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산업협회,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긴급토론회 개최

한국게임산업협회는 28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25일 스위스 총회에서 인터넷게임장애(Internet Gaming Disorder)를 국제질병 표준분류기준(ICD)에 등재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게임업계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마련됐다.

임상혁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회장이 발제를 맡았으며 강경석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 게임본부장, 최승우 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 전영순 게임과몰입힐링센터 팀장, 김성회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참석했다.

임상혁 회장은 “WHO의 ICD는 문자 그대로 권고인만큼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면서도 “이후 한국에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가 개정되는 과정에서 어떤 논의를 거쳐 어떤 형식으로 국내법에 도입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WHO의 의결은 단순한 통계나 건강 상태를 보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정하여야 하며, 이를 넘어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질병으로 진단하거나 혹은 이를 위한 증세를 확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회장은 게임 과몰입을 ‘중독’으로 간주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자유 이념에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반 국민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얼마의 시간동안 게임을 즐길지, 사회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어느 정도로 설정할 것인지 등의 문제에 있어서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타율적 통제가 아니라 개인 스스로가 치유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강경석 콘진원 게임본부장]

패널들은 게임 과몰입이 게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이용자의 환경 및 심리적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분류하려면 충분하고 객관적인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

강경석 콘진원 게임본부장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 청소년 2000명을 추적조사한 결과, 게임 과몰입은 환경의 문제라는 결론이 나왔다. 가정에 문제가 있는 친구들이 게임을 탈출구로 이용한 것”이라며 “또 임상연구 결과에서도 게임 과몰입을 겪은 청소년들의 뇌에는 구조적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전영순 게임과몰입힐링센터 팀장도 “현장에서 게임에 과몰입한 아이들을 접하면서 느낀 점은 치료보다는 관리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거나 가족간 친밀감이 낮은 아이들인 경우가 많았다. 저희도 개별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게임 자체보다는 개인의 심리사회적 측면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승우 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은 의학계에서 인터넷게임장애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울증 등 공존질환의 증상과 인터넷게임장애의 증상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충분한 협의나 공감대 없이 게임 과몰입을 질병코드로 등재할 경우, 8만명에 달하는 게임산업 종사자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며 “또한 범죄자들이 게임을 원인으로 돌리거나 게임을 핑계로 병역을 회피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회 크리에이터]

유튜브에서 ‘G식백과’ 채널을 운영중인 김성회 크리에이터는 “게임을 접해보지 못한 기성세대들이 게임을 마치 세상에 없던 유해물질로 생각하는데, 게임은 만화, 영화와 같은 평범한 대중문화 콘텐츠”라며 “게임에 대한 탄압은 다른 대중문화들도 한번씩 겪었던 신고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고식이 너무 과하면 죽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게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한 “게이머들은 이번 질병코드 등재와 관련해 빨대들이 꽂힐까봐 걱정하고 있다”며 “의료단체,정치인들, 시민단체들이 마치 덩치 크고 살이 많은 코끼리를 뜯어먹으려고 몰려든 하이에나들 같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