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저작권’ 시대...수많은 거절 끝 해외 EDM 레이블과 발매계약 낭보

[‘JADE KEY - Ransom ft. Mary Sweet’, Ninety9Lives, 사진=유튜브]

최근 필자는 해외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Electronic Dance Music) 레이블과 발매계약을 통해 음원을 발매하기 시작했다.

기존까지는 나의 레이블인 ‘제이드 키 뮤직’을 EDM 전문 레이블로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레이블의 음악을 들려주기엔 홍보력에서 역부족이었다.

그렇다면 영향력이 강한 레이블과 계약을 해야 하는데, 그러한 EDM 레이블들은 모두 해외에 있었다.

한국에선 EDM 아티스트를 그닥 환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던 것이다. ‘그래, 한국이 좁다면 해외로 가자. 게임 개발자 시절에도 그랬듯이.’

■ 한국은 좁다 해외로 가자...수없이 발매 제안 거절 '피말리는 시간'

그렇게 새로운 목표를 정하고 앞만 보고 달렸다. 당연히도 초반엔 수없이 발매를 거절당했다.

그들에게 흥미를 끌기 위해서는 외국 가수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영어 실력을 총동원해 해외 보컬리스트들과 콜라보 작업을 시작했다. 시차 때문에 간단한 작업도 며칠씩 걸렸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요령이 생기기 시작했다.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도 해외에서 선호하는 팝적인 ‘퓨처 베이스(Future Bass)’ 스타일로 바꿨다.

데모곡을 레이블에 제출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은 피를 말리는 고통의 시간이다. 연락이 없을땐 음악을 접고 싶은 순간도 여러 번 찾아온다.

그렇게 작업한 데모들을 만들고 보내는 것을 반복하던 순간, 뭔가 조금씩 풀려가기 시작했다. 반응이 오기 시작한 것이다.
 
‘너의 음악이 맘에 드니 계약을 하고 싶다’는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해외 레이블에서 연락이 왔던 순간 정말 뛸 듯이 기뻤다.

[해외 유명 레이블에 데모곡을 제출할 수 있는 플랫폼 ‘레이블 레이더’, labelradar 닷컴]

■ 4개월 ‘운 좋게도’ 총 4개 레이블-여섯 곡 발매계약

그렇게 4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운 좋게도 총 4개의 레이블과, 여섯 곡의 발매계약을 체결했다. 지금도 계속해서 작업은 진행 중이고 몇몇 곡들은 발매를 기다리고 있다.

그 과정을 통해 지금의 레이블은 예전의 전통적인 레이블과 무엇이 다른지에 대해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레이블(Label)’은 흔히 우리가 말하는 ‘음반사’를 말한다. 아티스트에게 좋은 레이블이란 당연히 나의 음악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힘을 가진 레이블이다.

이전 세대의 전통적인 레이블은 아티스트의 음반을 발매, 유통하고 방송이나 공연 등으로 홍보하는 역할이었다. 방송사와의 관계, 마케팅을 위한 막대한 자금력, 그리고 음반 유통 배급망 같은 것들이 이들의 파워였다(한국은 유통사와 기획사로 역할이 분리되어 있어 해외와는 좀 다르다).

요즘엔 음악이 디지털로 바뀌며 유통에 대한 비용이 거의 사라졌지만 대신 발매되는 음원의 양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졌다. 그 많은 곡들 중에서 내 음악이 눈에 띄게 하려면 홍보 마케팅에 대해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또한 예전처럼 TV나 라디오같은 전통적인 매체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유튜브 같은 온라인 프로모션 채널의 중요성이 커지게 된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타고 레이블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된다. 그 중심엔 역시 유튜브가 존재한다. 최근 새롭게 떠오른 EDM 레이블들은 기존 레이블과 차별성을 가진 기발한 아이디어로 승부해, 새로운 성공신화를 썼다. 과연 어떤 아이디어였을까?

[‘NCS’의 간판 아티스트 ‘앨런 워커’, 잉글랜드, 1997년생, 인스타그램]

2011년 설립된 ‘NCS(No Copyright Sounds, 영국, YouTube 구독자 2350만 명)’라는 신생 레이블은, 유튜브 채널을 기반으로 발매 음원을 홍보하고, 그 음원을 무료 다운로드로 풀어버리는 초강수를 뒀다.

거기에 한술 더 떠 그 음원의 저작권에 자유를 줌으로써, 출처만 밝히면 유튜버들이 자신의 ‘UGC(User-Generated Contents)’에 ‘BGM(배경음악)’으로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줬다.

1인 미디어 콘텐츠 제작에 꼭 필요한 요소인 ‘BGM’에 대한 수요를 일찌감치 파악한 것이다.

그러한 새로운 개념의 유튜브 채널이자 레이블인 ‘NCS’의 구독자 수는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NCS’의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하는 뮤지션들도 점차 늘면서, 발매되는 음악의 퀄리티도 빠르게 증가했다.

그러던 중 당시 10대였던 ‘앨런 워커(Alan Walker)’의 ‘페디드(Faded)’라는 초대박 곡이 터지면서 ‘NCS’는 명실공히 빅 레이블이 되어버린다.

지금은 EDM 아티스트의 성공척도 중 하나가 ‘NCS 아티스트가 되는 것’이라 화자될 정도로, ‘NCS’의 영향력과 인기는 대단하다.

그후 ‘NCS’의 성공 사례를 지켜본 후발주자들이 만든, 유사한 형식의 ‘자유 저작권: No Copyright’ 음악 채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들 중 몇몇은 자신만의 정체성과 퀄리티로, 전통적인 대형 레이블 못지않게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 유튜브 광고수익-음원 스트리밍-머천다이징 수입 ‘새 영웅 탄생’ 특급도우미

이쯤 되면 과연 이들이 무료로 음악을 풀고 어떤 비즈니스 모델로 이윤을 추구할지가 궁금해진다. 필자가 생각한 답은 세 가지다.

첫번째는 유튜브 광고 수익이다. 무료 다운로드로 얻어진 구독자 수가 백만, 천만단위가 된다면, 단순 계산해봐도 큰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거기에 유저들이 자신의 ‘UGC’에 출처를 표기하면, 자연스럽게 그 음악과 레이블에 대해 바이럴 홍보를 해주는 셈이 된다. 그것도 공짜로.

어떻게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로 레이블을 운영할 결단을 내릴 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봐도 과감한 발상이다.

같은 계열의 레이블인 ‘나인티 나인 라이브(Ninety9Lives)’를 통해 발매한 필자의 싱글 ‘랜섬(Ransom(feat. Mary Sweet))’도 현재 많은 유튜브 게임 채널들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고 있다.

[ EDM 레이블 ‘NCS(No Copyright Sounds)’ 사진=유튜브]

두번째는 음원 스트리밍 등에 의한 저작권 수입이다.

‘No Copyright’은 유튜버들에게 음원 저작권의 자유를 준다는 의미일 뿐, 음원 저작권의 권리자는 당연히 아티스트와 레이블이다. 이를 착각해선 안된다.

그리고 요즘엔 음원을 다운로드해서 듣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귀찮기 때문이다. 스트리밍이 훨씬 간편하기 때문에 위에 설명한 특수한 유저가 아닌 일반 리스너는, ‘스포티파이’나 ‘애플뮤직’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음악을 감상하게 된다.

따라서 음원의 사용은 자유롭지만, 실제로는 음원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세번째는 머천다이징 수입이다. 이러한 레이블들은 웬만한 아티스트 이상의 팬층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에 레이블의 로고가 들어간 티셔츠나 가방같은 굿즈(Goods) 상품의 판매량도 쏠쏠할 것이다.

이렇듯 변화의 시기에는 항상 새로운 영웅이 나타난다.

점차 편한 것과 공짜를 좋아하는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얻을지’를 결정하는 것, 그것이 바로 새로운 시장을 여는 첫 걸음이다.

온라인 게임도 월정액제를 포기하고 부분유료화 모델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이 열리지 않았나.

앞으로의 음악 산업에도 또다른 변화의 물결이 일렁이기 시작할 것이고, 그때 새로운 아이디어로 그 물결의 선두에 올라타는 자는 또다른 영웅이 될 것이다.

끝으로, 인기있는 ‘No Copyright’ 레이블 5개를 소개한다. 구독자수와는 별개로 각자 음악적 특성이 있어 취향에 따라 음악을 고를 수 있으니, 참고해서 구독하면 좋을 것이다.

[깔끔한 영상과 음악으로 인기가 높은 레이블 ‘Frequency’, 사진=네덜란드 유튜브]

 

1. NCS (구독자 2350만명)
2. Magic Records (구독자 271만명)
3. Ninety9Lives (구독자 103만명)
4. Frequency (구독자 65만명)
5. 4Seasons Records (구독자 44만명)

글쓴이=류기덕 PD jadekeymusic@gmail.com
 
류기덕 PD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1990년대 데뷔하자마자 돌풍을 일으킨 인디밴드 ‘언니네이발관’ 1집에 참여했다.

이후 게임사 소프트맥스, 이오리스게임즈를 거쳐 위메이드에 입사해, 중국에서 20년 이상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온라인게임 ‘미르의 전설2’ 그래픽 총괄을 맡았다.

이후 게임 PD로 17년 위메이드에서 맹활약하다 2017년 돌연 음악 PD이자 작곡가로 데뷔해 음악계로 돌아왔다.

현재 제이드 키 뮤직(Jade Key Music) 대표/음악 프로듀서, CJ E&M 음악 퍼블리싱 소속 작곡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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