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송재정 작가, 넥슨개발자컨퍼런스 강연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집필한 송재정 작가가 본격적인 게임 소재 드라마에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송재정 작가는 25일 판교에서 진행된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에서 게임과 드라마 콘텐츠의 융합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송 작가는 “드라마 때문에 ‘게임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았는데, 저는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오락실 게임 뿐만 아니라 전략게임을 좋아해 ‘문명’ ‘대항해시대’ ‘프린세스 메이커’ 등을 두루 섭렵했다. 다만 대본 마감을 이유로 지금은 간단한 모바일게임만 할 뿐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드라마를 집필하면서 게임 소재 드라마를 쓰지 못한 것은 제작비 문제 때문이라고 밝혔다. 송 작가는 “보통 게임 소재 드라마라고 하면 ‘아바타’나 ‘레디플레이어원’ 같은 것을 상상하는데, 제작비를 생각하면 만들기 매우 어렵다”며 “그래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도 처음에는 타임슬립 드라마로 구상했다”고 전했다.

송 작가는 우연히 ‘포켓몬고’가 인기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증강현실(AR) 게임을 알게 됐다. 송 작가는 “속초까지 포켓몬스터를 잡으러 간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이해를 해보려고 게임을 해봤다”며 “여의도 공원 앞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방황하다가 느낌이 왔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송 작가는 증강현실이 무엇인지 몰랐다고 한다.

증강현실 게임을 소재로 선택한 것은 제작비 측면에서 드라마로 제작이 가능한 게임 소재였기 때문이다. NPC가 등장하더라도 한 명만 CG로 처리를 하는 것은 가능해 보였다. 스마트렌즈 기술을 드라마에 활용했고, 게임과 비슷한 배경을 위해 스페인 해외 로케 촬영을 진행하기로 했다.

문제는 스태프나 배우들이 증강현실이나 게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송 작가는 “솔직히 말하면 그 당시 감독, 촬영감독, 배우 현빈씨 등 모두가 게임에 대해서 잘 몰랐고 해 본적도 없었던 분들”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오로지 엑소의 찬열만 게임 소재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우 즐거워했다고.

송 작가는 “대본이 나오면 모두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이해를 했다”며 “어떻게 방송으로 구현될 것인지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당시 대본을 봤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제가 방송국을 말아먹을 것이라는 소문도 있었다”며 웃음을 보였다.

송재정 작가는 게임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조언을 구하는 등 양쪽에서 피드백을 받았다. 게임을 잘 아는 사람들은 더 디테일한 게임의 세계를 보여주길 원했다. 그러나 보통 드라마 시청자들은 게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다. 때문에 드라마에서는 아주 기본적인 게임의 개념만 등장시켰다. 레벨업, 아이템, 퀘스트, 무기상에게 무기를 사는 것 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 이후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빗발쳤다고 한다.

송 작가는 “첫 방송 이후 반응에 깜짝 놀랐다”며 “현빈씨가 게임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시청률이 급격히 떨어졌다”고 말했다. 2회에는 30~40대 여성 시청자들이 대거 떨어져나갔다. 그런데 남성 시청자들이 갑자기 늘어났다. 어느 순간부터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남성, 10대들이 많이 보는 드라마로 시청 층이 교체됐다. 송 작가는 “수많은 인구가 게임을 하고 한국이 게임 강국이지만, 의외로 많은 시청자들이 게임을 드라마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시청자들의 호불호도 갈렸다. 게임 장면이 나오면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있는가 하면, 게임만 나오면 왜 빨리 스토리를 진행시키지 않느냐고 화를 내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송 작가는 “흥미롭기도 하고 난처하기도 했다”며 게임 유저들에 익숙한 레벨업, NPC 등의 개념도 시청자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녀는 “작가로서 볼 때, 게임에서 레벨업을 하는 과정은 드라마 ‘대장금’에서 성장을 이야기와 거의 같다”면서도 “게임 유저들에게는 상투적인 것들이, 시청자들에게는 굉장히 색다르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게임과 게임이 아닌 부분을 엮어 나가야 했기 때문에 다른 드라마보다 몇 배의 노력을 했다고 한다. 송 작가는 “게임을 소재로 이렇게 긴 장편을 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하다”며 “게임이라는 소재가 저에게는 타임슬립 만큼의 쾌감을 준다”고 밝혔다. 이어 “게임이라는 소재에는 늘 관심이 많다”며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 본격적인 게임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드라마에서 현빈이 죽은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죽지 않았고, 게임 속에서 나올 방법을 지금도 찾고 있다”며 “나름 시즌 2를 위한 포석이었다”며 웃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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