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다 신겐과 우에스기 겐신의 이야기…‘신장의 야망’ 바탕이 되다

[信長の野望]
https://matome.naver.jp/odai/2141777708153355301/2141778020256972903

KOEI의 게임들이 자국인 일본에서 유명한 이유는 삼국지의 인기가 한중일을 포함한 동남아 일대에 유독 인기가 많은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일본의 역사를 잘 살려낸 게임 ‘신장의 야망’이라는 게임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장의 야망(信長の野望)’ 은 ‘노부나가의 야망’이라고도 하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게임의 주인공은 일본 센고쿠 시대에 전국 통일의 야망을 꿈꾸던 무인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의 이야기이다.

오다 노부나가는 우리로서는 별로 달갑지 않은 인물일 수 있지만, 그 보다는 오다 노부나가 휘하에 있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직접적으로 조선에 위해를 끼친 인물이라는 평가도 있기 때문에 도요토미 히데요시 보다는 반감이 조금은 덜 한 편이다. 1592년 조선정복을 위한 빌미로 명나라 정복에 협조를 조선에 요청하자 조선이 이를 거절 한 것을 이유로 임진왜란을 일으킨 인물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이기 때문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의 1차 정복전쟁이 수포로 돌아가자 1598년 다시 정유재란을 일으켜 조선에 막대한 인명손실과 피해를 끼친 인물이다. 오다 노부나가는 직접적으로 조선을 침략하는 행위에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연관된 인물로 아직도 그에 대한 평가와 해석이 엇갈리는 부분이 많다. 조선 침략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리 좋게 포장한다 해도 한국의 입장에서는 그리 달가운 인물이 아닌것만은 맞다.

[織田 信長(오다 노부나가)]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Oda_Nobunaga-Portrait_by_Giovanni_NIcolao.jpg

하지만, 일본에서의 평가는 당연히 최상급 위인으로 평가받는데 아직도 일본에서는 오다 노부나가를 소재로하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에서 꾸준히 그에 대해 추앙하고 동경하는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비록 반일감정이 밑바탕에 깔린 양국간의 불편한 사회적 기류에도 신장의 야망이라는 게임이 그나마 한국에서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일본의 조선침략이 일어나는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직접적인 원인 제공을 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아닌 그 이전 시대의 오다 노부나가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일본의 역사적 인물에 대해 적개심이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나마 덜했다는 뜻이다.

‘노부나가의 야망’게임은 KOEI의 대표 시리즈 게임으로 1983년 노부나가의 야망을 시작으로 전국판(1986년), 전국군웅전(1988년), 무장풍운록(1990년), 패왕전(1992년), 천상기(1994년), 장성록(1997년), 열풍전(1999년), 람세기(2001년), 창천록(2002년), 천하창세(2003년), 혁신(2005년), 천도(2009년), 창조/전국입지전(2013년)/(2016년), 대지(2017년) 등 스핀오프를 제외하더라도 주기적으로 출시하여 총 20여편의 시리즈가 출시되었다.

KOEI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첫 역사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삼국지가 아니라 신장의 야망이었기 때문에 더욱 애착이 가는 시리즈일지도 모르겠다. 신장의 야망이 먼저 출시되고 그 이후 삼국지가 출시되는 패턴이 반복되었기 때문에 한 때 세간에서는 신장의 야망으로 시스템을 실험하고 삼국지에 적용하여 출시한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사실 무근으로 밝혀졌고 애초에 그렇게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있을 수 있는 성격의 게임들도 아니었다.

[카와나카지마 전투]
https://fujet.org/?attachment_id=4764

1983년 출시 한 신장의 야망은 KOEI의 첫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알려져있지만 사실은 그 이전에 ‘카와나카지마 전투’라는 게임을 먼저 출시했었다. 이 게임은 ‘다케다 신겐’과 ‘우에스기 겐신’의 맞대결을 다룬 이야기이다. 요즘 경영철학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풍림화산’의 깃발을 들고 전장을 누빈 것으로 유명한 일명 가이(카이)의 호랑이라 불리는 다케다 신겐은 오다 노부나가만큼이나 일본에서는 유명한 인물이고 다양한 작품에 등장하고 있다. 원래 ‘풍림화산(風林火山)’ 이라는 말은 손자병법의 군쟁 편에서 나온 ‘풍림화산음뢰(風林火山陰雷)’라는 말이지만 뒤에 ‘음뢰’를 빼고 ‘풍림화산(風林火山)’ 이라는 글자만 깃발에 새겨 들고 다녔기 때문에 최근에는 풍림화산이라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병법서에서 말하는 ‘풍림화산음뢰’라는 말의 뜻은

風 : 군사를 움직일때는 바람처럼 날쌔게 하고(其疾如風)
林 : 매복 대기할때는 숲처럼 고요하며(其徐如林)
火 : 적을 공격할 때는 불길이 번지듯이 맹렬하게 하며(侵掠如火)
山 : 적의 공격으로부터 방어를 할 때는 산처럼 무겁게 움직이지 않으며(不動如山)
陰 : 숨을 떄는 검은 구름에 가려 별이 보이지 않듯이 하되
雷 : 일단 군사를 움직이면 벼락이 치듯이 신속하게 이동해야 한다.

라는 뜻이다. 비록 전장에서나 통용될법한 병법서의 내용이지만 현재 사회의 비즈니스 세계 역시 총칼없는 전장이라는 말처럼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전쟁시에 대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상황에 자주 차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카와나카지마 전투]
https://www.4gamer.net/games/354/G035404/20161222137/

2014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중국의 알리바바 최대주주였던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자신의 성공전략으로 손자병법서에서 말하는 ‘풍림화산(風林火山)’을 이야기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풍림화산(風林火山)’은 동명의 드라마로도 유명한데 NHK에서 2007년 1월 7일부터 2007년 12월 16일까지 1년 동안 방영했던 50부작 대하드라마이다. 그동안 제작했던 NHK의 역사 소재 드라마 중에서도 명작으로 꼽히는 드라마로 OST 또한 출중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일본의 드라마, 영화 음악의 거장으로 알려진 센쥬 아키라(千住明, Senju Akira)가 OST를 담당했기 때문이기도 한데 센쥬 아키라는 애니메이션 V건담의 OST로도 유명하다. 일본에서 제작되는 자본력이 투입되는 웬만한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은 거의 센쥬 아키라가 하고 있다. 일본의 드라마 풍림화산은 이렇게 자본력 뿐만 아니라 유명 배우들의 캐스팅으로도 화제가 되었는데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1515년 부터 1560년까지 조선의 임진왜란이 발생한 1592년 전의 일을 다루고 있다.

[카와나카지마 전투]
https://www.4gamer.net/games/354/G035404/20161222137/

멀리 보면 임진왜란이 있기까지의 시대적 배경을 알 수 있는 내용이고 조선을 침략하기 이전 일본의 전국시대 상황에 대한 내용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일본의 역사를 찬양하고 감흥을 느끼기 때문에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왜 그렇게 당해야 했으며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을 준비했어야 했는지 그리고 지금의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위해서 알아두어도 좋을 듯 하다.

[NHK大河ドラマ 風林火山 総集編]

‘카와나카지마 전투’ 게임은 ‘다케다 신겐(武田信玄)’과 필생의 라이벌로 등장하는 ‘우에스기 겐신(上杉謙信)’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다케다 신겐은 그의 아버지를 축출하고 가문을 계승했기 때문에 종종 전국시대 최고의 패륜아로 희화화되기도 하는데 이에 비해 다케다 신겐의 필생의 라이벌로 등장하는 우에스기 겐신은 ‘에치고의 용’이라 불리며 의리의 사나이로 묘사되곤 한다. 우에스기 겐신은 일본 전국시대의 인물중에서도 유명한 인물로 KOEI의 게임뿐만 아니라 코나미(KONIAM)의 ‘천과 지’, 게임아츠의 ‘천하포무’, 시스템소프트의 ‘천하통일’, 반프레스토의 ‘전국몽환’ 등 웬만한 전국 시대 게임에는 거의 다 등장한다.

일본에는 ‘敵に鹽を送る’라는 유명한 속담이 있는데 전국시대 유명한 두 라이벌 ‘다케다 신겐’과 ‘우에스기 겐신’과 관련 된 이야기에서 유래된 속담이다. ‘敵に鹽を送る’라는 말은 ‘(적군에게)소금을 보내다’ 라는 뜻인데 전쟁 중이던 당시에 귀한 자원이었던 소금을 얻기 힘들어진 다케다 신겐에게 우에스기 겐신이 소금을 보낸 일화가 이 말의 기원이 되었다. 단지 소금을 보낸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겠지만 서로가 서로의 목을 치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벌이던 전국시대에도 전쟁중인 상대가 싸움의 본질과 관련없는 일로 어려워하면 기꺼이 도움을 준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나온 말이다.

동서양 역사를 봐도 적군의 장수가 상처나 병을 얻어 힘든 상황이 되면 처방전이나 약을 보내주는 일화가 상당히 많다. 본질에서 벗어나는 일에서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저열하고 낮은 수준에 이르는 것을 스스로가 경계하며 지양한다는 의미에서 ‘敵に鹽を送る(적에게 소금을 보내다)’라는 말이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우에스기 겐신, 다케다 신겐]
https://www.toshidama-japanese-prints.com/item_957/Kunichika-Uesugi-Kenshin-and-Takeda-Shingen.htm

중요 자원인 소금이 부족했던 다케다 신겐 진영의 소금 금수조치는 적군이었던 우에스기 겐신에게는좋은 기회가 됐을지 모르겠지만 이 때 우에스기 겐신은 ‘내가 겨루는 것은 창과 칼이지 소금이 아니다’라는 편지와 함께 중요한 자원인 소금을 보내주었고 이를 전달 받은 다케다 신겐은 감사한 의미로 명도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이 칼은 현재 일본의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어쩌면 오랜 역사속에서 시작되었고 점점 사용빈도가 낮아져 사라질뻔한 이 말은 2012년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적에게 소금을 보내다.’라는 말을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가 인용하면서 유럽 국가들과 채무와 세계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각 국가간의 협조와 공조가 필요하다는 연설로 다시 한 번 유명해졌다.

우에스기 겐신은 지역의 문화 축제로도 유명한데 ‘겐신공제’라는 축제에 25만명의 인파가 몰릴만큼 그 인기가 대단하다. 원래 ‘공제(公除)’라는 것은 일국의 왕과 왕비 사후에 일반 공무를 중지하고 대대적으로 조의를 표하는것을 뜻한다. 왕이 아닌 자로서 공제의 대상이 됐다는 것은 그 만큼의 역사적 평가와 현재의 인기도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당시의 이야기를 다룬 ‘풍림화산’이라는 드라마에서 우에스기 겐신 역에 ‘각트(Gackt, 일본의 뮤지션)’가 캐스팅되면서 젊은 층들에까지 그 인기가 더 유명해졌다.

인구 10만의 도시에서 겐신공제를 보기 위해 관광객이 20~25만명이 찾아올 만큼 지역사회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대단하다. 무엇보다 자국의 역사적 인물을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면서 사회전반에까지 문화적인 상품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이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아쉬움과 부러움이 교차할 수 밖에 없다.

[카와나카지마 전투]
https://www.4gamer.net/games/354/G035404/20161222137/

카와나카지마 전투는 지쿠마가와(千曲川)와 사이가와(犀川)가 합류하는 삼각지대의 평지인 가와나카지마에서 전투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가와나카지마' 전투라고 불리고 있다. 무려 5차례 걸친 전투로 양측 모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가와나카지마 전투를 말 할때 흔히 말을 타고 달려온 우에스기 겐신이 칼을 내리치고 이것을 다케다 신겐이 부채로 막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이 에이로쿠 4년(1561년)에 벌어졌던 ‘가와나카지마 제4차 전투’이다. 무슨 부채로 칼을 막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다케다 신겐이 쓰던 부채는 철부채(철선)이었다.

결국 양측 합쳐 1만 이상의 사상자를 내고 승부의 결착이 없는 채로 4차 전투는 끝이났고 이 전투로 다케다 신겐은 동생 노부시게와 명참모였던 야마모토 간스케를 잃는 뼈아픈 손실을 입었다. 물론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야마모토 간스케는 실제로 군사(참모)의 역할이 아닌 일개 병졸이었다는 설과 17세기 ‘코우요우(고요)군감(甲陽軍艦)’이라 불리는 가이국 군사열람책에서 등장하지만 이 책은 아케타 가케노리의 창작물이라는 것이 판명되면서 드라마에 등장하는 역할은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허구임이 밝혀졌지만 실존 인물인 것은 맞다. 그리고 직책과 직급에 상관없이 인재를 잃었다는 것 또한 맞는 사실이다.

[코우요우(고요)군감(甲陽軍艦]
https://www.kosho.or.jp/products/detail.php?product_id=175948323

KOEI의 창업자인 에리카와 요이치의 고향 일본의 토치기현 아시카가시는 일본에서도 역사적인 사건과 인물이 많기로 유명한 지역 중에 하나이다. 자신이 어릴 적부터 보고 들었던 역사적인 소재를 게임으로 만든 것이 KOEI의 첫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카와나카지마 전투’이다. 토치기현 아시카가는 ‘아시카가 다카우지(足利尊氏)’라는 무로마치 막부 시대의 쇼군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이다. 가와나카지마 전투 게임은 장기판 같은 단순한 그래픽과 단지 이름과 숫자 정보만 나열되어 있는 게임이라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었지만 게임을 출시하자마자 주문이 폭주했다. 이 때의 성공을 바탕으로 에리카와 요이치는 역사적인 소재를 자신의 고향에 국한하지 않고 일본 전국으로 그 영역을 확대하여 1983년 신장의 야망(노부나가의 야망)이라는 게임을 출시하게 된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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