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데빌인사이드’ 이재준-이재혁 형제 개발자 인터뷰

[이재혁 CD, 이현석 PD, 이재준 대표(왼쪽부터)]

네오스트림 인터랙티브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게임 개발사다. 1998년 호주 시드니에 설립된 후 볼보, LG, 삼성전자, 야후 등 다수의 글로벌 클라이언트들에게 광고 및 웹디자인 솔루션을 제공해왔다. 영국의 FWA(Favorite Website Awards)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웹사이트 상’을 수상하는 등 업계에서도 인정받은 회사다. 특히 2000년대 초반 고품질 3D 플래시 애니메이션 ‘쇼크보이(Shockboy)’로 국내외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잘나가던 디자인 회사였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지금은 창사 이래 첫 게임 프로젝트인 ‘리틀데빌인사이드(Little Devil Inside)’에 매진하고 있다. 2005년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를 통해 공개된 이 게임은 아트에서부터 서양 느낌이 물씬 풍기는 3D 액션 어드벤처 RPG다. 킥스타터에서 모금한 금액은 무려 30만호주달러(약 2억4800만원)로, 전세계 게임 팬들이 출시를 손꼽아 기다리는 기대작으로 단숨에 떠올랐다. 최근에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5(PS5) 기간독점작 중 하나로 소개되며 다시 한번 화제를 모으는 중이다.

처음에 셋 뿐이던 회사는 2020년 기준 약 45명으로 늘었다. 프로젝트의 중심은 이재준 대표와 이재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다. 친형제인 이들은 잘 운영하던 광고 디자인 사업을 과감히 접고 게임업계로 뛰어들었다. 게임 스타트업이라면 으레 겪는 고민이겠지만, 이들도 지난 몇 년간 과연 게임이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과 계속 싸워야 했다. 그리고 드디어 동굴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10월 말 서울 삼성동에서 만난 이들은 “킥스타터 캠페인과 소니 PS5 트레일러 영상을 통해 많은 응원을 받았다”며 “AAA급 게임과 비교할 바는 아니겠지만 기분은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릴 적부터 직접 게임을 만드는 게 꿈이었다는 형제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뒤늦게 게임 개발에 뛰어들어야 했다. 이재준 대표는 “단순한 아케이드 게임이 전부였던 80년대부터 동생과 오락실 탐방을 다녔다”며 “98년 회사를 설립할 때도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인력도 자본이 많이 필요했기에 포기해야 했다. 동생은 디자인, 나는 프로그램을 전공했으니 우선 돈이 되는 일을 하면서 틈틈이 게임 개발을 해보기로 했다. 게임에서 멀어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일과 게임을 병행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3개월 일을 쉬면 클라이언트가 다 나가떨어지는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재혁 CD도 “꿈은 꿈일 뿐이었고,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며 “일단 컴퓨터를 이용한 광고나 UI/UX를 만들어 돈을 벌었다. 회사는 꽤 괜찮은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꿈과는 점점 멀어졌다. 그래서 형과 다 때려치우고 게임을 해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냥 순진한 마음으로 시작한 게 아니다”라며 “광고 사업도 힘든 분야다. 사회 생활을 겪을만큼 겪었다고 생각한다. 진짜 각오를 하고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예상대로 일은 쉽지 않았다. 이 대표는 “3년 정도는 동생이랑 둘이서만 대화한 것 같다”며 “나중에는 형제끼리만 통하는 형제대화가 생길 정도였다. 어눌하게 말해도 우리끼리는 잘 알아듣는 언어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밖으로만 돈 세월이 15년이다. 이 때 아니면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안그래도 노안이 올 나이 아니냐”며 웃었다.

그렇게 시작된 ‘리틀데빌인사이드’는 형제의 유년 경험을 바탕으로 차차 완성됐다. 이 CD는 “어릴 때 500원짜리 요괴대백과라는 책이 있었는데, 거기 나오는 요괴들과 그들을 만들어내는 박사가 진짜 존재한다고 생각했다”며 “게임을 만들 때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렸다. 박사들의 지적인 느낌과 초자연적 현상을 한데 모으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어릴 때는 귀신도 믿고 공룡도 믿지 않냐”며 “우리가 진짜로 믿었던 가짜들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거들었다.

‘리틀데빌인사이드’의 게임 콘셉트는 가상의 빅토리아 시대에 몰락한 귀족과 기계 박사가 초자연적 현상을 연구한다는 내용의 액션 어드벤처 RPG다. 여기에 서바이벌 요소와 시뮬레이션 요소를 섞었다.

주인공은 임무를 의뢰하고 연구하는 빈센트 박사, 임무를 수행하는 여행자 빌리, 획득한 전리품으로 장비를 만드는 올리브 박사 등 3명이다. 이들이 각자 수행해야 하는 일은 때로는 드라마틱하게, 때로는 담담하게 펼쳐진다. 트레일러 영상에서는 빌리가 몬스터와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과 빈센트 박사가 여유롭게 일상을 즐기는 모습이 교차되는데, 이는 형제가 의도한 바다. 임무를 준 후에 마음 편하게 지내는 고용인과 가혹한 환경에 떠밀린 피고용인의 대조적 입장을 그리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또 여행자가 생사를 넘나드는 일이 우리가 회사에 출퇴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상일 뿐이라는 메시지도 전달하고 싶었다.

이 CD는 “우리 게임의 주인공은 데빌메이크라이에 나오는 영웅이나 헌터가 아니다”라며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이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찰리채플린의 명언이 있지 않나. 그걸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참고한 게임이 있냐는 질문에 이 CD는 1993년에 출시된 정통 RPG ‘크론도의 배신자’를 꼽았다. 챕터가 끝날 때마다 3명으로 구성된 파티의 구성원이 바뀌는 게임이다. 그는 “선배 개발자들을 존경하는 의미에서 고전 게임들을 많이 참고한다”며 “동물의숲이나 엑스컴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최대한 다른 게임들과 비슷하지 않게 만드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이들은 ‘리틀데빌인사이드’를 햇수로 6년째 개발중이다. 2016년 출시 예정이었으나 계속 늦춰졌다. 소니와 기간독점 계약을 맺은 후부터는 출시 예정일도 말할 수 없게 됐다. 이 대표는 “올해 안에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며 “PS5가 아닌 타 플랫폼 출시 계획도 미정이다. 킥스타터 캠페인에 참여해주신 후원자분들께 미안하고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 CD는 “출시 버전은 트레일러 영상에서 공개된 것보다 비주얼 퀄리티가 훨씬 높을 것”이라며 “이번 게임이 잘 될 때를 대비해 같은 세계관의 스핀오프 작품도 구상하고 있다”고 웃었다.

(본 기사는 한국게임전문미디어협회와 게임전문기자클럽이 홍보-마케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개발사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캠페인 `점프 업, 게임 코리아'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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