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의 야망’에 도입한 시스템, ‘삼국지’에도 도입

[信長の野望 天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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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의 야망(信長の野望) 시리즈는 12편 혁신을 거치면서 정말 혁신적으로 시스템을 개편하여 초심자들에게도 새로운 게임으로 각인되었다. 시리즈 13편째는 “천도”라는 부재로 출시되었다. “혁신”편에서 기술적인 혁신을 다루었다면 이번 천도편에서는 부재 그대로 “천도(天道)”는 하늘로 가는길 이라는 의미 답게 “길”이라는 것이 게임내 중요한 요소로 적용됐다.

천도편에서도 전편들과 마찬가지로 전투는 실시간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장의 야망 천도는 2009년 9월 출시되어 비슷한 시기에 출시 된 삼국지 11편(2006년 3월 17일)과 삼국지 12편(2012년 4월 20일)과 함께 늘 비교의 대상이 되곤 했다. 삼국지 11, 12편에 비해 신장의 야망 13편 천도는 전투에 집중 된 나머지 내정이 다소 빈약하게 책정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삼국지 팬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삼국지의 경우 전투도 중요하지만 천하통일을 위해서라면 내정 수치 역시 굉장히 중요했다. 성을 공략해도 다음 성을 공략하기 전까지 내정에 힘쓰고 병력관리에도 신경써야 다음 성을 공략하는데 수월했다. 하지만 신장의 야망은 부상병 시스템으로 인해 적의 성을 점령하면 적의 부상병이 아군 병력으로 흡수되고, 무기와 같은 전쟁자원들이 여유가 생겨 내정보다는 전투에 치중하는 경향이 발생했다. 신장의 야망 천도는 초반에는 내정에 신경써야 하긴 하지만 초반을 잘 버텨내면 이후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도 천하통일을 할 수 있었기에 중반 이후 게임의 재미가 급감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굳이 극단적으로 비교하자면 삼국지는 “전략”에 치중한 게임이고 신장의 야망은 “전술”에 치중한 게임이기도 했다.

[信長の野望 創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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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와 비교되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유저들이 많았던 탓인지 천도의 다음편은 신장의 야망 14편 “창조(創造)”라는 부제를 달았다. 2013년 5월 14일 신장의 야망 30주년 기념 발표회에서 공개되었던 시리즈 14번째 작품은 그 동안의 작품들이 시대와 기술의 변화에 맞춰 혁신적이고 변화 된 시스템을 보여주는 것에 중점을 두었던 것과 달리, 전혀 새로운 재미를 찾아 제공하겠다는 창조적 시스템을 기본 골자로 했다. 신장의 야망 창조편은 게임내 AI가 전작들에 비해 크게 진보하여 정말로 창조적인 세계관을 감상할 수 있다.

마음 놓고 여유부리다가는 AI에 의해 지리멸렬하는 것을 경험하게 되어 기존의 작품들에 익숙한 유저들은 당혹스러워 하기도 했다. 이 부분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호불호가 갈리면서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하는 사람들과, 이름만큼 창조적이지는 않았다는 평가를 하는 유저로 나뉘었다.

가장 극명하게 달라진 부분은 KOEI의 삼국지나 대항해시대 같은 게임들은 후반으로 갈수록 자금 여유가 생겨 자칫 지루해질수도 있었지만, 신장의 야망 창조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금이 부족한 상황으로 후반으로 갈수록 난이도가 상승하는 게임이 되었다는 것이다. 신장의 야망 14편의 부제가 “창조”인 이유는 기존의 게임들에 비해 전혀 새로운 창조적인 게임 시스템으로 새롭게 구성하겠다는 개발팀의 의지가 담겨있기도 하지만, 원래 의미는 오다 노부나가가 전생에 이루지 못한 천하통일의 꿈을 새로운 세계를 창조함으로서 유저가 직접 실현한다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信長の野望 創造]
유투브(/watch?v=AJOGxKIvaCs)

신장의 야망 14편 “창조”는 3D로 묘사된 일본 전국의 지형이 현실을 최대한 반영하여 세밀하게 구성되어 게임의 인기를 더했다. 여기에 NHK의 대하드라마에 신장의 야망 게임의 지도가 제공되어 유명세를 탔다. 각 지역의 무장세력과 가문의 문양은 물론 지역마다 상세지도의 뛰어난 묘사까지 역사를 소개하는데 있어 최고의 교육/홍보 자료로 활용되기도 했었던 것이다.

신장의 야망 14 창조는 2013년 발매 이후 3년 만에 2016년 3월 24일 “전국입지전(戦国立志伝)”을 출시했다. 이전 버전들과의 차이점이라면 기존 버전에서는 주로 다이묘(군주)를 위주로 게임을 진행했다면 전국입지전은 부제답게 전국의 무장(장수)로 플레이가 가능하다. 다만, 시리즈 최초로 장수제를 도입했다고 광고한 것에 비해 장수제 전용 게임이라기 보다는 한정되고 제한된 요소들이 있어서 불만들이 많았던 게임이기도 하다. 게다가 버그 문제로도 유명했는데 패치에 패치를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양산되는 버그로 인해 지나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불만과 비난을 들어야 했다.

[信長の野望 大志]
유투브(/watch?v=rF5OVrAHH-g)

그리고 2017년 시리즈 최신작이자 출시된 가장 마지막 버전인 신장의 야망 15번째 시리즈 작품인 “신장의 야망 대지(信長の野望 大志)”가 출시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부제인 대지를 보고 땅(거대한 땅)을 의미하는줄 알았지만 대지(大志)는 땅을 뜻하는 대지(大地)가 아니라 커다란 의지(大志)를 뜻한다. 한글로만 보면 의미 파악에 혼동될 소지가 있지만 영문판에서는 부제가 “Enormous Ambition”이었다. Enormous는 ‘막대한, 거대한’이라는 뜻이다.

[信長の野望 大志]
유투브(/watch?v=rF5OVrAHH-g)

신장의 야망 대지는 시리즈 최신작답게 전작에 비해 훨씬 세밀하게 표현된 맵과 2,000명 이상의 무장이 등장하여 시리즈 최다를 자랑한다. 무장들의 의지(志)가 게임의 핵심요소이며 장수들 개개인의 능력치가 중요했던 기존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들에 비해 장수들의 인간성까지 고려하여 난세를 살아가는 무장들의 삶을 그려내고 의지에 따라 다양한 가치관들을 표현하여 살아있는 생명성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지만 개발사의 기대와 취지와는 달리 평가는 그 이하를 받기도 했다.

신장의 야망 15편 대지는 전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많은 악평을 받기도 했는데 그만큼 기대를 하는 유저들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리즈 최신작이었던 만큼 보다 혁신적이고 변화된 모습을 기대한 유저들의 기대와는 달리 2,193명이라는 최다 등록 무장도 단지 숫자만 늘어났을뿐 기존 시리즈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 대다수의 장수들은 이전 판에서 사용 된 일러스트 그대로 사용되었고 많은 시스템이 간략화되어 있어 자동게임이 아니냐는 비아냥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신장의 야망 15편 대지의 시스템은 이후 출시되는 삼국지 14편에 계승되어 무장들의 개성 시스템과 의지, 시책과 언행록 등이 채택되어 최근 2020년 1월 16일 KT(코에이 테크모)의 삼국지 35주년 기념작에 등장했다.

[三國志14]
https://www.gamecity.ne.jp/sangokushi14/

삼국지 14편은 삼국지 35주년 기념작이자 시리즈 14번째 작품으로 긴 세월동안 우리에게 친숙한 콘텐츠였다. 삼국지 최신판 역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았지만 같은 날 출시(2020년 1월 16일)한 ‘용과같이 7’과 비교되면서 혹평을 면치 못하고 있는 중이다. 용과같이 게임이 시리즈 초기에 악평과 비난을 들어가며 시리즈를 거듭하며 혁신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모습에 비해 삼국지 최신판은 글자만 35주년이고 35년이 지나도록 대체 무엇이 변했는가?하는 비난을 받고 있는 중이다. 단지, 그래픽적으로 변화한 부분은 있을지언정 시스템적으로 35년의 세월이 지났다고 보기에는 어려울만큼 기존의 시스템을 답습하고 있다.

물론 역사를 소재로하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한계상 특이점을 갖추기 어렵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하필이면 같은 날 출시되어 장르적 변경도 서슴지 않는 ‘용과같이’ 시리즈에 비교되는 악운의 게임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래픽의 품질 부분이나 최적화 부분과 같은 기술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게임 시스템은 호불호가 갈리는 취향에 따른 문제이기 때문에 여전히 기본은 할 게임이다. 골수팬들은 무엇을 내놓더라도 욕하기 마련인데 일반 수준에 비해 아는 게 많은만큼 기대치가 너무 높은 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장의 야망과 삼국지 두 게임은 항상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발전해왔는데 대부분의 경우 신장의 야망에서 먼저 시스템을 도입하고 유저들의 평에 따라 선호도가 높은 시스템은 차후 삼국지 버전에 그대로 채택하는 방식이 이루어졌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지만 분명한 것은 두 게임이 따로 떨어져 별개의 게임으로 출시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어느 정도는 같은 부분을 공유하는 게임이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국에서 삼국지 게임만 이슈가 되는 이유는 신장의 야망의 경우 일본의 역사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다가 그것도 한국의 입장에서는 아주 달가울리 없는 임진왜란과 겹치는 기간의 역사를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의 게임성문제를 떠나 국각간의 감정 이입이 충분히 고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잘 만들어진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의 인지도는 그렇게 높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그것을 대변한다거나 게임은 게임으로만 접하자는 말을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닐뿐더러 그것도 어느 정도 범주에 속해야 가능한 것이다. 지난 세월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향후 오랫동안 신장의 야망과 같은 게임은 한국에서 삼국지 만큼의 인기를 얻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도 아쉬운 점이라면 같은 그래픽 수준에서 한국의 역사를 소재로 하는 한국판 삼국지(고구려, 백제, 신라)같은 게임이 나왔으면 하는 소망이 있지만 그것을 KOEI가 만든다는 것도 이상한 일일 수 있다. 기껏 중국의 역사는 만들면서 한국은 왜 안 만드냐고 항변하기에도 이치에 맞지 않으며 삼국지는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중국의 역사를 떠나 동아시아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아이콘이 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三國記]

한국의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시대를 다룬 삼국기라는 게임이 출시된 적은 있었지만 이 조차도 국내 게임개발사가 아니라 대만의 지관(유)에서 1993년 발매한 게임이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한국의 역사를 소재로하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출시 된 적이 없다. RPG나 임진록 같은 게임은 있었지만 정통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과는 거리가 멀었고, 시리즈로 이어져오는 게임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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