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어비스 류휘만 음악감독, 김지윤 작곡가, 조중림 효과음 담당 인터뷰

[펄어비스 오디오실의 조중림 효과음 담당, 류휘만 감독, 김지윤 작곡가(왼쪽부터)]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은 미려한 그래픽과 더불어 아름다운 음악으로도 유저들의 사랑을 받는 게임이다. 업데이트에 맞춰 꾸준히 새로운 음악을 선보이고, 지난해에는 대대적인 오디오 리마스터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검은사막 모바일’은 지난해 11월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에서 사운드 부문 기술창작상을 수상했다. 게임톡은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펄어비스를 찾아 류휘만 감독을 비롯해 오디오실의 모습을 살짝 엿봤다.

펄어비스 오디오실은 온라인게임 ‘검은사막’과 모바일게임 ‘검은사막 모바일’의 사운드를 모두 담당한다. 총 인원은 9명. 음악을 담당하는 인원이 4명, 다양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효과음은 5명이 담당한다. 업무 공간에는 다양한 악기와 음향 관련 장비들이 즐비했다. 인터뷰에는 펄어비스의 류휘만 감독, 김지윤 작곡가, 조중림 효과음 담당이 응했다. 오디오실의 다양한 악기들에 대해 류휘만 감독은 “요즘 악기를 사 모으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며 웃음을 보였다.

류휘만 감독은 국내 게임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 사람이다. ‘EZ2DJ’와 ‘DJMAX’의 음악을 만들었던 그는 과거 김대일 의장이 개발한 ‘C9’의 음악을 맡으며 펄어비스와 인연을 맺었다. 류휘만 감독은 “그 당시 김대일 의장이 ‘C9’ 음악을 마음에 들어 했나 보다”며 “그 당시 미국 유학 중이었는데, 입사가 결정돼 다시 한국으로 짐을싸서 돌아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지윤 작곡가는 학창시절 광고 음악과 창작 뮤지컬 음악 등을 작곡했다. 그는 “우연히도 당시 학교 교수님이 류휘만 감독님의 와이프 분이셨다”며 “펄어비스에서 오디션 제의를 받고 데모곡을 보낸 뒤 입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 음악이라고 해서 음악성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이 펄어비스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조중림씨는 영화 후반 사운드 작업을 하다 입사를 하게 된 케이스다. 영화 쪽보다는 조금 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게임 쪽을 알아보게 됐다고. 그는 “영화의 경우 두 시간이라는 시간 제약이 있어서 그 안에 표현을 해야 하는데, 게임은 반복 플레이를 하는 등 변수들이 많다”며 “게임에서는 영화 보다 소리로 표현할 수 있는 게 더 많아 재미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기술창작상 사운드 부문을 수상한 류휘만 감독은 ‘C9’ 때 한번 수상을 했기에, 두 번째 수상이다. 그는 “게임 사운드나 음악 쪽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시상식이 한국에는 게임대상 밖에 없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하나 밖에 없는 시상식에서 인정받아 영광이고, 두 번째 수상이라는 점에서 매우 뿌듯했다”고 전했다.

김지윤 작곡가는 “해외에서는 게임 음악에 대한 시상식도 많고, 그래미 시상식에서도 게임음악을 인정해준다”며 “한국에서는 아직 게임음악을 게임 안의 요소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나중에 산업이 커지면 분위기가 바뀌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PC 게임 ‘검은사막’ 때부터 OST 앨범을 발매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한다. 지금까지 나오지 못한 것은 바쁜 스케줄과 완벽한 퀄리티를 위한 작업 때문이다. 류휘만 감독은 “검은사막이 리마스터되면서 음악을 계속 보완하고 있다”며 “늦어진 감이 있지만 OST 발매는 꼭 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OST 앨범을 상업적인 목적으로 발매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는 “국내에서는 수요가 많지 않아, 돈을 버는 것 보다는 문화 예술적으로 가치 있는 OST 앨범을 내고 싶은 것”이라고 전했다.

류휘만 감독은 “게임 음악 산업 자체가 아직도 초기 단계의 느낌”이라고 말했다. 특히 모바일게임의 경우 음악이나 소리가 유저들에게 다가가기 더욱 힘들다. 그는 “저조차도 게임을 할 때 소리를 끄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점 때문에 예전에는 방황을 한 적도 있다”며 “문화적으로도 성숙해져야 하는 면도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게임회사에서 개발 기간 중에는 게임 자체의 개발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음악이나 효과음 작업자들은 짧은 시간 안에 주어진 개발 일정을 따라가야 한다. 때문에 게임회사에서는 음악을 담당하는 이들만이 겪는 남모를 외로움이 있다고 한다.

류휘만 감독은 “시간이 없어도 음악을 멋지게 만들지 않으면 욕을 먹는게 게임음악의 현실”이라며 너털웃음을 보였다. 그는 “좋게 말하면 게임음악은 정말 예술적이 분야인데, 나쁘게 말하면 아직 산업적이지 않은 분야인 듯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결국 게임을 예술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음악, 소리, 효과음이라는 자부심은 있다”고 강조했다.

‘검은사막’의 사운드가 다른 게임과 차별화 되는 지점은 무엇일까. 류휘만 감독은 “욕심을 많이 가지고 만들었던 음악이기도 한데, 상업적인 목표를 가지고 접근하기 보다는 예술적인 작품을 만들려 했다”고 말했다. 김지윤 작곡가는 “각 대륙 마다 테마와 핵심적인 모티브가 있고 게임 속 상황에 맞게 잘 활용 돼 있다”며 “그 점을 생각하고 들으면 음악을 듣는 재미가 훨씬 커질 것”이라고 귀뜸했다.

이들은 추후 보컬 곡을 게임에 삽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 ‘검은사막’ 내에 음유시인 같은 캐릭터가 등장해 그 캐릭터가 노래를 하는 방식이다. 류휘만 감독은 “아직 미뤄지고 있는데, 그걸 하려면 일단 곡부터 써야한다”며 웃음을 지었다. 지난해 미뤄졌던 ‘검은사막’ 2차 리마스터링 작업은 올해 봄에 시작할 예정이다. OST 음반 역시 준비 중이다. 류휘만 감독은 “음반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채널 보정 작업 등 추가적인 작업이 필요하다”며 “최대한 빨리 내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전했다.

[펄어비스 오디오실의 조중림 효과음 담당, 류휘만 감독, 김지윤 작곡가(왼쪽부터)]

김지윤 작곡가는 펄어비스에서 상당히 많은 음악적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중세 유럽, 아랍, 아프리카 토속음악 등 시도해야하는 것들이 정말 많았고, 곡수는 수백곡에 이른다”며 “입사 이후 항상 바빴지만 사운드가 이만한 퀄리티로 운영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류휘만 감독은 “아직도 아쉬운 게 많다. 검은사막 음악도 잘 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했다”며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계속 나이가 먹고 있더라. 정말 괜찮은 작품,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음악을 더 늦기 전에 내놓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조중림씨는 “현재 하고 있는 작업에 만족하고, 배울 것도 많다”며 “펄어비스는 사운드에 대한 지원이 많은 곳이라, 더욱 다양한 플랫폼과 다양한 장르, 다양한 게임들을 맡아 재밌게 일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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