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 #2 울티마 8대 미덕...시리즈 4편부터 아바타와 함께 정체성 대변

[울티마 8대 미덕:Eight Virtues]

이 세상에 아바타라는 용어와 개념을 널리 알리고 아바타라는 개념 외에도 8대 미덕이라는 ‘울티마’ 시리즈를 관통하는 핵심 가치를 제안한 ‘울티마’는 시작부터 평범한 게임임을 거부했다.

‘울티마’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인 8대 미덕이란 아바타가 가져야 할 여덟 가지 미덕을 말한다. 바로 정직(Honesty), 동정(Compassion), 용맹(Valor), 정의(Justice), 희생(Sacrifice), 명예(Honor), 영성(Spirituality), 겸손(Humility)의 8개의 미덕이다.

8대 미덕이라 불리는 이 8개의 미덕은 ‘울티마’ 시리즈 4편에서 로드 브리티시에 의해 제창되었는데 각각의 미덕은 해당 미덕을 지키는 대표 상징 도시와 사원이 존재한다.

8대 미덕은 각 영역끼리 합쳐져 다시 3대 핵심 원칙인 진실(Truth), 사랑(Love), 용기(Courage)가 된다. 원 안에 있는 3대 원칙은 그 원에 맞닿아 있는 직선의 색상과 동일하다. 즉, 3대 원칙인 진실(Truth)은 정직(Honesty)에 기반한 것이고 사랑(Love)은 동정(Compassion), 용기(Courage)는 용맹(Valor)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8대 미덕과 3대 원칙은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7대 죄악을 모티브로 설정된 것이다. 소설과 영화, 애니메이션으로도 유명한 ‘오즈의 마법사’에는 교만(Pride), 인색(Greed), 시기(Envy), 분노(Wrath), 음욕(Lust), 식탐(Gluttony), 나태(Sloth)의 7대 죄악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이는 가톨릭에서 말하는 죄의 근원임과 동시에 죄인의 일곱가지 죄를 의미한다.

7개의 대죄를 저지르게 되면 지옥에서 무시무시한 형벌을 받게 되는데 이를 테면 교만(오만)한 자는 바퀴에서 몸이 부서지는 형벌을 받는다.

[일곱개의 대죄]https://play.google.com/store/

인색(탐욕)한 자는 기름이 끓는 가마솥에 담가지는 형벌을 받고 시기(질투)하는 자는 얼음물에 담가지고 분노의 죄로 지옥에 온 자들은 산 채로 몸이 찢기는 형벌을 받는 등 7개의 죄는 한 때 7명의 악마를 상징하는 죄악이라고 해서 7개의 대죄라고도 불린다.

7개의 죄는 본디 ‘칠죄종(七罪宗, 라틴어: septem peccata capitales, 7가지 근원적인 죄)’이라 하여 종교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신념의 통치가 필요할 때는 언제나 이런 율법들이 등장했었다.

우리나라도 의미는 많이 다르지만 칠거지악(七去之惡)이나 오출사불거(五出四不去)와 같은 유교제도에 기반한 법제가 있었다. 여느 종교나 집단을 봐도 이러한 계율은 존재한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모세가 야훼로부터 받았다는 10가지 계율 ‘십계명(十誡命, Ten Commandments)’이고 칠죄종도 같은 맥락으로 유명한 율법인데 이렇게 널리 알려지고 유명한 주제이다 보니 이를 주제로 한 영화나 게임, 애니메이션도 상당히 많다.

[울티마 4]

칠죄종은 강철의 연금술사나 경계선상의 ‘호라이즌’, ‘괭이갈매기 울 적에’, ‘귀전구담’, ‘데빌 메이 크라이’, ‘디지몬’, ‘소울 이터’, ‘오버로드’, ‘진 여신전쟁’,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등 수 이미 수 많은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의 주제로 사용되었다. 만화 원작의 ‘일곱개의 대죄’는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도 출시되어 큰 인기를 얻었다.

현실 세계의 이러한 종교적 규율은 그 자체만으로도 진중한 무게감과 범접할 수 없는 성스러움을 대변하는 것으로 딱히 가공하거나 수정하지 않아도 콘텐츠로 활용하기 좋은 훌륭한 소재이기도 하다.

‘울티마’를 만든 리처드 게리엇 또한 이런 부분을 잘 알고 있었고 자신이 만드는 게임이 기존에 출시한 다른 게임들과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초기의 ‘울티마’ 시리즈가 단순한 영웅의 모험담 정도의 RPG였다면 시리즈 4편부터는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종교관이나 신념을 담아 내기 시작했다.

‘울티마’의 8대 미덕은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로 시리즈 4편에서 처음 등장한 것이다. 그 중 시리즈 4~6편은 계몽의 시대라 하여 8대 미덕이 성립되고 갖춰지는 과정에 대해 다루고 있다. ‘울티마’라는 게임 세상속에서 8대 미덕은 종교와 같은 개념으로도 등장하는데 8대 미덕에 따른 미덕과 연결된 도시 그리고 8개의 사원이 존재하며 8대 미덕과 관련된 8개의 직업이 존재한다.

[울티마 4]

8대 미덕에 따른 8개의 직업은 각각 정직 – 마법사, 자비 – 바드, 용맹 – 전사, 정의 – 드루이드, 희생 – 대장장이, 명예 – 팔라딘, 영성 – 레인저, 겸손 – 양치기이다. ‘울티마’의 세계에서는 정해진 시나리오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플레이를 할 수 있는데 자신의 직업에 따른 특색을 살려 게임을 진행하면서 게임 속 NPC와도 상호작용을 하도록 되어 있다.

명예를 중시하는 팔라딘이나 다른 직업군에게 무기와 방어구를 제작해주는 희생을 미덕으로 하는 대장장이 등 직업 선정에 있어서도 8대 미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직업군으로 선정되었다. 게임 내에서 직업과 스토리에 상호작용의 근거로 제시되는 것이 8대 미덕이다.

선량한 주민을 살해하는 경우 8대 미덕에 반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간주되어 팀원에게 비난을 받게 되거나 해당하는 미덕을 수호하는 도시에서 쫓기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8대 미덕에 반하는 행위를 한 자는 8대 악덕에 해당하는 죄를 짓는 것으로 8대 미덕에 대응하는 8대 악덕은 거짓과 증오, 겁의 3대 반원칙에서 파생되는 기만(Deceit), 경멸(Despise), 비겁(Dastard), 부당(Wrong), 탐욕(Covetous), 치욕(Shame), 물신(Hyloth), 자만(Pride)의 8개 항목이다.

각각의 미덕과 악덕은 서로 대응하는 관계로 8대 미덕의 정직은 8대 악덕의 기만에 대응하며 8대 미덕의 용맹은 8대 악덕의 비겁에 해당하는 등 최대한 현실 세계를 반영하고 싶어했던 리처드 게리엇은 게임 안에서 주인공이 무슨 일을 해도 자유의사에 따르지만 그에 대한 결과 역시 오롯이 본인이 짊어지고 가야 할 채임과 무게임을 강조하면서 이에 대한 장치로 아바타라는 용어와 개념 그리고 8대 미덕의 도입 등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다.

[울티마4 맵]

‘울티마4’는 단순히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 것뿐만 아니라 전작 ‘울티마3’의 16배에 달하는 방대한 크기의 맵을 적용하는 등 게임의 규모 면에서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울티마4’는 게임 내에서 주인공이 8대 미덕에 대한 깨달음을 얻어야 하는데 8대 미덕은 게임 내내 주인공의 모든 행동에 깊숙이 관여하여 상호작용하도록 되어있다.

이러한 게임 시스템으로 인해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는 기존의 게임과는 다른 깊이와 무게감을 느끼며 ‘울티마’라는 게임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었다. ‘울티마’의 게임 속 세상에서 8대 미덕은 단순히 외부에 나열된 항목으로만 존재하는 규율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행동에 관여하는 상호작용하는 중요한 요소다.

예를 들어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 상점에서 상인에게 상품을 구매할 때 상인이 요구한 것보다 적게 금액을 입력할 수도 있다. 이때 이것은 8대 미덕에서 정직을 위반한 것으로 처리되어 게임 내내 주인공에게 꼬리표가 달려 이후 진행하는 게임의 내용에 관련된다.

이렇게 주인공의 대사나 행동에 따라 이후 상화들이 상호작용하는 게임 시스템은 주어진 스토리대로 진행하는 기존의 게임들과도 궤를 달리 하는 것이었고 이런 시스템이 활발히 적용되기 시작한 것도 ‘울티마’ 이후 십 수년이나 지나서였으니 ‘울티마’는 이미 시대를 초월해 상당히 앞서간 게임이었다.

[AKALABETH]

‘울티마4’는 리처드 게리엇이 거의 대부분의 코드를 직접 작성했을 정도로 자신의 게임에 모든 것을 담아내려고 했다. ‘울티마’ 시리즈는 애초에 게임을 만들게 된 계기가 리처드 게리엇이 즐겨하고 빠져 있었던 D&D와 같은 CRPG를 자신만의 생각으로 만들어 보고 싶은 것에서 시작했던 게임이었다.

그 때문에 게임 속에 등장하는 브리타니아의 왕인 로드 브리티시 역시 자신의 별명을 사용했을 정도로 현실 세계에서의 리차드 게리엇은 게임 세상 속의 로드 브리티시로 존재하는 것으로 자신의 자아를 투영된 캐릭터를 게임 안에서 부활시켰다.

‘울티마4’는 1989년 중반까지 40만 개를 판매되었다. 이는 당시 기준으로는 엄청난 판매량이었다. ‘울티마’ 시리즈 이전 D&D를 컴퓨터 게임으로 만든 ‘아칼라베스(AKALABEH)’가 3만 개에 팔렸던 것에 비하면 10배가 넘는 판매량이었다. 심오한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판매량이었다는 것은 그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리처드 게리엇이 ‘울티마4’에서부터 8대 미덕과 종교적인 문제, 철학적 주제를 담기로 했던 것은 순전히 본인만의 의지였다기보다는 학부모들의 항의에 의한 부분도 영향을 받았다.

이전 ‘울티마3’편에서 경비원을 매수한다든지 죄 없는 사람을 살생하는 등의 범죄적 내용으로 지탄을 받았기 때문이다. ‘울티마3’는 학부모뿐만 아니라 종교단체에서도 비난을 받았는데 선량한 시민을 죽인다는 내용 때문에 악마의 게임이라는 항의가 많았다.

이러한 사회적인 문제 때문에 게임은 단순히 재미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리처드 게리엇에게 게임 개발의 새로운 기준점을 찾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게임 내에서 단순히 누군가를 죽이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그런 죄를 짓는 일에 대한 사회적인 비난과 책임을 게임 내 8대 미덕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간섭 받도록 만들었다.

리처드 게리엇 스스로도 자신의 게임이 그렇게 쉽게 폭력성만이 부각되는 질낮은 게임으로 인식되는 것은 싫었기 때문이었다. 게임 내에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쉽게 돈을 벌기 위해 선의에 반하는 행동(죄악)을 했을 경우 아무런 제약이나 제지가 없었던 초기 시리즈에 비해 ‘울티마4’편부터는 8대 미덕이라는 규율을 통해 플레이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이다.

이 때부터 진정한 ‘울티마’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시작했는데 시리즈 4편은 8대 미덕이라는 울티마만의 정체성을 확립한 것뿐만 아니라 기존에 1~3편이 D&D의 영향을 받아 만든 게임이었던 것에 비해 완전히 D&D를 탈피하여 울티마만의 세계관과 설정을 확립함으로써 진정한 울티마의 시작을 알렸다.

[울티마4]

‘울티마’는 이렇게 시리즈 4편부터 아바타와 8대 미덕이라는 ‘울티마’만의 정체성을 확립함과 동시에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에게 단순히 화면 밖에서 캐릭터를 조종하는 플레이어가 아니라 캐릭터 그 자체가 되어 ‘아바타’로 불리며 아바타의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임의 철학적 주제를 통해 정신적 구원을 목표로 하는 심오한 게임으로 변모했다.

‘울티마’는 보통의 게임들이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 아이들이 하는 것이라는 편견을 깬 게임으로 오히려 어린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나도 어려운 게임이었다.

대다수의 추종자들은 사회적으로도 학문적으로도 어느 정도 식견이 있던 성인 계층이었고 종교와 철학은 주제로 하는 게임은 빠르게 확산되어 갔다. 곧이어 출시된 시리즈 5편에서는 4편에서의 철학적인 주제가 다소 무겁다고 느껴졌는지 그 무게감은 확실히 줄어들었지만 게임 시스템적으로는 낮과 밤이라는 시스템이 도입되고 주로 혼자서 개발하던 기존의 시리즈와는 달리 본격적인 팀 단위 개발조직을 갖추게 되어 게임성 또한 복잡하고 깊이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주제의 심오함뿐만 아니라 게임성의 심오함까지 겸비하게 된 ‘울티마5’는 1988년 출시되어 전작만한 속편 없다는 징크스를 깨고 오히려 전작 4편보다 더 유명해졌다.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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