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 1년] 실효성 없는 규제로 '게임산업' 침체-사기저하 부채질

셧다운제가 11월 20일 1년을 맞았다.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을 예방한다는 취지로 밤 12시 이후 심야 시간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제도다.

이 제도(청소년보호법 제23조 3항)는 시행 전부터 불거졌던 제도의 실효성과 규제 방식에 대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청소년의 게임중독을 억제할 수 있다”는 여성가족부와 “실효성 없는 불필요한 규제”라는 게임업계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민간단체에서도 “헌법에 보장하는 자율교육권을 침해했다”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지스타 2012'에서 셧다운제 폐지 피케팅을 하는 고교생들.
1년이 지난 지금, 셧다운제는 실효성 없는 규제로 이용자들에게 ‘셧다운’ 당할 처지다. 이 제도를 앞장선 여가부 조사해서도 효과가 사실상 제로에 가깝게 나왔다. 실효성 없는 규제로 이용자 권리와 가정의 교육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을 받고, 글로벌 진출에 게임사업자 역차별 발목만 잡은 평가받고 있는 셧다운제. 이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 “셧다운제 효과는 0.3%, 게임산업 –50%”
지난달 26일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전병헌 의원은 “강제적 셧다운제가 청소년 게임 이용에 미치는 영향은 0.3%에 불과했다”라고 밝혔다. 이 조사는 셧다운제를 추진한 여성가족부가 용역을 한 자료해 이채를 띠었다.

전병헌 의원은 “게임과몰입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반영돼 졸속으로 만들어지면서 국내 기업의 역차별만 키웠다. 청소년 심야 게임 이용이 거의 줄지 않았다는 사실은 규제 실효성이 없다는 의미다”며 “글로벌 환경에서 셧다운제는 국제적 조롱거리만 될 뿐 청소년을 위한 실질적 대책이 아니다”라며 전면적인 재고를 검토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성벽 여성부 청소년매체환경과장은 “수치상으로 보면 0.3%포인트지만 밤 12시까지 이어지는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을 막는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년 동안 시행해온 결과 셧다운제 효과는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대신 게임사업자만 발목을 잡았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업체 리서치앤리서치는 네티즌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게임물 셧다운제에 대해 63.7%가 효과가 없다고 답했다. 청소년 게임이용은 부모에게 맡겨야 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청소년 게임이용에 대한 적절한 지도·관리 방식' 문항에 대해서는 네티즌의 41.3%가 가정에서 부모가 지도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게임산업은 콘텐츠 해외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한국 문화콘텐츠의 선두주자다. K-POP 수출액의 12배로 세계 최고 표준에 가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셧다운제’ 등 이중삼중 규제로 산업 대우는커녕 ‘게임=도박’이라는 선입견을 조장해 사기가 땅바닥에 떨어지고 있다.

게임업계는 셧다운제가 1년 시행 후 -50% 이상 영향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한 관계자는 “이미 새 게임 개발편수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중국은 위상은 날로 올라가는데 글로벌 경쟁 대열에서 ‘자살골을 찼다’는 평이 나왔다. 특히 ‘게임업 종사자가 마약 제조상’ ‘게임은 폭력 유발 매체’라는 선입견을 조장해 사기가 최하다. 실제로 50% 이상의 마이너스를 영향을 끼쳤다”라고 말했다.

■ “태어나지 않아야 할 법, 게도 구럭 다 놓칠 수도”
지난 10월 13일 셧다운제 때문에 중학생 프로게이머가 국제경기 도중 중단한 해프닝이 발생해 국제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외국인들은 “뭔가가 셧다운 됐다고 한다. 잘 모르겠다” “한국 게임 이용자들이 불쌍하다”등의 조롱거리성 반응을 쏟아내기도 했다.

게임 과몰입 예방․해소 관련 규제 현황 비교표
그런가 하면 최근 ‘게임시간 선택제’ 홍보를 위해 문화부 홈페이지에 게시한 웹툰(인터넷 만화)의 주인공 ‘민국엄마’가 인터넷상에서 뜨거운 화제가 떠올랐다. 셧다운제 홍보 웹툰이 되레 패러디 웹툰으로 변해 수 만개의 댓글이 달렸고, 해외에서도 '민국엄마 패러디'가 나돌 정도가 됐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잇따른 규제에 대한 반발 심리로 게임시간 선택제 대상인 청소년층이 패러디물을 주도적으로 만든 것으로 설명했다.

또한 매회 200만 이상의 페이지뷰를 기록한 웹툰 ‘쌉니다 천리마마트’는 셧다운제를 소재로 법 시행 1년이 다 돼가도록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게임 셧다운 내용을 연상시키며 파장을 일었다.

지난 부산에서 열린 게임쇼 ‘지스타2012’가 열린 벡스코 광장에서는 고교생 3명이 ‘셧다운제’ 반대 피켓 시위를 했다. 이들은 청소년인권행동 ASUNARO 부산지부 회원이었다. 이들은 “청소년을 스스로 자율을 못하는 나약한 존재로 본다. 청소년이 투표권이 없어 강제로 입시경쟁에 묶어두고 셧다운제로 문화권까지 침해하고 있다”며 셧다운제 폐지를 주장했다.

이처럼 셧다운제는 이제 글로벌 이슈가 되고, 문화계에서도 규제의 상징 단골 소재가 되었다. 오래 전 이미 10시 이후 청소년 PC방 출입 금지 시행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 ‘옥상옥’이고, 청소년 게임이용을 가정이 아니라 국가가 나선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 특히 첨단 디지털 시대에 ‘온라인 통금제도’ 같은 구시대적 규제를 가하는 아날로그 시대 정부라는 비판을 받았다.

애초부터 ‘태어나지 말아야 한 법’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의 게임 몰입을 줄이고 ‘수면권’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강행된 셧다운제는 시행 초기부터 나온 실효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칫 ‘게도 구럭도 다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최관호 게임산업협회장은 “국민 게임이라는 말도 나왔듯이 이제 게임을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정부 각 부처가 인터넷과 게임에 대한 이해를 높여 지금처럼 차단 위주의 소극적 정책에서 벗어나 적극 활용하는 능동적 정책으로 전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게임톡 박명기 기자 pnet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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