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게임 장애’ 질병 코드 등재 앞두고 긴급 토론회 진행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 장애’ 질병 등재가 임박한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연구 결과들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는 문화연대가 주최한 ‘세계보건기구 게임 질병코드 분류 추진,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의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WHO는 국제질병분류(ICD) 코드 11차 개정안에 ‘게임장애’를 포함시킨 상태다. 2019년 5월 20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WHO 총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게임은 새로운 질병 코드로 등재되고 2022년 1월 1일부터 각국의 보건당국에 권고될 예정이다.

발제에 나선 윤태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과거 5년 동안 연구된 게임 중독 논란에 관련된 논문들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가장 많은 게임 중독 관련 영어 논문을 발표한 국가는 한국(91편)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인구당 논문 편 수에서도 1위를 차지했으며, 정신의학 관련 논문의 비중이 특히 높았다.

윤 교수는 “한국이 ‘게임 중독’ 논문 발표 국가 1위라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며 “논문을 쓴 대부분은 정신의학 전공의였는데, 이는 연구비 지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게임 중독 연구의 주요 지원기관은 주로 한국과 중국의 정부기관이었다. 한국의 경우 한국연구재단(35편), 한국 보건복지부(23편), 미래창조과학부(17편) 순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자연과학펀드를 총괄하는 조직인 NSFC가 50편의 논문에 연구비를 지원했다.

윤태진 교수는 “한국, 중국, 타이완 등 동아시아 국가의 연구자들은 게임중독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연구를 진행했다”며 “진단 도구나 척도도 타당하지 않고, 그 결과 중독의 유병률 결과도 천차만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게임 중독의 확술적 근거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며 “유일하게 합의된 내용은 ‘게임 장애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게임 중독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면 학부모들은 더 이상 가정교육의 문제점을 인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의사들도 복잡한 연구 없이 그냥 게임중독이라고 진단할 수 있어서 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게임 중독’은 최소 수년 간은 비보험 치료가 되기에 병원이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게임 중독이) 질병 코드로 분류되는 순간 완전히 다른 차원의 논의로 넘어간다”며 “분류되지 않은 상태에서 토론하고 이야기하는 것과, 분류 이후에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WHO 총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한국에서는 2013년 발의됐던 게임중독법이 재발의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또 게임과 같은 문화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을 행위중독으로 정의할 경우, 영화, TV, 만화, 웹툰 등 다른 콘텐츠나 골프, 당구, 볼링과 같은 스포츠 활동도 행위중독으로 정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게임 질병 코드 사안은 일부 세력들이 경제적 이윤을 위해 게임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중독세, 기금 조성으로 갈 것이라 본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질병 코드가 도입되면 청소년과 중소게임사가 집중적인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이번 싸움은 세대를 넘어 창작과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 미디어의 자유에 대한 싸움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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