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스템 도입과 개선으로 발전해온 ‘신장의 야망’

[信長の野望 嵐世記]
https://www.gamecity.ne.jp/shop/dl/soft/nobu_9/

신장의 야망(信長の野望) 시리즈는 8편을 분기점으로 기존의 턴 방식에서 본격적인 리얼타임 전략시뮬레이션으로 변경되었다. 턴 게임들의 특징인 심사숙고형의 전략시뮬레이션에서 실전과 같은 빠른 판단력과 치밀한 준비를 계획한 뒤에 실행해야 하는 임기응변(臨機應變)식의 전투방식에 적응해야 하는 게임이 되어버린 것이다.

영미권에서는 주로 전략 게임(Strategy Game)이라 불리지만 한국에서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인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은 게임 전투의 진행 방식에 따라 턴 방식과 실시간(리얼타임) 방식으로 나뉘는데 그 중에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은 통칭 ‘RTS(Real Time Strategy)’라고 불리고 있다.

PC 게임 중 최초의 RTS는 웨스트우드의 ‘듄2’로 인정하고 있다. 그 이전에도 RTS적인 요소를 지닌 게임은 많이 있었지만 RTS의 기본적인 시스템을 확립하고 기준을 제안한 게임으로 듄2를 꼽는다. 보통 턴(Turn-Based) 방식의 게임과 대치적으로 구분된다. 대부분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들은 턴제와 실시간으로 구분되며, 간혹 그 둘을 섞은 게임도 있다.

턴 방식의 게임들의 경우 한 턴이 끝나기 전까지는 충분히 생각을 정리하고 준비할 여유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전투적인 부분에 치중하지 않고 보다 큰 범주에서 정치적인 개념과 경제적인 부분까지 전투에 고려 대상으로 볼 수 있지만,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의 경우 깊이 있는 사고를 바탕으로 하기보다는 당장 주어진 상황에 위기를 극복하고 피해를 최소화 하는 임기응변식의 대처를 통해 결국 승리를 쟁취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들은 대부분 국가 명령이나 내정과 같은 시스템은 턴 방식을 도입하고 전쟁이 일어났을 때에만 실시간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 RTS라는 개념이 소개되고 듄2의 충격적인 시스템이 세상에 공개된 뒤로 게임 개발 기술의 신기원을 이룩한 것처럼, 과대포장되던 1990년대에는 RTS 게임이 곧 게임 개발의 기술력으로 입증받는 것으로 인정되었던 적도 있었다. 온갖 RTS 게임들이 우후죽순 처럼 쏟아져 나왔고 당시 턴 방식의 게임들은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턴 방식과 실시간 방식은 단지 게임 진행에 필요한 부차적인 요소일 뿐, 시대의 흐름에 따라 현재에는 턴 방식의 게임들도 다시 부활하고 있는 중이다.

[信長の野望 嵐世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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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의 야망 9편 람세기는 당시의 시대의 흐름을 타고 본격적인 리얼타임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변화하였다. ‘람세기(嵐世記)’라는 부제를 한글로만 봤을때는 이집트쪽 언어인가? 성경 구절인가? 싶었지만 람세기(嵐世記)는 이집트 언어가 아니라 한문이다. 발매 초기 국내에서는 ‘람세기’가 아니라 ‘남세기’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는데 결국 ‘람세기’라는 이름으로 정착되었다.

신장의 야망 9편 람세기에는 총 66국(国)이 등장하는데 ‘쿠니(国)’라 불리는 각 국마다 성이 2~3개씩 존재하기 때문에 성 개수만으로 치면 총 135개의 성이 등장한다. 람세기에는 많은 국가와 성이 등장하여 정복과 점령에 남다른 쾌감을 느끼는 정복자의 피가 흐르는 게이머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내어 ‘이런게 진짜 전국시대지!’라는 감탄사를 자아냈다. 단순히 성만 많이 등장하는게 아니라 ‘제세력(諸勢力)’이라는 것도 등장하여 국인중(国人衆), 사사중(寺社衆), 수군중(水軍衆), 닌자중(忍者衆), 자치도시(自治都市)로 분류되어 있다. 쿠니(국)에 전쟁이 발발하면 쿠니뿐만 아니라 제세력까지 전쟁에 휘말리게 된다.

[信長の野望 嵐世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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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세력은 집단이나 분파 등을 일컫는 말이다. 제세력은 신장의 야망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신선한 시스템으로, 제세력으로 분류되는 사사중(寺社衆)은 불교와 일향종, 기독교도 등으로 구분되며 제세력과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전국통일에 다가설 수 있는 유리한 정책이다. 제세력과는 구적, 대립, 소원, 우호, 친밀 등의 단계로 관계 구분이 된다. 다만, 우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원(금, 쌀, 철포 등)을 제공해야 가능하다. 요구하는 금전을 거부하면 대립관계나 구적(仇敵)관계가 되어 굉장히 피곤해지기 떄문에 제세력과는 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전국통일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신장의 야망 시리즈는 2편마다 대폭적으로 시스템을 수정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홀수 작품에서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고 다음 짝수버전에서 홀수 버전에서 호응 받은 시스템을 유지하여 확장 개선한다. 그리고 다음 홀수 버전에서 다시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을 통해 시리즈 전체적인 성장과 유지의 과정을 거쳐오고 있다.

람세기에서는 이전까지 성 단위의 명령 체계에서 국가(国) 단위의 명령 체계로 변경되었고 1국 이상의 영토를 부하 무장에게 맡기는 ‘군단당 시스템’이 부활했다. 총 66국(国), 135개의 성이 등장함과 동시에 1,320명에 달하는 무장이 등장하여 역대 시리즈 중 최다 등장인물을 자랑했다. 대폭적으로 증가한 성과 무장이 등장하면서 게임의 진행 방식도 기존의 턴 방식에서 리얼타임으로 변경되어 지금까지의 시리즈와는 차별화에 중점을 두었다.

[日 역사 왜곡 교과서 (2019.03.27)]
유투브(watch?v=k6jFoXVSq_4)

신장의 야망 9편 람세기는 한국에서도 발매될 예정이었나 결국 취소되었다. 신장의 야망 9편 람세기가 출시된 2001년에 일본 정부에 의한 역사 왜곡 교과서가 문제가 되었다. 당시 동북아시아와 한국, 중국의 역사까지 왜곡되었다. 2001년 일본의 우익단체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주축이 되어 일본의 중학생용 역사 교과서에 임나일본부설 등 왜곡된 역사를 기술한 것이 문제가 되어 한국에서는 2001년 4월 ‘일본교과서 바로잡기 운동본부’가 출범하게 됐다. 결국 2002년 3월 한일월드컵에 세계의 시선이 쏠리며 양국은 ‘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라는 것을 출범했지만, 그 이후로도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계속해서 왜곡된 역사 교과서를 만들고 있어 한일 양국간의 정치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내 가수중에서도 저항의 의미로 일장기를 찢는 퍼포먼스를 하는 등 안 그래도 한일 관계가 악화된 시점에서 일본의 역사를 소재로 하는 게임의 정식 발매는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일이 되어버렸다.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현재까지도 계속 진행중이며 정치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되어 한일 양국은 아직도 지리적으로는 제일 가깝지만 정서적으로는 제일 먼나라의 관계로 지내고 있는 중이다.

[信長の野望 蒼天錄]
https://www.sourcenext.com/service/houdai_soft/product/?productgp=0000010474

신장의 야망 시리즈 10번째 작품은 신장의 야망 창천록(信長の野望 蒼天錄)이라는 부제로 한일월드컵이 있던 2002년에 출시되었다. 시리즈 처음으로 군주(다이묘)이외 신분으로도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게 되었고 4계절을 1년으로 하여 총 4턴씩 페이즈 진행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전작에 비해 볼륨이 늘어나 성의 개수도 150개, 무장은 1,500명이다. 전작의 1,320명을 뛰어넘는 숫자로 역시 시리즈 최다 등장 기록을 갱신했다. 거기에 신무장을 1,000명까지 등록할 수 있어 이론상으로는 최대 2,500명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게임이 되었다(다만, 일반판은 200명이 한계, 파워업키트가 1,000명 가능). 전작에 이어 제세력 시스템이 계승되었으나 전작에서 제세력에 너무 시달린 탓인지 그 중요도는 약간 하락했다.

신장의 야망 시리즈 10 창천록의 역대 시리즈와의 가장 특화된 차이점이라면 ‘닌자’를 들 수 있는데 님자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전국통일을 달성하기가 수월하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이 닌자를 활용해 적군의 영지에 대한 정보나 공작활동(유언비어, 기만전술, 적 무장 암살 등)을 하는 것으로 한결 수월하게 게임을 진행해 나갈 수 있다.

[信長の野望 天下創世]
http://www.gamecity.ne.jp/tenka/

창천록이 발매된지 1년 후 바로 시리즈 11번째 홀수 버전이 등장했는데 부제는 ‘천하장세(天下創世)’이다. 이름만큼이나 볼륨이 방대한 게임이다. 천하장세는 시리즈 넘버링이 11번째 작품이고 11은 홀수 버전이고 홀수 버전에서는 뭔가 획기적인 시스템이 도입되는 전통이 있는 신장의 야망이기 때문에 이번 버전에서도 뭔가 획기적인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그것은 바로 Full 3D의 도입이다.

천하장세는 내정화면과 전투화면이 모두 3D로 변화했다. 이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지만 일부 PC에서는 원활한 게임 플레이의 방해요소가 되어 전작과는 달리 고사양의 PC를 필요로 했다. 지금까지의 작품들이 ‘OO전, OO기, OO록’과 같이 (전국군웅전, 무장풍운록, 패왕전, 천상기, 장성록, 열풍전, 람세기, 창천록) ‘전기록’ 으로 끝나는 부제를 달았던 것에서 탈피하여 최초로 ‘천하장세’라는 별도의 네이밍이 채택된 버전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작품과는 궤를 달리하겠다는 KOEI의 의지를 ‘천하장세’라는 부제에 담아 전 화면 구성 Full 3D를 채택하고 전작까지의 국가명령 체계가 4계절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었던 것에 비해 1년을 8계절로 세분화하여 신춘(新春), 봄(春), 장마(梅雨), 여름(夏), 가을(秋), 만추(晩秋), 겨울(冬), 엄동(厳冬)으로 8턴의 명령 턴을 갖게 되었다. 세분화된 계절만큼이나 계절 특성에 맞춘 게임 시스템이 연동되었는데, 엄동(厳冬)과 같이 혹한기가 되면 동북지방의 모든 행동력이 0이 되는 등 절기에 따라 미리 미리 준비해야 할 것들을 챙겨놓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信長の野望 天下創世]
유투브(/watch?v=FpA6pBW-8C0)

계절의 세분화된 변화와 함께 군주(다이묘)의 구분 역시 세분화가 이루어졌다. 전작에서 다이묘는 물론 휘하 장수로의 플레이도 가능했던 것이 이번 천하장세에서는 제외 되면서 대신 군주의 범주를 세분화 하였다. 다양한 계급의 명령 체계가 지나치게 불필요한 방대함으로 주는 피로도로 게임의 장점보다는 단점인 요소로 작용했다고 판단했는지 천하장세는 이전의 군주 전용 플레이로 복귀하였다. KOEI의 전략시뮬레이션(삼국지, 징기스칸, 신장의야망)들은 크게 내정과 전투의 큰 틀안에서 움직이는데 버전에 따라 내정의 중요도가 높던가 전투의 비중이 높던가 등으로 변화점을 두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천하장세편에서는 다시 내정이 부활하여 내정의 중요도가 높아지게 되었다. 다만, 전투의 비중이 낮아지는 것에 대한 보완책으로 다이묘의 등급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기존의 다이묘의 직군을 보다 세분화하여 다이묘의 명성과 영지 수에 의해 소다이묘(小大名), 대다이묘(大大名), 군웅(群雄), 패자(覇者), 천하인(天下人)의 등급으로 신분상승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信長の野望 革新]
유투브(/watch?v=iwz7WXMH_FY)

KOEI의 신장의 야망 12번째 작품은 ‘신장의 야망 – 혁신 (信長の野望 革新)’으로 이름처럼 혁신적인 버전으로 거듭났다. 기존 작품에 비해 혁신적으로 변화한 점 중에 가장 손꼽히는 차별점으로는 모든 명령이 전체 맵에서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기존의 작품들은 턴 방식으로 성이나 군주(다이묘)들을 번갈아 돌아가며 행동명령을 내렸지만 12번째 작품 혁신에서는 이름처럼 혁신적인 개혁이 이루어졌다. 최근까지 총 30년에 걸친 장수 시리즈이지만 전체 시리즈 중에서도 아직까지 12편 혁신을 즐겨하는 게이머도 많이 있을 정도로 혁신은 성공적인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信長の野望 설문조사]
http://www.gamecity.ne.jp/net/campaign/nobunaga30th/questionnaire_result.htm

신장의 야망 역대 시리즈 인기조사를 하면 상위 순위에 드는 시리즈로 전체 시리즈 중에 1위와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전체 투표의 경우 2위이지만 20대 투표의 경우에는 22.15%의 압도적인 지지로 1위에 선정되기도 할만큼 신장의 야망 ‘혁신’은 전체 시리즈 중에서도 그 인기가 다른 시리즈에 비해서도 확실히 높다.

신장의 야망은 무장풍운록까지 승승장구 하다가 패왕전때 잠시 주춤하고 천상기로 부흥하다가 장성록 이후 열풍전, 람세기, 창천록까지 줄곧 내리막길을 걸을 정도로 인기의 부침이 심했다. 하지만 천하장세 이후 인기를 회복하고 이번 시리즈 12번째 ‘혁신’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출시하기 이전부터 많은 팬들의 기대를 한껏 받았고 출시 이후에는 기대를 뛰어넘는 명작으로 평가받았다. 많은 제품과 서비스들이 ‘혁신’을 부르짖지만 정작 ‘혁신은 없었다’라는 조롱과 비아냥을 받는 것에 반해 신장의 야망 혁신은 정말 이름처럼 혁신을 이루었다.

역대의 작품들이 비교적 고증이나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려는 게임 시스템을 구성한 것에 비해 신장의 야망 혁신은 전쟁과 전투의 집중화된 시스템으로 게임의 재미를 위해 포기한 부분들이 많다. 이러한 사실적인 역사 고증 등의 문제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고 정통 역사 마니아들에게는 외면 받기도 하지만 그와는 대조적으로 역대 시리즈 인기투표에서 항상 1~2위를 다투는 명작으로 꼽히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신장의 야망 시리즈가 필수 게임 중에 하나로 꼽힐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입장은 한국과 일본이라는 역사적인 관계를 고려했을 때 단지 재미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신장의 야망 시리즈는 당연히 한국보다 일본에서 훨씬 더 유명한 게임이고 일본에서의 위상만큼 한국에서의 인지도는 상당히 떨어지는 게임일 수 밖에 없다. 한국과 일본이 아직도 불편한 관계이고, 정치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언제나 침입에 시달린 뼈아픈 피해자의 과거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한국의 입장에서 불편한 내용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비교적 반감이 덜한 삼국지의 무장들은 한국에서도 유명한 무장(관우, 장비, 하후돈, 서황, 마초, 황충 등)이 많지만 일본의 무장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런 까닭이다.

게임인의 입장에서 불편한 역사적 소재를 다루고 있는 게임이 부러운 이유는 자신들의 역사를 꾸준하게 게임으로 만들어내면서까지 역사에 대한 자긍심과 보존에 대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제대로 된 역사 게임이 시리즈화된 적도 거의 없으며 제대로 알려진 한국 역사를 소재로 하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도 사실상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일본의 역사를 소재로 하는 게임자체를 찬양하거나 부러워한다기보다는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후세에 전달하기 위한 노력이 부러운 것이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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