 4번 개최, 이중 중국이 두 번의 우승을 차지할 정도다.

그리고 중국 게임 그래픽, 스토리 등 제작능력 향상과 자신감 표현일 수도 있다. PC게임의 경우는 중국 게임들이 한국에 수출하는 형국이다.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도 매출 중위권의 경우 중국 게임들이다.

그렇다면 이번 한국 판호 발급은 한국 콘텐츠에 대한 전반적인 ‘한한령 완화’의 시작이라고 봐도 될까? 이에 대해서는 시그널은 있지만, 아직은 지켜봐야 할 듯하다.

이번 42개 판호를 받은 게임을 보면 캐나다에 위치한 엠비즈랩의 경우 한국 개발자들이 만든 게임도 있다. 2019년 NHN 재팬의 경우도 외자판호를 받은 경우도 있다. 따라서 분명 한한령은 아직도 존재하다.

■ ‘사드 보복’ 이슈제기보다 미국 정권 이양기 외교협상서 균형 잡아야

하지만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제 한국 정부가 주동적으로 ‘사드 보복’, ‘한한령 해제’ 등의 얘기를 중국 정부에게 할 필요가 없다.

중국은 전략적으로 한국이 필요하다. 중국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사드 보복’ 이슈를 우리가 요구해봐야 결국 외교협상에서 균형을 잃어버리게 된다.

미국은 대통령선거를 마치고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정권 이양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정부는 마지막까지 SMIC 등 블랙리스트를 통해 지금까지도 중국 옥죄기 지속하고 있다.

지난 3일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SMIC, 중국해양석유(CNOOC), 중국국제전자상무중심그룹(CIECC), 중국건설기술(CCT) 등 중국 기업 4개 규제 대상 블랙리스트로 올렸다.

4개 중국 회사를 중국군이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기업으로 간주하고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중국군이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차이나텔레콤·차이나모바일·하이크비전 등 31개 기업이 블랙리스트 지정, 이번에 4개가 추가되어 총 35개다.

트럼프의 이 같은 ‘중국 때리기’ 배경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대선 패배요인이 코로나19이고 중국에서 발원했다는 생각한다. 중국이 정말 치가 떨리도록 미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아예 그 근원을 뽑아버리겠다는 심산이다.

반도체 자립에 있어 최전선에 있는 글로벌 4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내년 11월부터 미국투자자 SMIC주식매입금지),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팹리스)로부터 주문을 받아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두뇌인 중앙처리장치(CPU)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5G 통신용 칩 제조 역량이 있는 기업으로 화웨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도 SMIC 고객이다.

트럼프는 퇴임 전 대중국 강경 이미지 각인시키는 효과를 원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국정책의 기조를 쉽게 바꾸지 못하게 하는 의도가 있다.

바이든 행정부를 대중 강경파로 몰아넣는 효과를 생각할 것이다. 민주당 및 공화당의 대중 강경기조는 모두 같다. 하지만 ‘쐐기효과’를 노렸다.

[한-중글로벌 경제협력포럼 패널로 참석한 박승찬 교수. 사진=박승찬]

■ 바이든 취임 전 시진핑 방한 가능성...“선물 주고 그만큼 선물 요구할 것”

이 같은 상황에서 바이든 취임 전 시진핑 방한 가능성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매체에서는 시 주석의 방한 시점을 두고 치열한 보도전을 벌이고 있다.

필자는 코로나19만 아니면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본다. 그 이유는 뒤틀린 미중관계 속에서 한국은 중국에 있어 매우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보다 중국이 원하기 때문에 시주석의 방한은 시간문제다. 시 주석의 방한은 자연스럽게 한한령 해제라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다.

방한을 할 경우 ‘한한령 해제’라는 선물 보따리는 들고 올 것이다. 문제는 한국한테 그만큼의 선물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가령 미국-중국 양자택일의 요구나 3불 정책의 정확한 입장 요구, 한국기업의 중국투자확대 등등.. 이른바 ‘3불 정책’은 중국 정부가 우려를 표한 △사드 추가배치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 참여 등이다.

그렇다면 미국 권력 공백기에 중국은 한국에 대해 어떤 외교전략을 미칠까.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 어때야 할까.

지난 11월 왕이 부장의 한국 2박3일 방한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 한국과의 관계 설정을 위한 행보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지난 8월 양제츠 정치국원의 방한 그리고 외교부장 방한은 그만큼 중국이 한국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무언의 암시이자 압박이다.

특히 중국은 한미일 3각 동맹 속에서 한미관계가 가장 느슨한 연결고리로 생각, 그런 차원에서 한국에 더욱 공을 들이는 것이다.

정체되어 있는 한중일 FTA 협상을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동남아 국가와 한중일을 엮는 RCEP 체결을 통해 중국은 더욱 자신감을 가지며 글로벌 리더십을 갖고 가려고 한다.

한국과 일본은 향후 중국 경제성장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이자 미국 기술패권에 대응할 수 있는 지렛대 역할로 생각한다. 북한을 둘러싼 한반도 이슈의 이해당사자임을 강조하고, 사드배치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간접적으로 촉구하는 의미도 있다. 어쩌면 시진핑 주석의 방한에 대한 선물로서 원할 수도 있다.

시 주석은 지난 11월 10일 제20차 상하이협력기구(SOC) 참여를 시작으로 17일 브릭스정상회의, 20일 APEC정상회의, 21일 G20정상회의까지 4차례 다자외교 행사 참석 존재감 과시했다.

■ 미-중 호혜적 협력관계 구축...일본의 대중접근 전략 벤치마킹 필요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한국의 대응은 뭘까.

CPTPP 참여를 통한 새로 들어서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의 관계 밀착도를 높이기 위해서이다. 중국은 바이든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하고 TPP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의 대중접근 전략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보편적 가치에 근거해 중일간 경제협력은 돈독히 하면서, 외교 분야에서 완전히 다른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이번 왕이 부장의 일본 방문결과를 보더라도 중-일간 비즈니스 트랙 부분은 양국이 합의했다.하지만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영유권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협화음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은 항상 그렇게 명확한 입장표명을 해왔기 때문에 중국도 당연히 그것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은 미중 양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애매모호한 정책적 입장이 있다 보니 중국은 자꾸 그 틈새를 파고들려고 하는 것이다. 국익에 기반한 일관되고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안미경중(安美經中)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미-중 양국 모두와 호혜적 협력관계를 만들어 가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출간 1주일 만에 예스24 경제분야 10위에 오른 박승찬 교수의 책 '더 차이나']

박승찬 교수 프로필

중국경영연구소 소장/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중국경영/통상 담당)
경영학박사(중국 칭화대학교, 경영전략)
Ph.D. of Business Strategy (Tshing-hua Univ. of China)
전)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 중소벤처지원센터 소장
전) 미국 듀크대학교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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