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런’ ‘킹스레이드’ ‘배틀그라운드’ 등 VC 벤처투자 성공 게임 8선

[유럽-북미서 먼저 히트해 한국 게임 흥행공식을 깬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현대 애널리스트와 VC는 어쩌면 근대 이전 ‘역술인’이나 무속인과 비슷하다. 마치 ‘삼국지연의’의 제갈공명이 남동풍이 올 것을 예측해 조조 10만 대군을 섬멸한 ‘요술부채’ 같을 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벤처투자 성공사례로 꼽힐 만한 게임 투자가 어떤 게 있을까. 게임톡이 창간 8년을 맞아 2010년 이후 VC 투자를 통해 ‘혜안’과 ‘예측력’으로 신통방통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았다.

애니팡-쿠키런-블레이드-검은사막-배틀그라운드 등 대박게임의 성공 뒤에는 눈밝은 VC들이 스타트업 지원들이 있었다. 단 이번 기획에서는 이미 성공한 후 VC가 투자하거나 국내 VC가 아닌 해외 VC나 게임퍼블리셔 등으로부터의 투자로 성공한 케이스는 제외했다.

■ 하나. 선데이토즈-모바일게임계 황태자가 된 ‘애니팡’의 대박

모바일 게임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 PC웹기반 SNG(소셜네트워크게임)의 전성기에 가장 성공한 게임개발사 중 하나가 선데이토즈다.

SNG 시장이 핫하긴 했으나 규모 있는 매출로 이어지지 못해 업계 최상위권인 선데이토즈를 포함한 대부분의 SNG기업들(‘윈드러너’ 개발사인 링크투모로우 등)이 이때 힘든 시기를 보냈다.
    

[카카오 게임하기로 슈퍼스타에 오른 선데이토즈의 '애니팡']

이후 카카오톡 게임하기의 시작과 동시에 모바일게임계의 황태자가 된 ‘애니팡’의 대박으로 사업적 성공과 IPO를 이루어냈다.

당시 소프트뱅크 임지훈 심사역(나중에 카카오 대표를 역임했다) 등이 초기 투자했다. SNG 시장에서의 성공을 목표로 투자한 VC의 계획 그대로 성장하진 못했다. 하지만 결국 역량 있는 팀은 초기 계획과 다른 방법으로라도 성과를 이루어낸다는 사례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또한 SNG 사업에 대한 VC 투자금이 없었다면 카카오게임하기 이전까지의 보릿고개를 버티기 힘들었을 것으로 평가받았다.

■ 둘. 데브시스터즈- ‘쿠키런’의 대박 기사회생

데브시스터즈는 모바일게임 초기 시대 ‘오븐브레이크’로 글로벌 2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유명해진 개발사다.

이은우 소프트뱅크 상무 등이 ‘오븐브레이크’의 성과를 보고 투자했으나 의미 있는 BM(수익모델)이 탑재되지 못해 엄청난 다운로드수에 비해 매출은 크지 않았다. 이후 개발 라인업 확장 및 비용 증가로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회사가 무너지기 직전에 초대박 역전홈런을 친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

하지만 회사가 무너지기 직전에 마치 야구에서 ‘역전홈런’처럼 초대박 흥행을 기록했다. 카카오게임하기에 ‘오븐브레이크’를 변형해 출시한 ‘쿠키런’의 대박으로 기사회생한 것이다. ‘오븐브레이크’의 BM의 한계를 ‘애니팡’과 ‘다함께차차차’ 등을 벤치마킹하고 개선해서 카카오 플랫폼 초기의 엄청난 트래픽을 통해 매우 큰 성공을 이루어냈다.

이후 IPO(기업공개)를 진행해 데브시스터즈 또한 VC가 투자할 때 예측한 시나리오대로 성공하진 못했으나, 잠재력이 있는 팀은 뒤늦게 다른 사업모델로도 성공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좋은 사례가 되었다. VC투자금이 없었다면 성공할 때까지 도전할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 셋. 카카오게임하기-카카오톡 BM 전무 시절 급성장 토대

카카오는 게임기업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카카오키즈로 불리는 다수의 독립게임개발사의 성장과 상장의 토대가 된 카카오게임하기로 한국 모바일게임사에 한 획을 그었던 기업이다.

카카오 게임은 커녕 아직 카카오톡에 BM이 전무하던 2011년, 라구나인베스트먼트의 박영호 파트너(당시 한국투자파트너스 심사역)와 미국의 매버릭캐피탈이 시리즈A 투자를 리드했다.    

[카카오 게임하기는 흑자를 기록하며 카카오톡 급성장 가속페달이었다]

SI인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도 투자에 참여하여 이후 카카오 게임하기 초기에 자사게임의 우선 입점 등 투자의 수혜를 누리게 되었다. 투자 후 1년이 지난 2012년 카카오 게임하기 서비스 시작으로 급성장했다.

■ 넷. 액션스퀘어-‘블레이드’로 모바일 액션RPG의 전성 시대 활짝

‘애니팡’과 ‘윈드러너’ 등 캐주얼 게임 중심의 모바일 시장은 ‘블레이드’의 개발사 액션스퀘어가 등장해 판도를 바꾸었다.

액션스퀘어는 하드코어 RPG 장르, 언리얼엔진의 하이엔드 게임 시대를 개척(최초는 아니지만 상업적 성공의 면에서)한 ‘블레이드’의 개발사다. ‘블레이드’ 성공 이후 ‘레이븐’, ‘히트’ 등 모바일 액션RPG의 전성 시대가 열렸다.

[하드코어 RPG 장르 시대를 활짝 열어제친 게임 '블레이드']

‘블레이드’ 출시 1년 전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시장 가능성을 엿본 라구나인베스트먼트의 박영호 파트너(당시 한국투자파트너스 심사역)가 투자했다. 당시 멀티플 기준으로 VC 게임투자 중 가장 높은 수익배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 다섯. 펄어비스-100억 원대 투자로 ‘검은사막’ 성공 글로벌 기업 우뚝

온라인게임 ‘검은사막’ 출시 1년 전인 2013년 라구나인베스트먼트의 박영호 파트너(당시 한국투자파트너스 심사역)가 초기 투자를 했다. ‘검은사막’의 한국 출시 이후 펄어비스의 정경인 대표(당시LB인베스트먼트 심사역), 펄어비스캐피탈의 김경엽 대표(당시 스톤브릿지 심사역), 브리즈인베스트먼트 박제무 대표 3인방이 100억 원대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 ‘검은사막’의 글로벌 성공에 이바지했다.
 
■ 여섯. 더블유게임즈-소셜카지노 장르 개척 조 단위 기업가치 신흥강자

한국에는 생소한 소셜카지노 장르를 개척해 글로벌 톱플레이어가 된 회사가 더블유게임즈다.    

[더블유게임즈는 조 단위 기업가치의 게임신흥강자로 발돋움했다.]

2013년 라구나인베스트먼트의 박영호 파트너(당시 한국투자파트너스 심사역)가 리드해, 아주IB, IMM 등이 공동 투자했다. 이후 꾸준한 성장을 통해 2015년 IPO 및 2017년 글로벌 톱3 소셜카지노 업체인 더블 다운 인터랙티브(Double Down Interactive)를 인수하며 세계 정상급 소셜카지노 기업으로 성장했다.

‘검은사막’의 펄어비스, ‘배틀그라운드’의 크래프톤과 함께 조 단위 기업가치의 게임업계 신흥 강자가 발돋움했다.

■ 일곱. 크래프톤(블루홀+지노게임즈)-배틀그라운드 흥행 글로벌 톱클래스 게임사 등극

블루홀이 이름을 바꾼 크래프톤의 성공은 ‘배틀그라운드(PUBG, 펍지)’의 글로벌 빅히트에서 시작했다.
 
‘배틀그라운드’는 블루홀이 인수한 지노게임즈(현 PUBG주식회사)가 개발한 게임이다. 블루홀의 경우 블록버스터 MMORPG ‘테라’의 성공을 기대한 케이제이엔파트너스의 부경훈 대표(당시 KNET파트너스 파트너, 가장 큰 규모로 투자) 등 다수의 VC가 투자에 참여했다.

‘테라’는 블루홀 투자자들의 기대만큼 투자 수익을 거두진 못했지만 인수한 지노게임즈가 개발한 ‘배틀그라운드’를 통해 일약 글로벌 톱 클래스 게임개발사로 등극했다. 

[게임 '배틀그라운드'는 크래프톤을 일약 세계적인 게임기업으로 등극시켰다.]

지노게임즈의 경우 본엔젤스 송인애 대표가 초기 투자, 이후 프리미어파트너스 김성은 파트너 등이 투자한 MMORPG ‘데빌리언’의 개발사였다. ‘데빌리언’의 사업적 실패 이후 자금난으로 기업 경영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블루홀에 피인수되었다.

이후 ‘배틀그라운드’의 성과로 모회사를 세계적 게임기업으로 등극시켰다. 체급은 다르지만 선데이토즈-데브시스터즈의 사례와 비교된다. 좋은 기업의 경우 비록 VC가 처음 투자할 때의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성공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늦게라도 성공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좋은 예다.

■ 여덟. 베스파-카카오키즈 이후 ‘킹스레이드’로 IPO 유일한 사례

SL인베스트먼트의 이승헌 부사장 및 소프트뱅크 등이 투자한 모바일게임 개발사다.

‘킹스레이드’의 글로벌 성공으로 카카오키즈들의 시대 이후, 경쟁이 격화되고 양극화된 모바일 생태계에서 독립 게임 개발사가 스스로의 역량으로 IPO까지 성공시킨 거의 유일한 사례다. (크래프톤과 펄어비스는 일단 PC게임으로 성공)    

[베스파는 카카오키즈 이후 독립 게임 개발사가 스스로 역량으로 IPO까지 성공시킨 거의 유일한 사례다.]

이밖에 ‘슈퍼크리에이티브’는 스마일게이트가 서비스하고 있는 ‘에픽세븐’의 개발사로 한 편의 에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고품질 2D 그래픽으로 최근 한국 모바일 게임 개발사 중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높은 사업적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이다.

데브시스터즈벤처스의 최형규 대표가 초기 투자했고. 스마일게이트로의 M&A를 통해 엑시스(Exit)에 성공한 사례다.

■ 한국게임, 사드 사태 이후 게임투자 줄고 허리 사라져 ‘생태계 위한 투자’ 기대

2020년 현재 게임업계는 안팎으로 이중고에 처했다. 우선 게임 시장의 ‘빈익빈부익부’로 자본과 인력을 갖춘 거대 게임사만이 고공비행하고, 허리층은 하나둘 줄줄이 사라지고 있다.

한국 주요 타겟 시장이었던 중국의 판호도 사드사태 이후 완전히 막혔다. 되레 중국 게임은 어떤 제재도 없이 한국 시장 랭킹을 점령하면서 활개치고 있다.

하지만 게임은 엔터테인먼트다. 제품만이 좋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된 분야가 아니라는 뜻이다. 한국보다 유럽-북미 등 글로벌에서 빅히트한 ‘검은사막’과 스팀 플랫폼으로 글로벌 초대박을 기록한 ‘배틀그라운드’가 그렇다.

그리고 이들의 성공 뒤에는 눈밝은 VC들이 있다. 존버(끈질기게 버티는) 정신으로 10년간 역량을 쌓아 드디어 글로벌 인기 게임으로 꽃을 피워낸 크래프톤이 좋은 본보기다.    

[‘슈퍼크리에이티브’는 데브시스터즈벤처스가 초기 투자했고. 스마일게이트가 M&A했다.]

스타트업 초기 투자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VC는 게임개발사들이 성공하기 전까지 버틸 수 있는 자금을 공급하는 게임생태계에서의 큰 축이다. 게임업계 허리를 든든히 잡아주는 존재들이다.

박형준 라구나인베스트 대표는 “현재 KB인베스트먼트에 계시고 과거 한국투자파트너스의 CIO로 계셨던 김종필 대표가 4년 전 VC들의 게임 회사들에 대한 투자들이 서서히 줄고 있을 때 하셨던 말이 생각난다. 산업은 살리고 봐야 한다. 계속해서 게임산업에 투자해 산업도 살고 앞으로 VC들도 투자할 수 있는 회사들이 존재하는 거다는 말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게임톡이 창간 8주년을 맞아 게임 스타트업의 성공스토리를 짚어보다가 그 게임들이 게임트릭스와 구글플레이에 1위를 찍었던 순간과 쓴 기사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게임 분야 투자가 줄고, 생태계는 왜곡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럴수록 게임 대박의 강력한 후원자, VC의 ‘혜안’과 ‘예측력’을 기대한다. 바로 지금 VC가 더욱 필요할 때다.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