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톡 창간시 인연...왕십리 대란부터 ‘디아블로 이모탈’까지, 핵심 키워드 7개

블리자드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중 하나인 ‘디아블로’는 20년간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점점 더 인기에 가속이 붙은 게임이다. 1997년에 출시된 첫 작품 ‘디아블로’는 250만장 이상 팔렸고, 3년 뒤인 2000년에 나온 ‘디아블로2’의 판매량은 400만장을 넘겼다. 그리고 오랜 침묵을 깨고 2012년에 출시된 ‘디아블로3’는 무려 3000만장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특히 ‘디아블로3’는 아직까지도 핵앤슬래시(hack and slash) 장르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게임들이 ‘포스트 디아블로’를 외쳤지만 조용히 사라졌다. ‘디아블로3’를 끌어내릴 유일한 라이벌은 ‘디아블로4’ 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벌써 7년차를 맞은 ‘디아블로3’의 과거와 현재를 7개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왕십리 대란

정식 출시 하루 전인 2012년 5월 14일, 지하철 2호선 왕십리역은 때아닌 인파로 북적였다. ‘디아블로3’ 한정판을 판매하는 행사가 이곳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팬들은 ‘디아블로3’를 사기 위해 전날 새벽부터 텐트와 이불을 챙겨 줄을 섰다. 이날 몰려든 사람들은 5000여명에 달했으며, 포털 검색어에서도 하루 종일 ‘디아블로3’가 1위를 차지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한국에서 게임 판매 행사가 이 정도의 화제를 모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사인회에 참가하기 위해 블리자드 본사에서 한국으로 날아온 개발진들도 “태어나서 이런 장면은 처음 봤다”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블리자드는 4000개의 ‘디아블로’ 한정판을 준비했고,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은 1인당 2개까지 한정판을 구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준비된 물량은 오전께 모두 동이 나는 바람에 미처 구매하지 못한 사람들은 잔뜩 화가 났다. 결국 블리자드가 추가 판매를 약속한 후에야 이들의 분노는 잦아들었다.

한편 왕십리 대란 때 돈을 벌 욕심으로 한정판을 사재기한 사람들은 비난의 대상이 됐다. ‘되팔렘’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디아블로’ 시리즈의 주인공 종족인 ‘네팔렘’과 ‘되팔다’를 합성한 말이다.

에러37(Error 37)

왕십리 현장에 가지 않고 집에서 편하게 디지털 에디션을 구매한 사람들도 복병을 맞았다. 출시 직후 ‘디아블로3’는 몰려드는 유저들로 인해 잦은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당시 한국이 속한 아시아 서버의 최고 동시접속자 인원은 64만명이었는데, 이 중 한국이 차지하는 수는 43만명에 달했다.

서버에 접속하지 않으면 멀티플레이는 물론이고 싱글플레이조차 할 수 없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멍하니 손가락만 빨아야 했다. 이 때 화면에 뜬 메시지가 “지금은 서버가 혼잡한 상태입니다. 나중에 다시 시도해 주십시오.(Error 37)”이었다. 이 메시지만 표시될 뿐, 서버 상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그래서 ‘Error 37’ 또한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렸다.

서버 장애는 일주일 가까이 계속됐다.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은 불만을 쏟아내다가 끝내 환불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가 팔을 걷고 나섰다. 블리자드는 구매 후 14일 이내, 최고 레벨 40레벨 이하의 캐릭터를 보유한 사람들에게 전액 환불 조치를 적용했다. 디지털 콘텐츠 분야의 외국기업이 한국 전자상거래법의 제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3000만장

약간의 잡음도 있었지만, ‘디아블로3’의 판매량은 전세계를 통틀어 역대 최고를 달성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2015년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디아블로3’는 3년만에 약 3000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는 디지털 에디션 판매량을 제외한 실물 패키지 게임 중에서는 아직까지 깨지지 않은 역대 최고의 기록이다. 2위인 모장의 ‘마인크래프트’는 2017년까지 2600만장을 기록했다.

한국에서의 인기도 하늘을 찔렀다. ‘디아블로3’는 당시 PC방 점유율 1위였던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를 단숨에 밀어냈다. 출시 일주일 후인 5월 21일, ‘디아블로3’의 점유율은 39.24%에 달했다. 반면 2위 ‘리그오브레전드’의 점유율은 10.99%로 떨어졌다. 당시 PC방 이용자의 절반 가까이가 ‘디아블로3’를 즐겼다는 뜻이다.

데커드 케인

12년이라는 오랜 기다림 끝에 등장한 ‘디아블로3’는 주요 등장인물들의 운명에 큰 변화를 주었다. 게임 초반, 전작에서 주인공들을 물심양면 도왔던 강력한 천사 티리엘이 성역으로 추락해 필멸자가 되는 것부터가 신선한 충격이었다. 또 게임 내내 여주인공으로서 강한 존재감을 발휘했던 레아가 디아블로에 육체를 내준 것도 반전이었다. 레아 덕분에 ‘디아블로3’는 전작과는 달리 호리호리한 여성형 악마로 등장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20년간 게임의 중추 역할을 맡아왔던 데커드 케인이 사망한 것을 빼놓을 수 없다. 데커드 케인은 ‘디아블로’에서 트리스트람 마을의 장로로 처음 모습을 드러내고 ‘디아블로2’와 ‘디아블로3’에도 연이어 핵심 NPC로 등장했다.

그동안 그의 임무는 주인공이 구해온 아이템을 한꺼번에 감정해주는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디아블로3’ 초반에 데커드 케인이 죽자, 유저들은 아이템 감정을 일일이 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결국 블리자드는 추가 패치에서 아이템 감정을 해주는 ‘케인의 기록’이라는 오브젝트를 추가했다.

대균열

‘디아블로3’의 확장팩 ‘영혼을 거두는 자’에 처음 추가된 ‘대균열’은 ‘디아블로3’가 오래 사랑받는데 큰 기여를 한 시스템이다. 모험 모드에서 네팔렘 첨탑을 클릭해 입장하는 인스턴스 던전으로, 단계별로 난이도가 점차 올라가 유저들의 도전 정신을 자극했다.

‘대균열’의 핵심은 15분 안에 진척도 게이지를 채운 후 균열 수호자를 쓰러트리는 것이다. 진척도 게이지는 몬스터를 죽일 때마다 조금씩 오른다. 게이지를 100% 채운 후 시간 안에 균열 수호자를 잡는데 성공하면 보상과 함께 다음 단계의 ‘대균열’에 도전할 수 있다. 실패하면 보상만 받는다. 1단계 오를 때마다 몬스터의 체력은 17%씩 상승하며, 진행 도중 사망할 때마다 시간이 줄어든다.

‘대균열’은 많은 유저들에게 호평받았고, 이후 블리자드의 다른 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도 ‘쐐기돌 던전’이라는 이름으로 적용됐다. ‘쐐기돌 던전’ 또한 유저들의 도전 정신을 자극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수면제

‘디아블로3’의 대표적인 별명 중 하나는 수면제다. 유저들이 게임을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잠들어버리는 현상에서 유래됐다. 실제로 PC방에서 ‘디아블로3’를 하다가 깊이 곯아떨어진 사람들을 찍은 사진들이 밈(meme)이 되어 유행하기도 했다.

보통 수면제 게임은 어렵거나 재미없는 게임을 가리킨다. 그러나 ‘디아블로3’는 조금 다르다. “재미는 있는데 나도 모르게 졸린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단순 반복으로 구성된 콘텐츠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부에서는 ‘디아블로3’를 즐기는 유저들의 연령대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수면제 밈이 유명해지자, 블리자드에서는 만우절 농담을 내놓기도 했다. ‘핏빛 파편 디바이스’라는 실물 액세서리를 착용하면 게임 중 수면 증후군이 왔을 때 뜨겁게 불타서 잠을 깨워준다는 설명이다.

이모탈

2018년 블리즈컨에서 발표된 모바일게임 ‘디아블로 이모탈’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많은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디아블로’의 IP를 활용한 첫 모바일게임이었지만 예상 외로 현장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PC 플랫폼 기반의 정식 후속작을 기대한 사람들은 “철지난 만우절 농담 아니냐”며 노골적으로 실망을 표하기도 했다. 블리즈컨 발표를 맡은 와이엇 쳉의 “여러분 모두 스마트폰 갖고 있잖아요(Do you guys not have phones?)”라는 농담은 순식간에 유행어가 됐다.

하지만 정식 후속작 ‘디아블로4’에 대한 소문도 솔솔 나오는 중이다. 블리즈컨에서 ‘디아블로4’를 발표할 예정이었다는 소문과 ‘디아블로4’를 MMORPG로 개발중이라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2019년 초에는 블리자드가 ‘디아블로’의 새 프로젝트와 관련해 개발 인력을 대거 채용한다고 밝혔다. 블리자드는 “디아블로 이모탈 외에도 다수의 팀이 다양한 디아블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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