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출시 앞둔 ‘리포지드’ 주요 개발진 인터뷰

[키스 사이즈모어 선임 애니메이터와 피트 스틸웰 수석 프로듀서(왼쪽부터)]

“한국 유저들이 사랑하고 자주 플레이하는 워크래프트3 커스텀 맵(모드 게임)을 리포지드에서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이하 리포지드)’가 출시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가운데, 게임 개발을 주도한 블리자드 개발진이 유저가 만든 커스텀 맵을 전폭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워크래프트3’ 에디터로 만든 ‘카오스(CHAOS)’나 ‘파오캐(파이트오브캐릭터즈)’ 등의 맵을 ‘리포지드’에서도 별도의 수정 없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가 그랬듯 ‘리포지드’도 예전 그래픽과 리마스터된 그래픽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을 지원한다.

블리자드는 1일(현지시각) 미국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자사 게임축제 ‘블리즈컨 2019’에서 ‘리포지드’ 개발진과의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현장에는 피트 스틸웰 수석 프로듀서와 키스 사이즈모어 선임 애니메이터가 참석했다.

‘리포지드’는 블리자드가 2002년과 2003년에 출시한 RTS(실시간전략)게임 ‘워크래프트3’: 레인 오브 카오스’와 ‘워크래프트3: 프로즌쓰론’을 현대에 맞게 재가공한 게임이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에 이은 두번째 고전게임 리마스터링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그래픽을 업그레이드한 것은 물론, 커스텀 맵 제작 툴인 ‘월드 에디터’와 매치메이킹 시스템을 개선했다.

‘리포지드’의 가장 큰 장점은 원작의 커스텀 맵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워크래프트3’는 본 게임 외에도 유저가 에셋을 활용해 자유롭게 만든 커스텀 맵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특히 ‘도타’, ‘카오스’, ‘파오캐’, ‘포켓몬 디펜스’ 등의 커스텀 맵은 수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았으며, 이 게임들은 현재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 ‘오토체스’ 등의 모태가 됐다. RTS 장르가 시들해진 이후에도 ‘워크래프트3’가 15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키스 사이즈모어 애니메이터는 “기존에 즐기던 커스텀 맵은 리포지드에서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며 “예전 그래픽과 리포지드 그래픽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옵션도 제공한다”고 전했다. 피트 스틸웰 프로듀서도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에서 한국 팬들이 보내주신 관심을 잘 알고 있다”며 “이번에도 커스텀 맵 제작자들이 맵을 제작할 수 있게 최대한 다듬어서 게임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1.27 패치에서 ‘리터닝 버그’를 수정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일부 맵은 사용할 수 없다.

유저들이 만든 커스텀 맵 뿐만 아니라 블리자드가 직접 제작한 커스텀 맵도 그대로 즐길 수 있다. ‘워크래프트3: 프로즌쓰론’에서 공개됐던 오크 보너스 미션이 대표적이다. 원작에서는 오크 보너스 미션 1편을 먼저 출시한 후 나중에 패치를 통해 2편과 3편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게 했는데, ‘리포지드’에서는 3편까지 한꺼번에 선보인다. 피트 스틸웰 프로듀서는 “15년 전에 인터넷 환경이 열악해서 2편과 3편을 즐기지 못했던 개인적인 경험이 있다”며 “한국은 인터넷이 빠르기로 유명하니까 그런 일은 없겠지만, 많은 분들이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3편까지 한꺼번에 넣었다”고 말했다.

맵 제작에 도움이 되도록 1000여개의 캐릭터와 몬스터들에게 다양한 외관과 모션을 적용했다. 예를 들어 중립 몬스터인 ‘놀’의 경우 각각 특징이 다른 8개의 몬스터로 바리에이션이 가능해졌다. 색상과 크기만 다르고 모습은 똑같았던 예전의 ‘놀’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키스 사이즈모어 애니메이터는 “놀 뿐만 아니라 모든 중립 몬스터들이 8개 캐릭터로 분화해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워크래프트3’가 ‘월드오브워크래프트’로 이어지면서 설정이 바뀐 부분은 최대한 양쪽 게임을 배려했다. 스트라솔름, 실버문, 달라란과 같은 지역이 대표적이다. 원래 ‘워크래프트3’에서 먼저 등장한 지역이지만,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 다시 등장하면서 일부 설정이 변화를 맞았다. 제작진은 ‘워크래프트3’를 그대로 복원하는 것을 고집하지 않고,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모습과 닮도록 일부 맵을 수정했다. 피트 스틸웰 프로듀서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플레이하던 사람이 워크래프트3를 다시 플레이하다가 심한 이질감을 느끼지 않길 바랐다”며 “해당 지역에 수많은 에셋을 추가해서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지역들과 유사하도록 변경했다”고 말했다.

‘리포지드’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매치메이킹 시스템이다. ‘워크래프트3’는 유저의 승패에 점수(MMR)를 매긴 후 비슷한 점수끼리 매칭시키는 시스템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 점수 계산만으로는 유저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웠다. 예를 들어 휴먼을 주로 플레이하는 유저가 상대적으로 서툰 언데드로 플레이할 때, 자기 실력보다 훨씬 강한 상대를 만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리포지드’는 종족별로 따로 MMR을 계산하는 방법을 택했다.

또한 북미, 유럽, 아시아 등 권역별로 나뉘어져 있던 유저들이 서버(리전)를 뛰어 넘어 대전을 할 수도 있게 됐다. 이전에는 권역별 지연시간 때문에 기술적으로 불가능했던 문제다. 아시아 유저와 유럽 유저가 만나면 한쪽 유저는 입력 몇 초 후에 명령이 내려지는 등 제대로 된 실력을 펼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지연시간을 양쪽에 동등하게 분배할 수 있게 되어 공평한 조건에서 대전이 가능해졌다. 피트 스틸웰 프로듀서는 “서버간 통신을 통해 지연시간이 300이 될 경우 양쪽에 150씩 나눠준다”며 “이를 통해 같은 조건에서 대전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블리자드는 10월 말부터 전세계에 순차적으로 ‘리포지드’ 베타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등급 심사 때문에 후순위로 미뤄졌던 한국에서도 조만간 테스트가 시작될 예정이다. 피트 스틸웰 프로듀서는 “올해 안에는 정식 출시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정식 출시 이후 PC방에서 플레이하면 초상화를 얻을 때 사용하는 점수를 더 많이 얻는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장사양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격전의 아제로스’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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