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기덕 전 위메이드 부사장, 두 번째 미니앨범 ‘Hard Mode’ 발매
게임 개발자 출신 EDM 프로듀서 제이드 키(JADE KEY, 본명 류기덕)가 두 번째 미니 앨범 ‘하드 모드(Hard Mode)’를 2일 발표했다.
‘천진난만한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를 표현했다는 평가를 들었던 첫번째 미니 앨범 ‘Mesmerizer(최면술사)’와 달리, 이번 앨범은 유쾌함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시종일관 어둡고 진지하다. 제이드 키는 이번 앨범에서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하드 댄스 장르에 도전했다. 인디 밴드 언니네 이발관 멤버에서 위메이드의 개발자로, 다시 EDM 프로듀서로 변신한 제이드 키를 만나 이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Mesmerizer(최면술사)’에 이어 이번 앨범도 게임 느낌이 풍기는 타이틀인데, 어떤 의미인지?
▶ 게임을 플레이할 때 ‘Easy Mode(초심자 모드)’와 ‘Hard Mode(상급자 모드)’가 있는 것처럼, 이번 앨범은 기존 EDM이 시시하게 느끼지는 상급자들을 위한 앨범이다. 앨범 타이틀 ‘Hard Mode’처럼, 하드한 사운드와 빠른 비트를 담았다. 또 영화 ‘알리타: 배틀 엔젤’이나 ‘공각기동대’, ‘아키라’, ‘매트릭스’, ‘얼터드 카본’ 같은 1990년대 사이버펑크 분위기의 기계적이면서 차가운 사운드를 디자인하려 노력했다. 앨범 커버도 그에 맞게 잘 나온 것 같다.
-앨범 작업 기간은 어느 정도였으며, 작업 과정 중 에피소드는 있는지?
▶ 올해 1월부터 콘셉트 기획을 마치고 곡 작업에 착수 했다. 총 네 곡을 완성하는데 2~3개월 남짓 걸린 것 같다. 그간 많은 곡들을 발표했지만, 내 이름을 달고 앨범이 나올 때는 항상 더 긴장되고 부담된다. 작업 기간 내내, 거의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해야 하는 외로운 과정을 겪어야 한다. 다행히 피처링으로 도와준 동료 아티스트 DONO, 쿼드(Quad), 그리고 아트디렉터인 Kilroy R.G.B 같은 동생들 덕분에 끝까지 완성할 수 있었다. 역시 사람이 중요한 것 같다.
-밴드 언니네 이발관에서 게임 개발자로 20년, 그리고 다시 음악가로 돌아온 지 3년째다. 지금은 어떤 소감인가?
▶ 대중음악계에 아는 인맥 하나 없이 순진하게 다시 음악을 시작했다. 2017년 신스팝 듀오 ‘뷰(VIEW)’ 시절에만 해도 음악적 자신감이 있었고, 예전에 인디밴드나 게임회사 부사장 경력이 있었기에 나름 음악계에서 환영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완전히 착각이었다. 데모를 만들어 유통사에 보냈지만 모두 다 거절당했다. 겨우 첫 싱글을 발매하고 보도자료를 보냈지만, 어느 기자도 실어주지 않았다. 언니네 이발관, 게임사 위메이드 부사장…. 여기선 아무 소용이 없었다. 마치 내 모든 인생이 리셋된 기분이었다. 그래도 음악적인 시도가 신선했던지, 멜론 매거진이나 영국 매체에서 호평 받은 것에 용기를 얻어, 다양한 음악을 꾸준하게 발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도 내 음악을 알리는 일이 가장 힘들다. 게임도 개발만큼 홍보, 마케팅이 중요한 것처럼, 하루에도 수백~수천곡씩 디지털 음원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에서 제이드 키의 음악을 알리는 일이 가장 어렵다. 그래도 꾸준히 인스타그램 등 SNS 활동을 한 결과 조금씩 팬들도 생기고, 응원해주는 프로듀서나 디제이들도 있다. 정말 감사하다.
생각해보면 이제 음악 3년 차인데, 게임 개발자로 따지면 이제 막 주임 정도의 주니어 아닌가. 늦은 나이에 시작한 만큼 성과에 조급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마음을 비우고 음악 그 자체를 즐기며 작업하고 있다.
-앨범의 장르가 ‘하드 댄스(Hard Dance)’인데 좀 생소하다. 알기 쉽게 설명한다면?
▶ 일반적인 EDM과의 가장 큰 차이는 BPM(곡의 빠르기)이다. 보통의 페스티벌 하우스가 128 BPM인데 하드 댄스는 가장 느린게 150, 보통 170 BPM이다. 당연히 춤도 빠르고 하드해 질 수 밖에 없다. 그보다 더 빠르고 하드한 댄스 음악을 업템포 하드코어(Uptempo Hardcore)라 부르는데, 200 BPM이 기본에 300 BPM까지 올라간다. 사운드도 훨씬 하드해서, 처음 들으면 ‘퀑퀑퀑퀑’하는 굉음들 때문에 거부감이 들 것이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데프콘1’같은 거대한 하드 댄스 전문 페스티벌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장르다.
이런 매력들을 조금 더 듣기 편하게 소개하자는 마음으로 앨범을 만들었다. 하드 댄스의 요소들은 담고 있지만, 초심자들을 위한 배려로 사운드를 순화시켰다. 이 앨범을 듣고 국내에도 ‘하드 댄스’와 ‘하드코어’를 좋아하는 팬이 한명이라도 더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른 인기 있는 EDM 장르도 많은데 왜 생소한 장르인 ‘하드 댄스’인가?
▶ 내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하드 댄스, 하드코어’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처음 게임개발자가 되기로 마음먹을 때부터, 남들이 아직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언니네 이발관 때도 그렇고. 2017년 신스팝 듀오 ‘뷰(VIEW)’를 할 때도 ‘트로피컬 하우스’ ‘퓨처 베이스’는 무척 생소한 음악이어서 흥미가 생겼었다. 지금은 너무나도 흔한 음악이 되었지만. 반면 하드 댄스, 하드 코어는 내가 시도 할 수 있는 여지가 무궁무진 하다고 본다.
-타이틀 곡 ‘Spark’를 같이 작업한 ‘DONO’는 어떤 아티스트인가?
▶ 앨범 아트 디렉터인 ‘Kilroy A.K.A. RGB’의 소개로 만나게 됐다. DONO는 ‘420C’라는 힙합 크루의 수장이자 프로듀서, 싱어송라이터, 믹싱, 마스터링까지 혼자 다 하는 재주가 많은 아티스트다. 음악적으로 잘 통해서 금방 친해지게 됐는데, 어떤 스타일의 트랙을 같이 작업하면 좋을지 오랜 시간을 고민했다. 그러다 약간 비장한 느낌의 ‘하드 댄스’ 드랍 (Drop)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스케치한 트랙을 그에게 보내줬다. 그 뒤 DONO가 멋진 멜로디와 가사를 써서 들려줬고, 나온 결과물에 서로 너무 맘에 들어 했다. 배울 점이 많은 아티스트라 생각한다.
-2번 트랙 ‘Black Dog’도 동양적이면서 특이한 곡이다.
▶ 같이 작업한 ‘쿼드(Quad)’와 예전부터 빡센 트랙을 같이 하자고 약속을 했는데, 뭔가 아이디어가 쉽게 떠오르질 않았다. 그러다 ‘Dr. Peacock(피콕 박사)’이라는 ‘Frenchcore(프렌치코어)’를 듣고 ‘월드 뮤직’과 ‘하드코어’가 결합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영감을 받았다. 사나운 ‘프렌치 불독’을 떠올리며 트랙을 썼고, 거기에 쿼드가 너무 잘 맞는 멋진 랩을 써줬다. 가사도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내용이다. 이 곡 역시 서로 만족해했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 하고 싶은 음악으로 시간을 보냈으니 이제 다시 K-POP 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 디제잉도 연습중인데 기회가 있으면 무대에 서고 싶은 욕심도 있다. 항상 그래왔듯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갈 것이다. 틀린 길일수 있다는 의구심도 있지만, 꾸준히 걷다보면 어떻게든 인정을 받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부족하지만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
-마지막으로 게임톡 독자와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자신의 창작물을 세상에 발표할 때 만큼 긴장되고 떨리는 순간은 없을 것이다. 나 또한 발표 전날은 물론, 작업하는 중에도 “그냥 이거, 하지 말까?”라는 유혹이 끝없이 밀려든다. 하지만 모든 창작자들이 그러하듯 그 작업물 자체를 사랑하기에, 그것이 세상에 태어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기에 끝까지 완성하는 것 같다. 항상 응원해주시고 기대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