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순신 더코리안웨이브 대표 ‘아날로그와 디지털 거리 그리고 케이팝과 게임’

[원제화의 아이돌그룹 '이안보이즈''와 보컬/안무 선생님과 함께 워크샵을 마치고 나서]

[특별기고] 국순신 더코리안웨이브 대표 ‘아날로그와 디지털 거리 그리고 케이팝과 게임’

횡스크롤 아케이드 PC게임이란 장르가 있다. 횡스크롤 게임은 맵의 옆면만 보여준다. 그리고 수많은 맵들이 방사형으로 연결돼 있다. 대표적인 예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이다.

횡스크롤 게임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본다. 고렙 몬스터가 등장하는 특정 위치에 가고 싶다면 캐릭터가 그 곳까지 뛰어가야 한다. 목적지까지 연결된 수많은 맵들을 거쳐야 도달할 수 있다. 유저가 시간을 들인 만큼 캐릭터가 이동할 수 있다. 그래서 횡스크롤 게임은 달리기와 점프의 귀여운 캐릭터 애니메이션 효과가 중요했다. 맵 이동하는 유료 아이템이 존재하기도 했었다. 게임에서 이동 시간이 길고 공간이 많을수록 게임 콘텐츠가 풍성하다고 말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 뿐만 아니다. 게임에서 마을의 공간이 넓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NPC들을 맵안에 최대한 펼쳐 놓고 유저들이 많이 움직이도록 해놨다. 예전에는.

이는 현실 세계와 동일한 시각을 게임에 적용시켰다.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모바일 마라톤 게임에서 마라토너의 고통이 그대로 유저의 손가락 관절 마디마디에 느껴져야 한다는 아날로그적인 생각이 이어진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메이플스토리’ 이야기를 다시 해본다. 지금 이 게임의 캐릭터 이동은 매우 쾌적하다. 마을에 서 있는 NPC만 클릭하면 된다. 그 NPC를 누르면 내가 원하는 곳으로 바로 이동한다. 클릭 한번으로 게임상 10km에 달하는 거리를 즉각 이동할 수 있다.    

[넥슨의 인기 게임 '메이플스토리']

'메이플스토리'는 오래된 게임이라 콘텐츠가 풍성하다. 그리고 오랜 시간동안 유저의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최적화시켰다. 신규 이용자들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빠른 시간내에 일반 고렙 유저들이 모여 있는 공간으로 캐릭터를 성장시켜 이동할 수 있다. 유저들은 길거리에서 낭비할 시간이 없다. 게임은 그 시간에 몹을 잡고 레벨업하라고 유도하고 있다.

지금 이용자들은 이런 ‘디지털 거리’에 익숙하다. 이들에게 캐릭터가 이동하려면 마우스 클릭 하나 하나를 찍어야 했던 ‘노가다’ 게임을 즐기지 않는다. 게임 캐릭터를 직접 움직여서 먼거리를 이동하라고 말한다면 유저는 망설임없이 게임을 지우지 않을까?

특히 시간을 쪼개서 게임을 즐기는 모바일에서는 ‘디지털 거리’가 더욱 중요하다. 모바일 RPG 신작은 대부분 스테이지 방식을 채택한다. 이용자들은 캐릭터들을 일일히 움직이는 ‘디지털 거리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냥 클릭하고 이동한다.

■ 디지털 거리와 아날로그의 거리

실제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도 이런 ‘아날로그 거리’를 없애는 장치들이있다. 대표적인 게 인터넷이다. URL을 입력하고 궁금한 것을 찾아 클릭하면 된다.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통해 그 나라의 정보를 매우 쉽게 얻을 수 있다. 단 그 나라에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가 있다는 조건에서 말이다.

내가 2년전에 머물렀던 인도라는 곳이 그랬다. 이 나라는 중국을 놓고 볼 때 우리나라와 정반대편에 놓여 있었다. 그 사이에는 히말라야 산맥이 버티고 있었다. 비행시간만 8시간이 걸리는 인도는 물리적으로 먼 곳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거리는 그러지 않았다. 인도는 영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 나라는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등 한국에서도 익숙한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들이 가득했다. 이들은 인도 토종 인터넷 서비스들이 자리잡을 틈을 주지 않았다. 그 덕분에 한국에서는 영어로 글로벌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그 나라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인도와 한국은 중국을 기준으로 정반대지역에 위치해 있다.]

나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구글맵과 우버를 들고 내가 가고픈 곳을 맘껏 갈 수 있었다. 한국과 인도와의 네트워크 사정이 좋지 않아 인터넷 속도는 느릴 지라도 ‘디지털 거리’는 정말 가까웠다.

이와 반대되는 나라가 있다. 중국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유교권의 동아시아 문화권으로 묶고 있다. 양국 수도간 비행시간도 고작 2시간 정도이니 매우 가깝다. 아날로그 거리는 매우 가깝다는 건 인정. 그렇다면 디지털 거리는 어떨까?

중국은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등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가 차단됐다. 중국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굳이 정보를 얻으려면 웨이보, 바이두, 알리바바 등 중국에서만 운영되는 로컬앱을 통해서 얻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사이트는 휴대폰 인증을 통한 회원가입을 요구하고 있다. 정보를 접하는 게 매우 제한적이다. 물론 언어 장벽도 강력하다. 

[더코리안웨이브는 외국인 대상으로 케이팝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 1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난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바보였다. 나는 택시 하나도 제대로 잡지 못했고, 음식점 하나 쉽게 찾아가질 못했다. 휴대폰은 인터넷이 연결됐지만 휴대폰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았다. 나와 중국 사이의 디지털거리는 멀었다.

우리는 폐쇄적이고 로컬서비스로만 운영하고 있는 중국을 ‘디지털 갈라파고스’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서비스의 표준에서 벗어나 있다는 걸 빗대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국인 13억명이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를 ‘갈라파고스’라고 말하는 건 문제가 있지 않을까?

■ 디지털 거리가 먼 한국, 디지털 거리를 좁혀주는 아이템

한국의 ‘디지털 거리’로 가본다. 한국은 구글, 페이스북, 유튜뷰 등 글로벌 서비스도 들어와 있다. 반면, 네이버, 다음과도 같은 대형 검색 및 커뮤니티 사이트를 보유하고 있는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다. 그리고 한글을 쓴다. 이런 언어적인 장벽은 한국과 해외와의 거리를 좁히긴 쉽진 않다. 한국은 다른 나라들과 약간의 ‘디지털 거리’는 존재한다.

하지만 열정과 화려함과 세련됨으로 무장된 케이팝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유명 연예인의 신곡은 발매되면, 글로벌 서비스 뿐만 아니라, 각 나라의 동영상 플랫폼에서 하루만에 각 나라의 말로 즉시 번역이 된다. 그리고 유저의 리액션 동영상들이 쏟아져 나오고 일주일도 되지 않아 커버댄스 영상들이 속출한다. 

[상하이 한국관 도매상가 입구 그리고 상가 2층에 위치한 카페의 커피]

2017년 9월에 발매된 방탄소년단의 노래 ‘DNA’의 유튜브 조회수는 6.4억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공개된 지 1년 반이 지난 이 순간에도 글로벌에 있는 아미들은 한글을 포함한 각국 언어로 댓글을 달고 있다. ‘DNA Cover Dance’라고 검색어에 치면 전세계에서 올린 엄청나게 많은 동영상 리스트들을 볼 수 있다.

동남아에서는 케이팝 랜덤댄스가 길거리에서 유행하고 있다. 누군가 케이팝을 틀어놓으면 젊은이들이 한명씩 찾아와서 춤추기 시작한다. 이는 마치 플래시몹과도 같다. 유튜에서도 'KPOP random dance'로 검색하면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국, 프랑스 글로벌 전역에서 젊은이들이 춤추는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케이팝 팬들은 아이돌의 섬세한 몸짓에 흥분하고 이들의 노래에 열광한다. 그리고 높은 뮤직비디오의 완성도에 감탄한다. 이들은 한글을 배우고 싶어 한다. 내가 하는 일도 이런 팬덤을 바탕으로 한 사업이다. 케이팝을 좋아서 한국을 찾아오는 팬들에게 케이팝 트레이닝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쿠바에서 만난 방탄소년단(BTS) 지민의 팬. 사진=게임톡]

50대의 게임톡의 대표가 지난달에 떠난 쿠바 여행에서 현지인에게 환대를 받고 젊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곳도 그들이 케이팝을 좋아하기 때문에 가능했을 거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젊은 여성이 50대 동양인에게 먼저 다가가 한국인이냐고 물어보겠는가?

케이팝과 함께 고퀄리티의 그래픽과 완성도 높은 기획 그리고 파격적인 재미를 안겨주는 한국 게임도 ‘디지털 거리’를 줄여주는 아이템이다.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을 분석하고 개발자와의 소통하고 싶어 한국어를 배우는 걸 종종 볼 수 있고 게임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리고 한국 드라마도 그렇다. 한국의 문화 콘텐츠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고 강력해 높은 흡인력을 보여주고 있다.

위에서 보듯 이런 정서적인 디지털 거리를 줄이는 게 문화가 주는 호감이다. 정부, 기업, 참여, 교육, 디지털, 문화 등 6개를 기준으로 한 소프트파워 30에서 대한민국은 2018년에 20위로 올랐다. 최고의 성적이다. 한류와 남북화해가 한국의 순위를 22위에서 20위로 끌어올리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한류의 한 축을 이루는 케이팝과 게임도 모두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국위선양하는 방법 중 하나인 거다.

글쓴이=국순신 더코리안웨이브 대표 kookst@naver.com

국순신 대표는?

서강대에서 졸업하고 IT매체인 아이뉴스, 게임미디어 디스이즈게임에서 기자와 편집장으로 16년간 근무했다.

만 40세에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찾겠다고 인도 게임회사에 취직했다. 2년간 인도 커리향이 가득한 뭔가를 엄청난 경험을 한 뒤 강인한 멘탈로 한국에 돌아왔다.

더코리안웨이브를 설립하고 케이팝을 소재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굿즈와 함께 트레이닝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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