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기자의 e스팟] 도쿄게임쇼와 한국의 G스타

문득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사랑을 노래하련다’라고 읊은 고 기형도의 시(정거장에서의 충고)가 생각났다.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도쿄게임쇼 전시장 부스 앞에서였다. 그 시구 뒤에 겹친 것은 세계 3대 게임쇼로 키우겠다며 지난해 한국에서 처음 연 토종게임쇼 ‘G스타’였다.

우연치고는 기가 막힌 우연이랄까. 지난 5월 세계 최대 게임쇼인 미국의 E3는 내년부터 일반 전시는 대폭 줄이고 비즈니스 업무에 주력하기로 했다. 그리고 9월 두번째 규모의 도쿄게임쇼는 내년부터 애니메이션 등과 결합한 문화콘텐트 행사로 가기로 했다. 그렇게 갑자기 G스타는 비교 대상을 잃어버렸다.

게임강국 미국과 일본은 역시 콘솔이나 PC게임이 주류다. 도쿄게임쇼에서는 소니의 최대 야심 게임기기 ‘플레이스테이션3’의 타이틀이 줄줄이 소개되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기 ‘X박스360’은 내년까지 일본에서 110개 타이틀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세계를 향해 빅이슈를 터뜨리는 그들을 보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 ‘온라인게임 강국’을 내세우며 야심차게 출발했던 G스타 생각에 마음이 절로 무거워졌다.

도쿄로 가기 전에 들었던 G스타에 대한 두 가지 소식 때문이었다. 넥슨과 함께 최대 부스인 90부스를 가장 먼저 신청한 그라비티가 돌연 불참을 선언했다는 것과 G스타 측이 세계 최대 게임업체들인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참가를 위해 목을 메지만 부스 대신 ‘체험관’정도로 참가하겠다고 고집한다는 것이었다.

전자의 경위는 자체 행사인 ‘그라비티 페스티벌’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다지 내세울 타이틀도 없다는 것으로 이해할 만했다. 하지만 둘 다 진짜 속내는 전시에 비해 효과가 적다는 것일 것이다.

물론 G스타 측도 할 말은 많을 것이다. 올해는 명의도용·월드컵·바다이야기 등 게임업계의 악재가 줄줄이 터졌다. 또한 대박게임의 부재 속에 지난 대회 최대 후원자였던 아케이드의 불참도 아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G스타 조직위는 ‘위기야말로 기회’라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좀 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사후약방문이 될지라도 국제적으로 게임쇼의 축소가 대세인데. 기존의 형식만 고집해서는 안된다. 정문경 사무국장이 밝혔듯이 “지스타도 게임뿐 아니라 IT·네트워크 중심의 행사를 결합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돼야 한다. 업계가 중심이 되는 국제행사로 키우겠다는 의지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

업계 또한 “해외행사에만 신경쓰고 국내 잔치에는 나몰라라”한다는 주위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미안하지만 나는 아직 G스타의 성공을 기원한다. 한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인 ‘게임 한류’를 믿기 때문이고. G스타 측이 어려운 여건 속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랑할 시간은 얼마 남지 않다던가. 남은 시간 동안 업계의 더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일간스포츠 박명기 기자 [mkpark@ilgan.co.kr] 2006.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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