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개발사의 반격, ‘라스트오리진’ 개발 총괄한 복규동 PD 인터뷰

올해 1분기 가장 주목을 받은 모바일게임을 꼽으라면 단연 ‘라스트오리진’이다. 이 게임은 스마트조이가 개발한 ‘19금’ 미소녀 수집RPG로, 1월 24일 출시 당시 예상보다 훨씬 많은 트래픽으로 인해 서버 폭주를 겪었다. 이후 스마트조이는 서버를 내리고 과감히 재정비를 선택, 한달 뒤 게임을 재출시했다. 그리고 별다른 마케팅 없이 입소문만으로 구글플레이 매출 6위까지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호사다마였다. ‘라스트오리진’은 재오픈 이후에도 구글플레이의 심의정책으로 인해 보름간 마켓에서 내려가는 치명타를 맞았다. 한창 유저를 모을 시기를 놓친 것이다. 스마트조이는 부랴부랴 문제가 된 일러스트를 청소년 버전으로 바꿔야 했다. 그동안 유저들은 개발사를 믿고 묵묵히 기다려줬다.

올 초만 해도 중소개발사 스마트조이가 내놓은 ‘라스트오리진’의 성공을 예상하는 이는 드물었다. 스마트조이 스스로도 마찬가지였다. 스마트조이는 2017년 ‘패왕: 혼돈의시작’과 2018년 ‘인공영웅’을 내놓았으나 이렇다 할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러나 세번째 모바일게임은 스마트조이의 입지를 뒤바꾸었다. 이제 스마트조이는 수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게임 개발사이자 서비스사가 됐다.

18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라스트오리진’ 개발을 총괄한 복규동 스마트조이 PD는 게임의 인기 요인으로 차별화를 꼽았다. 소위 ‘미소녀 게임’으로 불리는 일본식 서브컬처 게임과는 다른 한국식 서브컬처 게임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물론 덕심을 자극하기 위한 클리셰는 차용했다”면서도 “하지만 기존 게임에서는 일본 스타일의 캐릭터가 많이 나오는 반면, 우리는 좀 더 한국인들이 원하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키가 170cm가 넘는 장신 미녀 캐릭터 ‘라비아타’가 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여성 캐릭터는 160cm를 넘으면 안된다는 게 일본 서브컬처 게임의 불문율이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서는 현실에서도 키 큰 여성이 인기 있는데, 게임이라고 인기가 없을까 싶었다”며 “그래서 반대를 무릅쓰고 과감히 질렀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 연령대도 기존 게임들과는 좀 다를 것”이라며 “메인 타깃은 갓 성인이 된 남성들”이라고 덧붙였다.

복 PD는 게임 론칭 당시에는 이 정도까지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내부에서 정한 최대 목표는 있었지만, 마케팅 없이 입소문에만 의존했기에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결국 트래픽 급증으로 인해 서버장애가 생겼고, 게임 서비스는 마비됐다. 스마트조이 입장에서는 마냥 기뻐할 때가 아니었다. 그는 “아트팀은 싱글벙글했지만, 프로그래머들은 패닉에 빠져서 좋아할 틈이 없었다”며 “팀장들도 지금 이 때를 놓치면 안된다는 생각에 당황했다”고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과부하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우리의 잘못”이라며 “그래서 한달의 (서비스 중단이라는) 대가를 치렀다”고 전했다.

우여곡절 끝에 게임을 재출시했고, 구글플레이 매출 6위라는 큰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일러스트가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구글플레이에서 게임이 내려가는 위기를 맞았다. 복 PD는 “허탈했지만 정상화를 빨리 하자는 마음이 더 컸다”며 “게임이 이만큼 성공하는 것을 경험했으니 더욱 조급했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니까. 그래서 며칠만에 100장이 넘는 이미지를 모조리 수정했다. 정말 바빴다”고 전했다. 이어 “어차피 iOS 버전(청소년 이용가)도 내놓을 계획이었다”며 “미래에 해야 할 것을 지금 한 것으로 여기기로 했다”고 웃었다.

다만 일러스트를 교체하느라 출시 초기에 업데이트를 빨리 진행하지 못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유저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는 “앞으로 있을 업데이트에서는 스토리의 전환점이 될 챕터6을 추가할 예정”이라며 “아마 매우 충격적이고 잔인한 내용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외에도 각 캐릭터들의 개별 이야기 스테이지, 캐릭터들을 전략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숙소, 대형 이벤트 스테이지, 신규 캐릭터, 신규 세력 등을 준비중이다.

요즘 게임이라면 으레 갖추고 있는 이용자간 대전(PvP) 콘텐츠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라스트오리진’ 콘셉트 특성상 PvP를 도입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복 PD는 “우리 게임은 천천히 하고 싶은 사람은 스트레스 받지 않고 천천히 해도 되는 게임”이라며 “대신 유저들끼리 같은 팀이 되는 협동전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일 유저들 80%가 PvP 콘텐츠를 만들어달라고 서명운동이라도 한다면 만들 수는 있다”며 “하지만 유저들도 딱히 PvP 콘텐츠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웃었다.

‘라스트오리진’은 전략을 중요시하는 게임이다. 어떤 캐릭터를 육성시킬지, 어떻게 스쿼드를 구성할지, 어떻게 배치할지 등의 전략을 요구한다. 그래서 처음 개발 방향도 ‘다키스트던전’처럼 어렵게 만들고자 했다. 게임을 만든 개발자조차도 캐릭터가 하나만 생존한 상태로 간신히 클리어할 정도였다. 하지만 문턱이 너무 높다는 내부 의견에 따라 난이도를 낮췄다. 복 PD는 “전략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도 있는데, 빠져나갈 길은 있어야 한다는 게 우리의 개발 방향”이라며 “유저들이 너무 어려워서 클리어하지 못하는 스테이지가 있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레벨링을 열심히 하면 다 클리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스트오리진’은 조만간 원스토어에 무삭제 버전으로 출시된다. 해외 진출도 준비중이다. 복 PD에 따르면 일본, 대만, 홍콩 등의 나라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연락이 온 업체 수가 두자릿수가 된다”며 “꽤 큰 업체들도 많은데 아직은 밝힐 수는 없다. 계약에 확정되면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복 PD는 유저들의 과분한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초심을 절대로 잃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라스트오리진’ 이후에도 계속 차기작을 만들 예정이고, 변함 없이 사랑을 받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게임이 잘됐다고 초심을 잃을까 걱정하는 분도 있는데, 그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우리가 준비를 제대로 못해서 서비스를 제 때 못했는데도 기다려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 열심히 하겠다”고 웃었다.

(본 기사는 한국모바일게임협회와 한국게임전문미디어협회가 한국 중소 모바일게임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공동으로 진행하는 '점프 업, 한국 모바일게임' 캠페인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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