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명 변호사, “인간 편익만 앞세워 강행, 동물에게는 존망의 문제”

[천성산 소송의 원고, 꼬리치레도롱뇽. 사진=국민생물자원관 홈페이지]

김정명 변호사, “인간의 편익만 앞세워 강행되는 공익사업, 동물에게는 존망의 문제”
 
천성산 도롱뇽 소송, 지율 스님의 단식 농성을 아직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천성산 도롱뇽의 풀네임이 꼬리치레도롱뇽이라는 사실과 그가 왜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관하여 자세히 알고 있는 분들은 드물다.

필자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가 정하고 있는 ‘공익사업’의 구역 지정 단계부터 토지수용 및 보상 단계에 이르기까지 발생하는 법적 문제들을 다루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동물권에 대한 인식과는 달리, 현실의 공익사업의 시행 과정에서 동물은 여전히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물건’으로 취급되고 있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이에 본고를 통하여 공익사업 개발 과정에서 설 곳을 잃어가는 동물들을 대변해 보고자 한다.

■ 유명무실 공익사업 환경영향평가, 서식지 조사 부실에도 근본적으로 다툴 길 없어…

‘공익사업’이란 말 그대로 국민들의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 등이 주도하는 개발사업으로서, 국방-군사에 관한 사업에서부터 철도-공항-신도시(택지)-산업단지 개발 사업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개발사업이 이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의 환경영향평가제도는 1977년 12월 31일 비교적 이른 시기에 도입된 이래 상당히 체계화된 법령 체계를 갖추고 있다. 공익사업 계획을 수립하기 전부터 미리 그 계획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평가하고, 이에 관하여 미리 환경부 장관과의 협의 절차를 거치도록 강제하고 있다. 특히 입지의 타당성을 평가할 때 멸종위기 및 보호 야생동물의 서식 현황 등을 조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도의 선진화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공익사업과 관련하여 사회적 갈등으로 부각된 주요 이슈에는 예외 없이 환경영향평가의 부실 논란이 있어왔다. 앞에서 언급한 KTX 경부선 2단계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의 경우 실제 서식 중인 도롱뇽에 대한 기재가 아예 누락되었다. 최근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의 경우 산양의 주요 서식지가 훼손될 위험을 인지했음에도 그 영향을 의도적으로 과소평가하였다는 점이 환경단체에 의해 비로소 발견되었다. 

[KTX 경부선 동대구역. 천성상 터널 개통으로 22분이 단축되었다. 사진=김정명]

그렇다면 이처럼 부실하게 이루어진 환경영향평가에 기인한 공익사업은 마땅히 취소되고 있지 않을까? 대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거치기만 하였다면, 비록 그 평가의 내용이 다소 부실하더라도, 그 부실의 정도가 환경영향평가를 하지 아니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정도의 것이 아닌 이상, 공익사업 관련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태도다.

애석하게도 천성상 도롱뇽 소송을 포함하여 아직까지 위 대법원의 심리기준을 넘어선 사례는 단 ‘1’ 건도 없다.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 반영 및 이행 의무, 미이행시 필요조치 명령 등 환경영항평가 법령은 분명 실체적 규제법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실제 환경영향평가제도는 동물의 생존권보다도 인간의 편익을 우선시하며 요식적 절차로서만 운용되고 있는 것이다.

■ 사업자가 평가서 작성 부실 논란… “동물의 공익이 곧 인간의 공익” 인식 필요

환경영향평가 부실 논란은 환경영향평가서 작성의 주체가 바로 공익사업을 시행하는 사업자라는 점에서도 기인한다. 공익사업을 시행시켜야만 하는 사업자에게 스스로 그 사업계획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말해보라고 하는 셈이니, 시쳇말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다.

독일의 경우, 환경평가서 작성의무를 사업자가 아닌 관련 행정청에게 부여함으로써 전문성·공정성·객관성을 담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환경영향평가서를 심의-검토하는 기관인 환경부 및 정부 출연기관인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을 평가서의 작성 주체로 격상시키는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평가인력의 전문성 제고도 꾀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동물의 서식지 보전, 나아가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에 대한 관계자들의 인식이다.

아인슈타인은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진다면 4년 안에 우리 인간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환경영향평가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동물의 공익이 결코 인간의 공익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 공익사업으로 인해 내몰리는 축산농가… 축산업자, 가축 모두가 피해자

종축업, 가축사육업 등을 영위하는 축산농가들이 공익사업으로 인해 강제수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축산업자들은 축산농가를 사업지구 밖으로 이전하여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는데, 필자의 경험상 그 과정은 축산업자, 가축 모두에게 너무나도 가혹하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은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축산업자의 손실에 대한 보상규정을 두고 있다. 축산농가는 가축별 기준 마리수, 적법한 장소, 축산법에 따른 등록·허가 등 법령상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휴업보상 또는 폐업보상을 받게 된다. 
 

[개를 축사 등에서 영업적으로 사육하는 경우, 돼지 기준마리수에 준하여 판단한다].

그러나 문제는, 위와 같은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여 축산보상을 받게 되더라도 그 보상액 수준이 턱없이 낮다는 점이다. 축산보상은 일반적으로 4개월 이내 기간 동안의 휴업보상만이 인정될 뿐이다. 일반 영업보상과 달리 개인영업의 영업이익 하한 규정, 영업장소 이전 후 발생하는 영업이익 감소액 합산 규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비현실적으로 책정된 보상액만을 가지고 사업지구 밖에서 다시 종전의 입지와 같은 대체부지를 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기적적으로 대체부지를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인근 주민들의 민원을 이유로 축산농가에 대한 신축허가를 꺼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이와 같은 과정에서 갈 곳 잃은 축산농가들은 대부분 폐업을 결정하게 되고, 그 피해는 결국 가축들이 고스란히 입게 된다. 폐업을 하지 않더라도 농가 이전 과정에서 가축들이 입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은데, 폐업을 하는 농가의 가축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긴다.

야생동물과 가축… 동물복지의 대상이나 동물권의 주체로 여기기에는 아직은 다소 어색하다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개발을 무조건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단지 공익사업 과정에서 정치적-경제적 관심만큼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동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줄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늘어나기를 바랄 뿐이다.

글쓴이=김정명 변호사(법무법인 박앤정)  pj.kimjm@gmail.com       

김정명 변호사는?

10살 말티즈 ‘유유’를 처남으로, 7살 말티즈 ‘마쯔’를 동생으로 모시고 있다.

부동산 전문 로펌 박앤정에서 주로 공익사업과 관련된 소송들을 맡고 있으며, 대한변호사협회 등기-경매 변호사회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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