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학회 “캠페인은 환영, 질병코드 도입에 전 세계 게임인 상처”
세계보건기구(WHO)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게임을 권장하기 시작했다. 게임사들은 WHO의 행보에 동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쓴웃음을 짓고 있다.
최근 WHO는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플레이어파트투게더(#PlayApartTogether)’를 글로벌 게임사들과 함께 시작했다. 사람들이 각자의 집에서 콘솔과 모바일 등 다양한 기기를 이용해 게임을 플레이하라는 것이다. 게임이 사회적 혼란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집에 격리된 사람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지난해 WHO는 2022년부터 효력이 발생되는 국제 질병 분류(ICD-11)의 개정판에 게임이용장애를 포함해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진단의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데다, 게임 중독에 대한 명확한 연구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수백편에 달하는 게임 중독 연구 논문들의 연구비가 250억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으로 집행돼 논란이 더해졌다. “WHO가 편향된 논문들을 근거로 없던 질병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게임업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자 WHO는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게임을 많이 하면 질병”이라는 입장에서 “집에서 열심히 게임을 하라”는 입장을 내놨다. 게임을 많이 했을 때 생기게 된다는 질병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다. WHO의 입장 변화에 게임 관계자들은 “질병코드 지정 자체가 모순이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다”는 반응이다.
일단 게임업계는 세계적 위기 상황에 WHO에 협력하는 모양새다. WHO의 이번 캠페인에는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비롯해 라이엇게임즈, 유니티, 트위치, 유튜브 게이밍 등 18개의 게임 회사가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2일 한국게임학회(학회장 위정현)가 WHO의 캠페인에 대해 환영의 뜻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학회는 “WHO가 뒤늦게나마 게임의 가치를 인식하고 게임을 적극 활용하는 캠페인에 동참한 것을 환영한다”며 “WHO의 과거 행적이야 어쨌든 WHO가 인류의 위기상황에서 게임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을 우리는 긍정적으로 높이 평가한다”고 전했다.
위정현 학회장은 “WHO가 게임의 가치에 대해 자각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라면서도 “작년 게임 질병코드 도입 결정으로 전세계 게임인들이 심적으로 큰 상처를 입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WHO가 게임계에 도움을 청했을 때는 최소한 유감 표명이라고 했어야 했다”며 “그럼에도 우리 학회는 WHO의 과거를 묻지 않고 기꺼이 협력하고자 한다. 게임을 활용해 사회적 혼란이 극복될 수 있다면 게임인들은 모두 몸을 던져 헌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