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티벌로 살펴본 ‘록 음악’과 ‘EDM’ 역사...엎치락 뒤치락

[‘마틴 개릭스 (Martin Garrix)’, 출처: 인스타그램]

어느덧 날씨가 더워지며 본격적인 ‘EDM(Electronic Dance Music) 페스티벌’ 시즌이 시작됐다. 

6월 한 달간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코리아(UMF KOREA)’, ‘스타디움 댄스 뮤직 페스티벌(5Tadium)’ 등 3개의 대형 페스티벌이, 8월에는 ‘EDC 코리아(Electric Daisy Carnival Korea)’, 9월엔 ‘스펙트럼 댄스 뮤직 페스티벌’이 차례로 개최된다.

내한하는 아티스트들도 ‘마틴 개릭스(Martin Garrix)’, ‘스크릴렉스(Skrillex)’, ‘디제이 스네이크(DJ SNAKE)’, ‘익시젼(Excision)’, ‘카이고(Kygo)’, ‘일레니움(Illenium)’ 등 역대급에 가깝다.

얼마 전 필자가 관람했던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에서 느낀 점은, 지나해보다도 훨씬 많은 관객들이 ‘EDM 페스티벌’을 찾고 있다는 사실이다.

■‘EDM’은 현시대 트렌드의 시작이자 끝 "젊은 세대의 상징"

그렇다면, 이렇게 해를 거듭할수록 ‘EDM’ 인구가 (우상향으로) 증가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필자의 생각은 ‘EDM’을 대체할 만한 강력한 ‘페스티벌 음악’이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EDM’은 현시대 트렌드의 시작이자 끝이며, 젊은 세대의 상징이다.

필자가 10대를 보냈던 1980,1990년대에는 ‘록(Rock)’ 음악이 최고의 ‘메인스트림 (Mainstream: 주류)’ 음악이었다. 사실 록 음악의 본질도 ‘EDM’과 같은 ‘파티 음악’, 그리고 ‘페스티벌 음악’이다. 

한국에 록 음악이 알려지던 시절에는 이런 페스티벌이나 록 클럽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록 음악을 접하려면 고가의 ‘수입 음반’을 사서 듣거나 ‘전영혁의 음악세계’ 같은 다소 엘리트스러운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한국에서는 유달리 록 음악을 필요 이상으로 진지하고 예술적인 접근으로 탐구하는 풍토가 있었다. 급기야 ‘록 음악을 듣지 않으면 음악을 모른다’라는 극단적인 편가르기가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록 음악의 시작이라 볼 수 있는 ‘비틀즈’를 떠올려보자. ‘비틀즈’의 초기 음악들은 지극히 흥겹고 신나게 들을 수 있는 파티 음악이었다. 

■ 록 음악이 갖는 ‘파티 음악’의 성질을, ‘힙합’과 ‘EDM’이 양분

실제로 재즈나 클래식밖에 없던 1950~60년대의 본토 미국에서는, 젊은이들이 하우스 파티나 클럽에서 춤출 수 있는 유일한 음악이 록 음악이었다.

그러한 록 음악도 몇 번의 위기가 있었다. ‘우드스톡(Woodstock) 페스티벌’로 록의 르네상스를 찍었던 6,70년대,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제니스 조플린(Janis Joplin)’, ‘딥 퍼플(Deep Purple)’ 등의 전성 시절 그들의 인기를 위협한 주인공은 바로 혜성처럼 나타나 유행하기 시작한 장르, ‘디스코(Disco)’의 등장이었다.

[비지스 (Bee Gees) ,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 사운드 트랙, 출처: 비지스 홈페이지]

‘언더 그라운드 클럽’ 디제이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댄스 음악, ‘디스코’의 등장으로 록은 심각한 위기에 처한다.

‘비지스(Bee Gees)’의 ‘토요일 밤의 열기(Saturday Night Fever)’ 앨범으로 대표되는 디스코는, 록보다 훨씬 ‘댄서블(Danceable)’했고, 보다 대중적이며, ‘만들기 쉬운’ 음악이었기 때문에, 삽시간에 ‘댄스 플로어(Dance Floor)’를 점령했다(당연히 EDM의 조상은 디스코이다).
 
오죽하면 ‘퀸(Queen)’같은 레전드 록 밴드도 디스코 음반을 냈을 정도였다.

허나 8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본 조비(Bon Jovi)’와 ‘머틀리 크루(Motley Crue)’,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 같은 ‘팝 메탈’ 밴드들이, ‘LA 메탈’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유행시키며, 또다시 록은 파티음악의 대세장르로 자리매김한다.

‘댄스 음악’의 역습도 만만치 않았다. ‘듀란 듀란(Duran Duran)’으로 대표되는 ‘뉴 웨이브(New Wave)’, 그리고 ‘모던 토킹(Modern Talking)’, ‘런던 보이즈(London Boys)’같은 ‘유로댄스(Euro-Dance)’로 록을 듣지 않는 젊은이들을 ‘전자 댄스 음악’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그러다 갑자기 90년대 초, 너바나라는 3인조 밴드가 빵하고 핵폭탄처럼 터지면서, 모든 파티음악 장르들은 깊은 수면 아래로 끌어내려진다. 이른바 ‘얼터너티브 록(Alternative Rock)’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클럽이나 페스티벌은 물론 각종 차트에도 오로지 ‘얼터너티브 록’뿐이었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는 ‘에미넴(Eminem)’을 위시한 ‘힙 합(Hip Hop)’이 슬금슬금 고개를 들며 젊은이들을 유혹했다. ‘유로 댄스’와 ‘EDM’도 언더그라운드에서 ‘벌크업’을 하며 때를 기다린다.

물론 록 음악도 끊임없이 진화하며 힙합과 ‘크로스오버(Crossover)’된 ‘뉴메탈’, ‘하드 코어’같은 새로운 장르들을 탄생시킨다. 하지만, 모든 변화는 소리없이 조용히 찾아오는 법이다. 

[에미넴 (Eminem), 출처: 유튜브]

1990년대 말쯤, 대중화된 ‘힙합’의 시대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마이크 하나로 풀장 딸린 집과 전용기를 살 수 있다는 꿈을 심어주며, ‘리스펙(Respect)’을 연발하는 ‘래퍼(Rapper)’들의 화려한 삶, 그리고 그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들이 등장하며, ‘힙합’은 파티 음악의 대표 자리를 록 음악에게 물려받는다.

그러다 알다시피 2010년쯤부터 록의 강력한 경쟁자인 ‘EDM’이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록 음악은 다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아직도 록 음악을 사랑하는 필자에게도 무척 슬픈 일이지만 이것은 현실이다.

지금의 20대들에게 록 음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한 번쯤 연주를 구경하고는 싶지만, 음악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다’거나, ‘부모님이 듣는 음악’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록 음악이 갖는 ‘파티 음악’의 성질을, ‘힙합’과 ‘EDM’이 양분해 나눠가진 결과다.

■ 록음악- EDM,  몇가지의 유전자적 공통점

하지만 록음악과 EDM을 동시에 좋아하는 필자는 (공존하기 힘든) 두 가지 장르에서, 몇 가지 유전자적 공통점을 발견했다.

1. 직선적인 리듬, 단순하고 중독성있는 멜로디

자연스레 머리를 흔들게 되는 직선적인 비트는 록과 EDM의 상징이다. 록 페스티벌이나 EDM 페스티벌에서 노는 관객들의 모습이 거의 흡사한 이유는, 바로 이 쿵쿵거리는 큰 음량의 ‘킥 (Kick: 베이스 드럼)’ 때문이다. 그리고 처음 듣는 사람도 떼창을 부를수 있도록, 단순하고 중독성있는 멜로디는 필수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멜로디는 페스티벌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2. 록 음악에는 기타 솔로, EDM에는 ‘드랍(Drop)’

보컬의 노래 사이에 기타리스트가 화려한 기타 솔로를 연주하는 16마디는 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EDM에서는 아예 곡의 후렴을 보컬이 아니라 신디사이저 연주인 ‘드랍 (Drop)’이 맡는다. ‘드랍’에서 폭발되는 에너지는 듣는 이를 가만두지 않는 마력을 지녔다.

3. 자극적이고 새로운 사운드

록 기타리스트들의 소리에 대한 탐구는 끊임없이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소리들을 탄생시켰다.
‘EDM’은 ‘신디사이저 (Synthesizer)’의 상상을 초월하는 소리들로 듣는 이들의 귀를 자극한다. 페스티벌에서 미니멀하고 담백한 사운드의 곡을 트는 것은 타는 불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4. 팬이 취미로 참여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

록이 유행하던 때 탄생한 수많은 방구석 기타리스트들. 그와중엔 스타가 된 사람도 많지만 취미로 기타를 치는 인구는 아직도 많다. 직장인 밴드나 카피밴드 등으로 록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

EDM 팬들은 스스로 미디 프로그램을 배워 좋아하는 곡을 리믹스한다든지, 또는 ‘디제잉 (DJING)’을 통해 친구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다.

5. 둘 다 고전적인 음악교육을 받은 음악가가 아닌, ‘개러지 밴드 (Garage Band)’나 클럽 DJ, ‘침실 프로듀서 (Bedroom Producer)'같은, 비주류 음악가들이 창조한 장르이다.

‘비틀즈’는 악보도 읽지 못했으며 ‘마틴 개릭스 (Martin Garrix)’는 건반도 없이 마우스 하나로 ‘빅 룸(Big Room)’의 제왕이 되었다.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World DJ Festival)]

■ 록 음악엔 없는 EDM의 강점 네가지 "팀 멤버 불화 NO!"

그렇다면, 록 음악엔 없는 ‘EDM’의 강점은 뭐가 있을까?

1. 팀 멤버들과의 불화 걱정 NO

록 밴드는 항상 인기가 많아지면 잦은 멤버교체와 멤버간의 불화로 애를 먹는다(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하지만 ‘EDM’은 ‘프로듀서’ 혼자 만드는 음악이므로, 멤버 탈퇴 같은 골치아픈 트러블에서 해방되었다. ‘보컬리스트’가 필요할 땐 ‘피처링 보컬(Featuring Vocal)’을 고용하면 되고, 다른 프로듀서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음악적 다양성을 추구한다.

어찌보면 현시대의 개인주의적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볼 수 있다.

2. ‘USB’ 하나면 공연 준비 끝!

드럼 세트를 비롯, 각종 악기들과 음향장비들 음향스태프 거기에 퍼포먼스 도구들까지 몇 트럭을 실어날라야 했던 록 밴드의 투어 길. 하지만 EDM DJ는 자신이 플레이할 트렉이 담긴 ‘USB’와 헤드셋만 챙기면 전 세계 어디서든 공연할 수 있다. 심지어 래퍼들처럼 좋은 마이크도 필요 없다.
 
3. ‘헤드뱅어(Headbanger)’부터 ‘섹시 댄스’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수많은 장르들

빅룸 (Big Room), 하우스 (House), 테크노 (Techno), 트랜스 (Trance), 트랩 (Trap), 퓨처 베이스 (Future Bass), 덥스텝 (Dubstep), 하드스타일 (Hardstyle), 하드코어 (Hardcore) 등 수많은 서브 장르들이 존재하는 ‘EDM’.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장르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정말 넓다.
 
4. 장발과 가죽재킷, 가죽장화?
‘EDM 패션’은 정말 심플하다. 검정색 티셔츠에 편한 바지, 운동화로 누구나 ‘패션 피플’이 된다. 거기에 선글라스나 스냅백을 곁들이면 금상첨화.

글을 쓰며 페스티벌 음악의 역사를 되짚어보니, 록과 댄스음악이 서로 절대강자 자리를 놓고 수십년간 혈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전에도 그래 왔듯, 언젠가 EDM의 인기가 사그라들고 또다른 음악이 대세 장르가 되는 날이 올 것이다. 과연 미래엔 어떤 새로운 장르의 음악이 20대들을 춤추게 만들지 상상만해도 기대되고 설렌다.

글쓴이=류기덕 PD jadekeymusic@gmail.com

류기덕 PD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1990년대 데뷔하자마자 돌풍을 일으킨 인디밴드 ‘언니네이발관’ 1집에 참여했다.

이후 게임사 소프트맥스, 이오리스게임즈를 거쳐 위메이드에 입사해, 중국에서 20년 이상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온라인게임 ‘미르의 전설2’ 그래픽 총괄을 맡았다.

이후 게임 PD로 17년 위메이드에서 맹활약하다 2017년 돌연 음악 PD이자 작곡가로 데뷔해 음악계로 돌아왔다. 현재 제이드 키 뮤직(Jade Key Music) 대표/음악 프로듀서, CJ E&M 음악 퍼블리싱 소속 작곡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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